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브래스코 - [초특가판]
마이크 뉴웰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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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시리즈에서 지존을 연기했던 남자가 중년이 되어서, 하류인생의 짠내와 비린내가 무엇인지를 눈빛과 주름으로 보여준다. ‘패밀리‘의 세계에서 보였던 낭만적 정취는 ‘마피아‘라는 이름의 똥밭으로 오면서 비굴과 궁상으로 탈바꿈하며 이를 체현하는 배우의 연기에는 완숙미와 비애미가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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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성도나 영향력으로 보자면 ˝대부˝가 ˝도니 브래스코˝보다 훨씬 더 윗길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에서 호연을 펼쳤던 젊은 날 알 파치노의 모습에는 자신감과 이지력, 냉철함과 멋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은 젊은 시절의 ‘대부님‘이 아니라 나이든 시기의 ‘잡배‘를 연기하는 알 파치노이다. 영화에 나오는 그의 입가와 눈가와 이마에 팬 주름은 그 매력을 가중시키고 작품의 리얼리티까지 드높인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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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신에 입각한 르포는 때로는 허구와 가상이 내재된 픽션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불필요한 부사/형용사/접속사를 덜어낸 간결 건조한 문장으로 강간을 하는 인간과 당한 피해자들,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들과 ‘무고‘, ‘거짓신고‘라는 불도장부터 찍으려는 여혐의 세태를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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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감탄했던 부분은 피해자들의 호소와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균형감과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는 기자다운 면모와, 피해자-가해자-형사-여혐 세태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몰입도를 고조시키는 두 저자들(어쩌면 출판사 편집부?)의 편집 능력이었다.
 
엘리아의 제야
고종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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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피터 버갓씨의 한국일기‘)은 흥미롭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자유주의자 먹물들의 일상‘이라는 영역내에서만 안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문체의 힘은 특출하나 글의 넓이를 삶의 넓이에만 맞추려고 하는 저자의 태도는 진실성은 있으되 확장성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내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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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1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종석이 ‘누이 생각‘이나 ‘카렌‘과 같은 작품보다는 ‘피터 버갓씨의 한국 일기‘ 같은 소설을 많이 썼다면 그이의 문운과 작품성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을 쓴 김병익은 ‘삶의 본원적 슬픔‘을 형상화화는 작가의 능력을 고평하나 내가 보기에는 고종석의 진정한 장기는 ‘권력과 명예를 가진 먹물(들)의 희화화‘이다.

고종석은 몇 해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고 (그 전에 절필 선언을 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소설 집필은 버거워 보인다. 어쩌면 지금 시국까지 필력을 유지했다면 고종석이 조국이나 안희정 같은 이들을 모델로 삼아서, 코믹한 풍자소설 한 편은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으로서의 문학
조영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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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돈을 벌어다주는‘ 직업이 된 시기는 짧았다는 것, 문학의 아카데믹화에 따른 창작인들의 교수화가 작가들의 생계 유지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는 것, 중요한 것은 국가적인 지원이 아니라 대학(교수)-출판사-문예지의 담합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근본적, 총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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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10-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영일은 국가가 문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 지극히 분석적이고도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 한 대목을 가져오면 이렇다.
˝출판시장과 교육시장의 가장 큰 차이는 후자의 경우 일단 자리만 잡으면 평생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자의 경우 매순간 불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문단과 시장의 동시인정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교육기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불안한 상황을 견딜 최소한의 힘마저도 빼앗아갑니다.
문학을 포함하여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자존심이 아닐까 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믿음 같은 것 말입니다. 그것을 상실하면 예술적 불안은 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가를 파멸에 몰아넣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겨 예술인을 지원해야 한다느니 하여 기구를 만들지만, 정작 그런 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교육시장에 있는 사람들로 기본적으로 예술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입니다(33~34쪽).˝

내가 보기에는 조영일은 문인지원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시장(이는 까놓고 말하면 대학교수이다)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출판시장에서도 외면받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은 지원금 제도이다. 문제는 이 지원금의 수혜자를 선별하는 작업조차 ‘예술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수화된‘ 창작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시적인 지원금을 받아보았자 이것이 천 부 가량의 단행본 출간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생계 유지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지원금 신청자(이 구조에서 선택받지 못한 등단자들, 전국의 문창과 국문과 졸업생들 등등)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고자 고투하는 반면에 교육시장의 정착자들은 소수의 신청자들을 구제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땅히 수행했다고 판단한다.
 
공기 도미노 오늘의 젊은 작가 15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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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서사 형식을 만들려는 저자의 노고는 귀하나 내용물이 작의에 부응했는지 의문이다. 불규칙적이고 파편적인 서사들을 연결하면서 ‘일견 느슨해 보이되 실은 전체성을 지닌‘ 작품을 쓰고자 한 듯한데 나로서는 절제력의 부족과 유기성의 부실이 눈에 띈다. 여운은 있으나 그것이 깊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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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점을 다소 낮게 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서사 창작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적인 ‘결과물‘을 남기고자 하는 이 작가의 의도와 시도는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나 이 나라 문단은 내용상의 정의로움은 귀하게 여기면서 형식상의 참신함에 대해서는 그 의의를 전자보다 낮게 여기는 풍조가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해설자의 말처럼) ‘세대와 젠더에 의해 배제된 현실 속 욕망과 의식이 만들어낸 판타지‘를 형상화하고자 애쓴 작가의 노력를 어느 정도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정말로 별 볼 일 없었다면 나로서는 아무런 여운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내 다음 바람은 이 여운이 좀 더 깊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건투를 진심으로 빌며 문운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