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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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성취는 훌륭하나 향후의 도약은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감각적인 문체로 게이의 애정사를 풀어내는 공력은 대단하나 작품들이 만남과 환희-갈등의 발생 및 심화-이별 뒤 여운과 수긍이라는 연애소설의 전형적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리얼함은 기막힌데 독창성까지 그만한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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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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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명성과 적공을 생각한다면 태작까지는 아니어도 소품에 그치는 소설. 503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었다는 설정을 토대로 혐오와 테러로 점철된 사회상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그 내용이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전개된다. 작가 개인의 역량보다 핀시리즈의 분량 제한(중편!)을 탓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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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1-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높지 않은 평점을 주었지만 상술했듯이 작가의 역량을 따지기보다는 이 현대문학 시리즈의 분량 제한에, 나아가 경장편/중편 위주로 단행본을 내주는 작금의 ‘물량주의적‘ 출판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소설의 미덕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확장과 주제의 심화에 있다고 판단되는데 단편적인 이야깃감에 적당히 분량만 늘린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어떤 경향성이 내 눈에 띈다. 백민석의 ˝플라스틱맨˝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작가의 할 말이 상당한 분량으로 남아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편집상의 이유로) 작품에서 다 하지 못했다는 인상이 든다. 그 때문에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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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로서의 재미를 말하자면 (엽편 모음임을 감안하더라도) 단조롭고 기시감마저 들지만 많은 여성들의 증언록이자, 시대의 보고로서의 가치를 따지자면 귀하고 종요로운 저작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겪는 혐오와 냉대와 무시와 고독의 실상을 스케치하는 필치에는 저자의 고된 노력이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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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1-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이 책은 허구가 가미된 픽션이 아니라 소설과 르포 그 사이에 있는데 이 위치가 절묘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아직까지도 게으름을 부려서 읽지 않았던) ˝82년생 김지영˝을 정독해야겠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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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과 두편(‘새 보러 간다‘, ‘모리와 무라‘)은 더없이 마음에 드는데 나머지 단편들의 성취에 대해선 고평하기 망설여진다. 기인畸人 또는 이인畸人이라고 부를법한 인물들을 섬세하게 묘파하면서 생의 아이러니와 인간적 울림을 그려내는 것이 이 작가의 장기인데 이번에는 뒷심이 좀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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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1-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전번에 읽었던 ˝경애의 마음˝보다는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내 개인적 기준에서 명편이든 아니든-이 훨씬 더 잘 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번에는 이 작가의 잘 쓴 장편과, 표제작 만큼의 수준을 보여주는 단편을 만나고 싶다.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 2020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지아 외 지음 / 강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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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내와 피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도시인의 정서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은 작단에 정지아는 이처럼 ‘빈티지한‘ 작품을 선보인다. 역사의 비극에 희생된 할아버지, 그의 후손들이 감내해야하는 허망과 형극의 삶을 담담히 서술한다. 예상가능한 서사임에도 간곡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저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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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작품이 정지아의 최고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작가가 쓴 다른 명편들(이를테면 ‘행복‘이나 ‘봄빛‘)보다 뛰어나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별 다섯 개를 주지는 못했으나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은 깊으며 이런 작가가 있어서 든든하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어째서?

내가 보기에는 한국 작단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정서 중 하나는 ‘조급‘이다. 사회적 사건 및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런 기류를 ‘누구보다 먼저‘ 서사화해서 작품의 문학성을 획득하고, 조속히 평단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 같은 독자로서는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들의 노력과 공력을 폄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때때로 자신의 고유한 글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성‘과 ‘속도전‘과 ‘인정투쟁‘에 과하게 얽매여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지아의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는 참으로 촌티와 노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배경은 시골이고 화자는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는 이혼녀이며 그녀의 혈친(들)은 그야말로 무력과 불구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런 작품은 문순태 김원일 황석영 이문구 같은 노작가들이 지겹게 써온 것이라고‘
그런데 그런 작가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고, ‘도시성‘과 ‘세련미‘와 ‘핫이슈‘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만나다가 정지아 같은 작가의 소설을 접하면 이상한 감동을 받는다. 너무나 잊히고 시효까지 끝났다고 생각한 것들이 여전히 유효한 소재이자 주제의식으로 다가오고, 세상의 변화에 쉽사리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우직한 글걸음을 옮기는 작가의 소신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작가들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길을 망설임 없이 가고, 자신의 문학적 야심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내가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를 칭찬한 이유는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