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문학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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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돈을 벌어다주는‘ 직업이 된 시기는 짧았다는 것, 문학의 아카데믹화에 따른 창작인들의 교수화가 작가들의 생계 유지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는 것, 중요한 것은 국가적인 지원이 아니라 대학(교수)-출판사-문예지의 담합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근본적, 총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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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영일은 국가가 문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 지극히 분석적이고도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 한 대목을 가져오면 이렇다.
˝출판시장과 교육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후자의 경우 일단 자리만 잡으면 평생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자의 경우 매순간 불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문단과 시장의 동시인정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교육기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불안한 상황을 견딜 최소한의 힘마저도 빼앗아갑니다.
문학을 포함하여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자존심이 아닐까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그것을 상실하면 예술적 불안은 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가를 파멸에 몰아넣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겨 예술인을 지원해야 한다느니 하여 기구를 만들지만, 정작 그런 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교육시장에 있는 사람들로 기본적으로 예술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입니다(33~34쪽).˝

내가 보기에는 조영일은 문인지원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시장(이는 까놓고 말하면 대학교수이다)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출판시장에서도 외면받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은 지원금 제도이다. 문제는 이 지원금의 수혜자를 선별하는 작업조차 ‘예술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수화된‘ 창작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시적인 지원금을 받아보았자 이것이 천 부 가량의 단행본 출간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생계 유지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지원금 신청자(이 구조에서 선택받지 못한 등단자들, 전국의 문창과 국문과 졸업생들 등등)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고자 고투하는 반면에 교육시장의 정착자들은 소수의 신청자들을 구제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땅히 수행했다고 판단한다.
 
공기 도미노 오늘의 젊은 작가 15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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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서사 형식을 만들려는 저자의 노고는 귀하나 내용물이 작의에 부응했는지 의문이다. 불규칙적이고 파편적인 서사들을 연결하면서 ‘일견 느슨해 보이되 실은 전체성을 지닌‘ 작품을 쓰고자 한 듯한데 나로서는 절제력의 부족과 유기성의 부실이 눈에 띈다. 여운은 있으나 그것이 깊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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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점을 다소 낮게 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서사 창작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적인 ‘결과물‘을 남기고자 하는 이 작가의 의도와 시도는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나 이 나라 문단은 내용상의 정의로움은 귀하게 여기면서 형식상의 참신함에 대해서는 그 의의를 전자보다 낮게 여기는 풍조가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해설자의 말처럼) ‘세대와 젠더에 의해 배제된 현실 속 욕망과 의식이 만들어낸 판타지‘를 형상화하고자 애쓴 작가의 노력를 어느 정도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정말로 별 볼 일 없었다면 나로서는 아무런 여운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내 다음 바람은 이 여운이 좀 더 깊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건투를 진심으로 빌며 문운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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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어반복과 명불허전을 함께 보여준다. 혐오와 환멸로 점철된 서구엘리트 남성의 넋두리는 식상하지만 구강기 수준으로 퇴화하는 유럽사회의 실상을 송두리째 까발리는 솜씨는 과연 ‘우엘벡‘답다. 절망한 인간의 고백록과 자멸하는 사회의 풍속기를 겹쳐쓰는 이 능력은 동시대 작가들 중 그가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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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1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최고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ㅡ근래에 출간된 다른 이들의 작품보다 이 소설이 더 뛰어남에도ㅡ ˝세로토닌‘이 우엘벡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이다.
아갈마님이 적실하게 논평한 것처럼 이 소설은 우엘벡의 작품군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귀족의 후손이자 무너져가는 농촌의 일꾼인 에메릭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대목을 읽으면서 털끝이 곤두설 정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플로랑이 카미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그의 아들을 저격하려는 부분에서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정녕 극단까지 가보려는 이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작적 야심과 문학적 기법이 그의 예전 걸작들보다 더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자연과학적 지식을 능란하게 풀면서 당대의 성풍속도와 신인류의 탄생(˝소립자˝)을 역설하고, 인류의 절멸과 복제인간의 탄생이라는 설정을 도입(˝어느 섬의 가능성˝)해서 현실과 미래를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상품에 불과해진 예술과 예술가의 운명(˝지도와 영토˝)을 심도 있게 고찰했던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세로토닌˝은 그 역동성과 극단성에도 불구하고 우엘벡의 최고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P.S 1. 조악하게 비유를 하자면 매번 90점 이상 맞던 학생이 88점 정도의 성적을 받은 듯한 느낌.

P.S 2. 물론 80점은커녕 60점 주기에도 아까운 소설들이 세상에 꽤 많고 요즘에는 더더욱 많아진 듯하다.

P.S 3. 다만 ˝세로토닌˝의 전작인 ˝복종˝은 확실하게 별로였다. 우엘벡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혹평당할 만한 소설일 것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9 21:56   좋아요 0 | URL
우엘벡은 불량식품 먹는 맛이 일품이죠.. ㅎㅎㅎㅎ
저도 이 소설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다맨 2020-09-20 12:40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전작들에 비하면 작품의 밀도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조금은 낮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우엘벡의 나이가 올해 만으로 62세던데 창작가로서는 만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원숙하면서도 깊이와 넓이를 갖춘 후기작을 집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도 노년의 시기에 완성된 작품들이지요. 우엘벡의 향후 작품에 좀 더 광휘와 혜안이 있기를 기대하려고 합니다.
 
글렌게리 글렌 로스
제임스 폴리 감독, 알 파치노 외 출연 / 에이스필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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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들의 열연과 뛰어난 각본이 어우러진 걸작. 세일즈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것, 이 의무를 지키는 자만이 인간 대접을 받으며 불이행자들은 개돼지 취급하는 사내풍경을 박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경쟁에 몰린 수컷들의 처량하고도 처절한 몸부림이 보는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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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1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는 (알 파치노나 케빈 스페이시를 거론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내 최고령자이나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누구보다도 절망적인 상태에 처해 있는 ‘셸리 레빈‘ 역할을 맡은 잭 레먼이다.
이 배우는 한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얼마큼 처연하고 비굴해질 수 있는지를, 반대로 그 곤경에서 벗어나면 (자신을 그동안 냉대했던 이들을 향해서) 어느 만큼이나 야비하고 밉살스럽게 행동하는지를 그야말로 농익은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사심을 담아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잭 레먼이라는 노장 배우가 펼치는 연기력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다.
 
현대조선잔혹사 사탐(사회 탐사) 2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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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극대화와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낸 참사의 일상화! 일하는 이들을 산업역군産業役軍이라고 칭송하지만 실제로는 패잔병, 낙오병처럼 대하는 나라. 전염병(들)의 예방과 퇴치에 대해서는 모든수단을 동원하나 조선造船 때문에 일하다가 끔찍하게 죽는 사람들은 외면하는 지금 여기의 헬조선朝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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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0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환주 기자의 책은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에 이어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큰 울림과 정보를 나 같은 독자에게 주고 있다.
교수/정치인/논객들의 하잘것없고 구린내나 풍기는 SNS를 기사로 옮기면서 기자입네 행세하는 이들, 그런 함량 미달의 기자들에게 실망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사회 탐사 분야의 명저이자 역저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