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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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어반복과 명불허전을 함께 보여준다. 혐오와 환멸로 점철된 서구엘리트 남성의 넋두리는 식상하지만 구강기 수준으로 퇴화하는 유럽사회의 실상을 송두리째 까발리는 솜씨는 과연 ‘우엘벡‘답다. 절망한 인간의 고백록과 자멸하는 사회의 풍속기를 겹쳐쓰는 이 능력은 동시대 작가들 중 그가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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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1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최고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ㅡ근래에 출간된 다른 이들의 작품보다 이 소설이 더 뛰어남에도ㅡ ˝세로토닌‘이 우엘벡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이다.
아갈마님이 적실하게 논평한 것처럼 이 소설은 우엘벡의 작품군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귀족의 후손이자 무너져가는 농촌의 일꾼인 에메릭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대목을 읽으면서 털끝이 곤두설 정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플로랑이 카미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그의 아들을 저격하려는 부분에서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정녕 극단까지 가보려는 이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작적 야심과 문학적 기법이 그의 예전 걸작들보다 더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자연과학적 지식을 능란하게 풀면서 당대의 성풍속도와 신인류의 탄생(˝소립자˝)을 역설하고, 인류의 절멸과 복제인간의 탄생이라는 설정을 도입(˝어느 섬의 가능성˝)해서 현실과 미래를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상품에 불과해진 예술과 예술가의 운명(˝지도와 영토˝)을 심도 있게 고찰했던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세로토닌˝은 그 역동성과 극단성에도 불구하고 우엘벡의 최고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P.S 1. 조악하게 비유를 하자면 매번 90점 이상 맞던 학생이 88점 정도의 성적을 받은 듯한 느낌.

P.S 2. 물론 80점은커녕 60점 주기에도 아까운 소설들이 세상에 꽤 많고 요즘에는 더더욱 많아진 듯하다.

P.S 3. 다만 ˝세로토닌˝의 전작인 ˝복종˝은 확실하게 별로였다. 우엘벡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혹평당할 만한 소설일 것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9 21:56   좋아요 0 | URL
우엘벡은 불량식품 먹는 맛이 일품이죠.. ㅎㅎㅎㅎ
저도 이 소설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다맨 2020-09-20 12:40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전작들에 비하면 작품의 밀도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조금은 낮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우엘벡의 나이가 올해 만으로 62세던데 창작가로서는 만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원숙하면서도 깊이와 넓이를 갖춘 후기작을 집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도 노년의 시기에 완성된 작품들이지요. 우엘벡의 향후 작품에 좀 더 광휘와 혜안이 있기를 기대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