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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망명 - 권성우 비평집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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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권성우의 페북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그가 예전의 열정을 잃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여전히 주례사적 칭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작가가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그의 비평관이 삼투되어 있고, 더불어 비평가 특유의 섬세한 분석이 살아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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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성우 님은 눈여겨보는 비평가 중 한 명입니다.
작가가 비평가의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지랄을 하는 건 좀
천박해보이지 말입니다. 그냥 닝기미 네 똥 굵다, 시바... 이러면 되는데
토라지고, 나중에 모 모임에서 만나면 멱살이나 잡고.. 에고... 조낸 한심하죠.
영미권 비평 봐라. 우리 비평문화보다 100배 허벌라게 비판한다.


수다맨 2013-12-17 03:57   좋아요 0 | URL
그런데 권성우 선생도 요즘은 힘이 좀 딸려 보입니다 ㅎㅎㅎ 이 분도 벌써 한국 나이로 51세가 되었군요. 사실 위 비평집도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예각이 좀 수그러든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라타니 고진을 얘기하는 대목은 굉장히 읽을만 하더군요.
그런데 한국은 구조가 참 거시기한 게, 비판적인 평론가가 설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글을 실어줄 지면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성우 선생의 페북에 댓글을 달아놓은 김명인 선생의 말에 의하면) 청탁이 끊기고, 문학상에서 배제되고, 원고를 써서 기고를 하려고 해도 반려되기 십상이고, 평론을 묶어줄만한 출판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환멸만 늘고 한답니다 ㅎㅎㅎ 이게 현실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5:26   좋아요 0 | URL
당연한 현상입니다.
작가가 출판사 시다바리나 하면서 홍보 부장을 하고 있으니
모 평론가가 작가를 심하게 깐다는 건 책 장사에 스크래치를 가하는 것이고
괴심하게 생각한 출판사는 눈여겨보았다가
문예지에 (문예지 솔직히 말해서 출판사가 문단 사람 길들이기 위해 돈 좀 주고 노예처럼 다스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들 평론가가 글 올리려면 막고...
주눅들면 다시는 날카로운 비평을 못하고
그때 길들여지면 싣고...
그때부터 주례사 남발하게 되고...
뭐, 이런 구조 아주 뻔하지 않습니까.......

수다맨 2013-12-17 05: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참으로 명료하게 요약해 주셨네요.
한국은 아무래도 ㅡ정계건 학계건 문화계건ㅡ 너무 문제가 많은 듯합니다. 권위주의, 패거리주의, 상업주의가 겹쳐져서 아주 부조리한 문화만 양산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박근혜만 욕하고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듭니다-_-;;;
 
달은 어디에 있나 2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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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변소 속에서 

공중변소 속에서 만났지. 그녀 
구겨버린 휴지조각으로 쪼그려 앉아 떨고 있었어. 
가는 눈발 들릴 듯 말 듯 흐느낌 흩날리는 겨울밤 
무작정 고향 떠나온 소녀는 아니었네. 
통금시간을 지나온 바람은 가슴 속 경적소리로 파고들고 
나 또한 고향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미아, 
배고픔의 손에 휴지처럼 구겨져, 역 앞 
그 작은 네모꼴 공간 속에 웅크려 있었지. 
사방 벽으로 차단된 변소 속, 
이 잿빛 풍경이 내 고향 
내 밀폐된 가슴 속에 눈발 흩날려와, 어지러워 
그 흐느낌 찾아갔네. 
그녀는 왜 마약중독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어도 
새벽털이를 위해 숨어 있는 게 분명했어. 난 눈 부릅떴지. 
그리고 등불을 켜듯, 그녀의 몸에 
내 몸을 심었네. 사방 막힌 벽에 기대 서서, 추위 때문일까 
살은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었지만 
솜털 한오라기 철조망처럼 아팠지만 
내 뻥 뚫린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녀의 머리 위 
작은 창에는, 거미줄에 죽은 날벌레가 흔들리고 있었어. 그밤 
내 몸에서 풍기던,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던 악취는 
그 밀폐의 공간 속에 고인 악취는 얼마나 포근했던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네. 미아처럼 
하얀 백색가루로 녹아서 내 핏줄 속으로 사라져간 
그녀, 
독한 시멘트 바람에 중독된 그녀. 

지금도 내 돌아가야 할 고향, 그 악취 꽃핀 곳 
그녀의 품 속 밖에 없네. 

-김신용, "개 같은 날들의 기록" 중에서


그 공중변소 속에서 나는 그녀를 만났다...

"문 열어! 임검 왔어!"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달깍 하고 문고리 벗겨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 속엔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여자는 그 공중변소의 구겨버린 휴지처럼 더러웠다...

나는 범인을 수색하는 경찰관처럼 그녀의 외투 주머니 속도 뒤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마 그녀가 돈을 지니고 있었다면 빼앗았을 것이다. 이번엔 여자의 품속을 뒤졌다. 그때 유방이 뭉클 만져졌다. 그녀가 약간 몸을 뒤틀었다. 가만 있어! 나는 낮게 소리치며, 옷 속으로 손을 밀어넣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따뜻했다. 다시 한 번 애무하듯 움켜쥐었다. 여자는 가만히 있었다. 그 무저항에 용기를 내어 나는 한 손을 내려 그녀의 바지 단추를 끌렀고,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까끌한 감촉의 매끄러운 음모는 내 입에서 뜨거운 숨결을 터트리게 했다. 나는 그녀의 바지를 엉덩이에서 끌어내려 한쪽 발만 가랑이에서 빠져나오도록 한 뒤, 그 빼낸 다리를 내 한쪽 손으로 받쳐 들고, 이미 터질 듯이 팽창되어 있는 내 몸을 그녀의 몸속에 심었다. 벽에 기대서서, 추위 때문일까. 그녀의 피부는 각질처럼 딱딱히 느껴졌으나, 내 몸은 각질을 뚫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흔들림을 따라 그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흔들리면서도 그녀는 무표정했다. 그녀는 그렇게 강간을 당하면서, 내 항문 속을 파고들던 그 우산 끝과 같은 이물질을 몸 속에 받아들이면서도 식물처럼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이 공중변소가 배설을 위해 만들어졌듯이, 그녀도 배설을 위해 흔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서둘렀다. 그 서두름은 너무도 싱겁게 빠른 배설을 가져왔다. 나는 오줌을 누고 난 뒤처럼, 등덜미를 후두둑 떨고는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자던 변소 칸으로 돌아와 다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김신용 "달은 어디에 있나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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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의 삶은 고통의 누적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김신용은 소설을 쓸 때건 시를 쓸 때건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도 않고 전략적인 포즈를 취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삶을 단어 몇 마디에 응축하면 그것이 시가 되고, 긴 글로 죽 풀어 놓으면 그것이 소설이 된다. 시인은 시에서건 소설에서건 자신의 황량했던 삶을 수수히 열어 보인다. 이것은 자신의 삶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할 때만 쓸 수 있는, 가장 고수의 수법이다.  

"달은 어디에 있나2"를 읽는 일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나는 이 소설을 언제나 공복(空腹)일 때 읽는다. 배부르거나 기쁠 때 이 소설을 읽으면 죄책감이 밀려들고, 문장의 맛을 잘 느낄 수 없다. 작가가 자신이 겪어낸 처절한 허기를 말하고 있으니, 독자 역시 위장을 텅 비우고 읽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소설은 매혈, 구걸, 구속, 노역, 절도(아리랑치기)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얘기한다. 이것은 찰스 부코스키가 섹스, 도박, 음주를 지치지 않게 말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다만, 김신용에게는 부코스키와 같은 순간순간의 짤막한 유희의 모습이 별로 없다. 시인은 "한 인간이 배고픔 앞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퇴화되어 갔는가 하는 이야기(142쪽)"를 끊임없이 말한다. 그의 글은 인간이 어디까지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거기서 어떻게 벌레처럼 뒹구는지를 가장 사실적인 문장으로 기술한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 최고의 소설이라 감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내 일천한 독서 경험을 되돌아 봤을 때, 이 소설보다 더 강렬하고 어둡고 처절한 (한국)소설을 본 적은 없다. 조세희의 "난쏘공"이나 최서해의 '박돌의 죽음', 백신애의 '꺼래이'나 이범선의 '오발탄' 같은 작품들조차도 이 소설보다 처절하지는 않다(그나마 비견될 수 있는 작품은 손창섭의 '인간동물원초'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일부러 기괴한 풍경을 만드는 몇몇 작가군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옥에서 한 송이 '악의 꽃'을 틔우는 저자의 내공을 알고 싶다면,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강력하게 권유한다. 이 뛰어난 소설에 한 마디 평도, 한 문단의 리뷰도 없다는 것은 정말로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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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지금 사놓고 아직 읽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계속 부담감이 들어요. 그러니깐... 그게.... 읽지 못하겠다가 아니라
그 무거움에 중독될까봐서 말이죠. 아무튼 오늘 읽습니다.
읽던 거 일당 팽게치고 일단 읽어야 ㅔ겠어요...

수다맨 2013-12-17 00:28   좋아요 0 | URL
아이구, 제가 괜히 이런 걸 써서 곰곰발님을 보채는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예전에도 말씀 드렸듯 무거우면서도 흡인력(중독성)이 굉장합니다. 1권을 저번주에 읽고 이제 2권을 천천히 읽는데, 아, 이건 너무 처절하네요. 그야말로 인간 고통의 극점을 향해 달려가는 소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2:43   좋아요 0 | URL
지금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압도적이군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체험적 문장입니다.
전 편혜영이나 천운영 식 잘 짜여진 문장에 아주 질렸거든요.
체득이 아닌 그냥 잔재주처럼 읽혀서 무척 짜증이 났는데
이 소설을 어떤 극점을 제공하네요.
저도 이 소설에 나오는 양동에서 3년 정도 살아서 압니다.
말 그대로 체험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상상 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란 걸 말이죠...

수다맨 2013-12-17 03:18   좋아요 0 | URL
넵, 백번 공감합니다. 웰메이드 소설을 읽다가 이런 책 만나면, 인스턴트 라면만 먹다가 싱싱한 회를 먹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이런 걸 썼지, 그리고 이런 책이 왜 초판도 안 팔렸지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도 들구요.
감히 말하자면, 이 소설 일부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삽입시키고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3:23   좋아요 0 | URL
고동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날은 아마
학부모 연합이 이 교과서를 출판한 사장을 종북좌파라고
국정원에 신고할 겁니다...ㅋㅋㅋㅋㅋ
이런 적나라한 치부를 다룬 소설은 절대 안 되죠...
그냥 말랑말랑한 작품돈 선정된다능..

수다맨 2013-12-17 0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방금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참 얄궂은 생각이 드네요. 부코스키나 우엘벡 같은 작가들은 ㅡ교과서에 삽입되지는 않더라도ㅡ 자국에서 널리 보급되고 수용되던데 우리는 이만한 작가를 포용할 능력도, 배짱도 없는 것 같아 그저 씁쓸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현대문학ㅡ유신" 사건도 정말로 한심하지만, 적당히 엄숙하고 말랑말랑한 소설들만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풍토도 참 후진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5:23   좋아요 0 | URL
이 정도면 고백 소설로써 참 훌륭한데 언급 자체가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군요.
아니, 시부랄.... 김연수 단편은 별로 그닥 좋지도 않더만...
마치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소설 취급하면서 어째서 이런 소설은
언급조차 안 되는지 이해가 불가하군요.

수다맨 2013-12-17 05:37   좋아요 0 | URL
김연수야 뭐...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까요. 다분히 감성적이고 거기에 인문학적 지식도 있는 것 같고, 시대와 적당히 불화하는 듯한 포지션도 있구요 ㅎㅎㅎ 헌데 저도 그런 '적당하고 모호하고 감상적인' 글 안 좋아합니다. 적당하고 모호할수록 오히려 이런저런 해석을 동원하기 쉽더군요. 좋은 작가라면 ㅡ전부가 그렇진 않다고 하더라도ㅡ 정말로 치열하면서도 명징한 글을 쓰더라구요.
 
거기, 당신?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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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나는 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소설에 별 반응을 하지 못할까. 그야말로 문창과 소설의 표준이자 전범이라 할만한데 안타깝게도 나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원고지 80장에 억지로 딱 맞추어 쓴 흔적들,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유머, 작가의 너무나 따뜻한 시각이 나에겐 뜻깊게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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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들 - 작가의 길을 묻는 28통의 편지
베르나르 앙리 레비&미셸 우엘벡 지음, 변광배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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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아나키스트와 캐비어 좌파가 만나서 논쟁의 향연을 벌인다. 이들의 대화에는 확실히 지식인다운 기름기와 거드름이 있다. 하지만 대화의 배면에는 인간적 정직성이 깔려 있다. 때문에 이들의 고백은 -허세가 있음에도- 진실한 울림을 가진다. 왜 한국 사회에선 이만한 고품격 논쟁을 보기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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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식기장 - 제15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작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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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는 신파를 '깊이' 있게 쓰는 작가다. 물론 그녀 역시 (신경숙처럼) 가족 로망스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 특유의 탁월한 입담과 섬세한 묘사는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이번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다소 편차가 있으며, 그녀의 장편인 "신기생뎐"보다 그 재미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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