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때로는 위대한 시인의 시구보다 신파조의 유행가 가사가 사람의 마음을 더 흔들 때가 있다. 이 글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의 서사버전이다. 초로의 남자가 옛 연인에게 바치는 연서는 통속적/신파적이나 복거일 특유의 정갈한 문체가 작품이 삼류의 늪으로 가는 것'만큼'은 철저히 차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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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2-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거일의 몇몇 걸작들(예컨대 ˝비명을 찾아서˝)에 비하면 이 소설은 범작의 반열에 들기에도 실로 어려운 작품이다. 또한, 김연수/윤대녕 등이 이러한 소설을 썼더라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박한 평가를 내렸을 듯도 싶다.
헌데 복거일의 신파적 로맨스에 대해선 나는 (공정하지 못하게) 호평을 하지는 않더라도 박한 평가를 주지는 않는 편이다. 그의 몇몇 작품들에는 노년에 접어든 남자의 비애와 감상, 남성 편향적/편의적인 사고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것이 (이상하게도) 그렇게까지 밉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글은 아무리 이성적/지성적인 면모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철없고 아집 심하고 여성의 애정을 끝없이 갈구하는 ‘애 같은‘ 나이 든 남자의 심리를, 특유의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로 정확히 묘파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