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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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에서 나올법한 클리셰(불륜 등)를 삽입하지 않고 한 남녀의 결혼생활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이상을 바라는 여자와 현실에 집중하는 남자의 생활은 균열과 균형의 지점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하여 결혼이란 시간의 공격속에서 관계의 유지를 끝내 이어가는 과정이란 것을, 씁쓸하게 알려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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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2-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정적인 내용의 소설이 이스라엘에서 남다른 판매 부수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자못 놀랍게 여겨진다. 여느 로맨스 소설(들)이 남녀 사이의 애정과 갈등의 밀도를 다루는 데 역점을 둔다면 이 작품은 다만 한 부부의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낱낱이,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내는 이상을 좇는 사람이기는 하나 요리와 육아와 배우자 지원에 정성을 다하고 있으며, 남편 또한 가족의 부양과 학업의 연마,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이 부부는 애정의 퇴색과 소통의 부족을 가져오는, 시간의 공격 앞에서 여러 차례 흔들리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남녀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에 위기를 가져오는(정확히 말해서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은 불륜도, 팜므파탈도, 가정 폭력도 아니라 바로 시간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알려주는 듯싶다.

2018-02-25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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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5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즈. 이 사람 남자인데 섬세하게 글을 다룰 줄 아는 분 같더군요. 서사 때문에 소설 읽는 맛이 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문체 때문에 읽는 맛이 나는 소설도 있는데 오즈는 후자의 경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다맨 2018-02-27 10:16   좋아요 2 | URL
코맥 매카시나 아모스 오즈 같은 작가들이 참으로 섬세한 문체의 소유자이지요. 물론 전자가 하드보일드에 가깝다면, 후자는 서정파에 속하는데 두 사람 모두 감상이나 주관에 함몰되지 않게끔, 견고한 지성의 힘이 문체 안에서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신경숙, 윤대녕, 김연수 등이 주로 서정적인 문체를 구사하는데 이들의 작품에는 지성의 힘이 현저히 떨어지기에 결국에는 감상 과잉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합니다. 그렇기에 결국 가부장제를 수호하는 억척어멈의 한풀이(신경숙), 성적 파트너를 찾아서 지방을 떠도는 ‘불쌍한‘ 나 (윤대녕), 나이는 사십대인데 대학생 새내기 감수성에만 안주하는 인물들(김연수) 등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한계를 지니지요. 특히나 평론가들은 김연수의 소설에 대해서 지성적인 산물이라는 식으로 평가를 하던데 저는 김연수가 청춘 체험의 자장磁場 안에서만 창작의 질료를 얻고 위안을 받으려는, 퇴영적/소아병적 정서가 그의 소설에 잠재해 있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7 12:08   좋아요 0 | URL
사십대의 김연수가 대학생 새내기 감수성에만 안주한다... 캬,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수다맨 2018-02-28 12:06   좋아요 1 | URL
그렇기에 저는 김연수가 청춘 체험의 영역에서 멀리멀리 벗어난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성공을 거둔다는 인상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작품들(예컨대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고 김연수는 과거와 현재의 체험에서 우러난 글들을 주로 쓰지요. 부언하면 그가 자신의 대학생 새내기 감수성을 무책임성이나, 낭만성과 결합시킬 때 그의 작품들은 소설적 밀도와 긴장을 상실하고 사십대 남자의 허영과 푸념 섞인 중얼거림으로 전락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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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위대한 시인의 시구보다 신파조의 유행가 가사가 사람의 마음을 더 흔들 때가 있다. 이 글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의 서사버전이다. 초로의 남자가 옛 연인에게 바치는 연서는 통속적/신파적이나 복거일 특유의 정갈한 문체가 작품이 삼류의 늪으로 가는 것'만큼'은 철저히 차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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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2-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거일의 몇몇 걸작들(예컨대 ˝비명을 찾아서˝)에 비하면 이 소설은 범작의 반열에 들기에도 실로 어려운 작품이다. 또한, 김연수/윤대녕 등이 이러한 소설을 썼더라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박한 평가를 내렸을 듯도 싶다.
헌데 복거일의 신파적 로맨스에 대해선 나는 (공정하지 못하게) 호평을 하지는 않더라도 박한 평가를 주지는 않는 편이다. 그의 몇몇 작품들에는 노년에 접어든 남자의 비애와 감상, 남성 편향적/편의적인 사고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것이 (이상하게도) 그렇게까지 밉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글은 아무리 이성적/지성적인 면모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철없고 아집 심하고 여성의 애정을 끝없이 갈구하는 ‘애 같은‘ 나이 든 남자의 심리를, 특유의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로 정확히 묘파할 때가 있다.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은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ㅡ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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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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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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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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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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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잃어버린 대의의 위의와 가치를 옹호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대의라는 당의 속에 감춰진 회색지대의 본질을 탐사하는 작가가 있다. 쿳시는 후자에 속하는데 감상을 용납하지 않는 비수 같은 단문으로 대학가에서, 흑인이 주인이 된 국가에서 치욕을 당하는 백인지식인의 모습을, 기막히게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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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1-2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여성 독자나 흑인 독자의 입장에선 이 책이 불편하게 읽힐 여지가 있다. 이 책의 화자인 문학부 교수인 루리는 냉정하고, 위선적인 면모가 있으며, 욕망 해소에 집착하고, 인종 차별적인 관념을 떨쳐내지 못했으며,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때는 진보적 입장이자 기득권에도 한발 걸치고 있던 백인 남자가 자의보다 타의(부조리한 재판, 악의적인 조롱과 모욕, 지방에서 벌어지는 온갖 위법적 행위들 등등)로 인해 서서히 몰락해 가는 모습을 지극히 냉철한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우리네 문화계가 도덕 강박증과 정의 실현 요구라는 기제를ㅡ나는 ˝택시운전사˝나 ˝1987˝과 같은 영화들에서 그러한 징후를 얼마간 느낀다ㅡ과하게 안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쿳시의 ˝추락˝은 이러한 근래의 경향성과 극단의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쿳시의 생각과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의 문학적 기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결혼 시장 - 계급, 젠더, 불평등 그리고 결혼의 사회학
준 카르본.나오미 칸 지음, 김하현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는 초식남, 김치녀(!)가 많아져서 연애와 결혼의 빈도수가 줄고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반면 이 책의 저자들은 경제적 낙차가 결혼율 저하와 가정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회 안전망의 파괴가 부는 물론 성의 양극화도 가져온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내려는 노력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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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0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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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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