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과 별 사이를 즐겁게 나는 상상력은 또 별과 인간을 잇고, 지상의 별들인 사람과 사람의 가슴 사이에, 사람과 개구리 사에 길을 놓는다. 이야기는 단순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상호 반응이며 길 놓기이고 연결하기다. 이 연결의 능력이 상상력이다. 
 
-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19쪽에서 -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을 써 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사람이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국경에서 멈추는가 ?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당신의 사상을 하늘 위에 불로 새겨 놓은 것처럼 그렇게 사고 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온 세상이 단 하나의 귀만으로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말하라, 진실은 그렇게 하라.
당신의 모든 행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행동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신이 존재 확인받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하듯이 살아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 아름다운 사람,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
 

 

 

백목련이 고운 자태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꽃을 먼저 피우는 벚꽃은 봄의 절정을 예고한다. 분명 아침에는 봉우리 채로 서 있던 목련이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자 활짝 꽃을 피웠다. 담벼락을 타고 줄지어 핀 노란 개나리도 정겹고, 꽃집 앞에 이름모를 작은 화분들에도 저절로 눈길 간다. 

올 봄 내가 유난히 집착하는 건...꽃무늬 패턴이 그려진 옷들인데 옷가게 마다 나를 보며 손짓하는 꽃무늬 원피스를 보면 절로 지갑을 열고 싶어진다. 

 

평소 자주 입지 않던 옷도 입고 싶고, 머리 모양도 바꿔보고 싶어지는 건 아마 봄이 주는 마음이 아닐까 ? 나이를 먹으면서 계절의 변화가 더 섬세하게 관찰되고, 느껴진다. 최근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보라색 큰 꽃무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스커트를 사는 만행(가족들의 반응이다)을 저질렀다. 하지만 인생 뭐 있니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친구의 말에 힘입어 화사한 구두까지 사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라디오에선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모차르트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고, 익숙한 목소리의 DJ는 소소한 일상의 사연들을 읽고 있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이 시간과 제법 잘 어울리는 도정일의 에세이 두 권이 책 상위에 놓여 있으니 봄날 아침 풍경이 퍽 그럴 듯 하다.

봄은 햇살과 잘 어울려서, 여름은 더위를 피하는 시원한 카페가 좋아서, 가을은 이유없이 외로운 마음이 들어서 그리고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다. 이른 아침 외출을 준비하면서 가방에 넣어 나갈 책을 고르는 일은 늘 황홀한 고민이다. 버스 안에서 읽기 딱 좋은 에세이 한 권도 좋고, 호흡이 짧은 아포니즘도 좋다. 지금 내 가방 안에는 도정일의 ‘별들 사이에 길을 넣다’와 강유원의 ‘책과 세계’가 들어있다.

 

 

 

 

며칠 전 자주 가는 서점 사장님이 도정일 에세이 서문에 자기 이야기가 나왔다며 반가워하셨는데, 정말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의 서문에 대전의 큰 책방 계룡문고 사장님과 작가의 인연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게 아닌가 ? 괜시리 내 얘기가 나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어 호들갑스럽게 축하 인사를 건냈더니 사장님도 그동안 알고 지내 온 작가들과의 인연들을 신나게 이야기 하신다.

일행들과 커피를 마시며 한비야, 정호승, 도정일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과의 에피소드를 듣는건 너무 신나는 일이다.

비록 도정일은 아니지만 계룡문고 사장님이 책에 나태주의 짧은 시를 넣어 사인을 해주셨다. 혼자 읽기보다는 모임에 속해서 함께 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모임을 소개 받았다. 서점과 작가, 출판사 그리고 독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어렸을 때부터 서점에서 꼭 한번 일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언제나 환영한다며 꼭 와서 일하라고 하신다. 청년 실업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력도 없는 아줌마에게 확실한 일자리까지 보장해주다니..역시 단골이 좋다.

특히 알라딘에 밀려 침체된 노랑 책방(계룡문고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의 텅빈 서가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특히 노랑 책방의 판매 수익은 지역의 불우 아동들에게 책을 사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구입할 책이 없다보니 나 역시 훓어 보고 나오기만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봄날 외출은 언제나 즐겁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만남과 대화가 있어 더 즐겁다. 다음 주에 서점에서 열리는 동화작가 엄혜숙의 그림책 콘서트에 초대를 받았다. 난 알라딘도 사랑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지역에서 열심히 독서 운동을 하는 계룡문고를 더 사랑한다.

나 역시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있어 신간은 계룡문고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서점에서 직접 구입해야 겠다.

파랑새가 집 안에 있었던 것처럼 지금 행복은 내 가방 속에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 지루해 하기 보다는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고 싶은 봄날... 나른한 오후에 느긋하게 앉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으니 기쁘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책을 쓰고 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존재하니 나처럼 책 사는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 즐겁게 살 수 있어 좋다.

 

 

2.

북 바인딩 2차 수업... 지난 주에 제도를 하고 하드 보드지를 이용해서 다이어리의 겉 표지를 완성했다. 드디어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직접 묶는 바느질 작업에 들어갔다.

아! 절망... 송곳으로 섹션 별로 구멍을 뜷을 때까지만 해도 속도를 내며 신나게 작업을 했는데, 면사에 초칠을 해서 홈질로 책을 꿰매는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마치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떨었다. 도대체 이미 뚫린 구멍으로 바늘을 넣었다 빼는 단순한 홈질을 반복하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바늘은 미끄럽고 구멍은 작은지... 바느질 중간에는 길게 잘라 놓은 실이 꼬여 버렸고, 섹션끼리 연결하는 매듭 작업에서는 오른쪽과 왼쪽을 연거푸 헤매여서 계속 선생님~ 선생님을 불렀다. 7권의 얇은 섹션을 실로 연결한 후 다시 책등에 한지를 잘라 풀칠을 했다. 그리고 책갈피를 연결하고, 마감하는 작업을 하는데 꼬박 두시간 반이 걸렸다. 바늘은 손 끝에서 미끌미끌 따로 놀았으며,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작업을 하다보니 어깨와 목 결림까지 왔다.

 

 

 

 

 

 

 

 

이번 주까지 다섯 시간에 걸쳐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다이어리다.

아마 다음 주에 책과 표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할 것 같다. 핸드 메이드 티를 팍팍 낸 나의 첫 작품...

분명 하얀색이였던 속지는 손 때를 타 회색빛으로 꼬질꼬질해져서, 졸지에 빈티지한 다이어리가 되어 버렸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선생님... 죽을 것 같아요~ 했더니 그냥 웃으신다. 성경과 내가 아끼는 책을 가죽으로 바인딩하겠다는 야무진 첫 다짐은 벌써 마구 흔들리는 중이다. 지금처럼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책을 만들기 전까지는 분명 이런 작업들을 일일이 손으로 했다는 얘기인데, 정말 그 수고와 노력이 놀랍다.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라는 주변 친구들 보란 듯이 멋진 책을 만들어 볼테다... 나의 첫 번째 작품을 가족들에게 선물하려 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내가 가져야겠다.

이렇게 확실한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를 거부하다니.... 나중에 엄청 후회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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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2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빠라기가 새로운 판으로 다시 나왔군요!
아아. 언뜻 보기로도 예쁘게 나온 듯한데,
아무튼 언제나 문제는 번역일 테지요 ^^;

그나저나 대단한 공부를 하시네요.
책장과 얽혀서
이세 히데코 님이 선보인 그림책이 있어요.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였지 싶은데
차근차근 꼼꼼히 익히셔서
착한시경 님이 아끼는 책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으시기를 빌어요.
두근두근 기다립니다 ^^

착한시경 2014-03-31 19:52   좋아요 0 | URL
소개해주신 그림책,,,꼬옥 읽어볼께요^^ 아끼는 책에 숨결을 불어 넣으라는 말씀~ 와 ~넘 멋져요~^^ 열심히 해보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계룡문고 사장님 말씀 들으니 이게 바로 서점이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인것 같군요.
서점이 독자와 모임을 연결해서, 그러니깐 읽기 모임 같은 거 말이죠.
굉장히 좋은 기획인데요. 많은 소규모 서점들이 그런 모임을 주선했으면 하네요.

착한시경 2014-03-31 19:55   좋아요 0 | URL
지역서점이지만...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서점이랍니다...
출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서점, 독자, 작가 그리고 출판사가 서로 협력해서
공생해야 한다고 얘기하셔서~공감했는데...쉽지 않은 일일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4-03-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이용하시는 서점도 있으시고...부럽네요^^ 북바인딩은 손과 힘이 많이 가는듯하여 선뜻 하겠다 용기낼순 없지만 시경님 작품 기대하겠어요^^

착한시경 2014-03-31 19:57   좋아요 0 | URL
제가 해보니...눈썰미와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더라구요,,,
이번주 수요일에 드디어 첫번째 작품이 완성되겠네요~
제가 사진으로. 올릴께요^^

페크(pek0501) 2014-03-2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남의 서재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서점에서 잘생긴 책들이 쌓여 있는 것도 좋은 구경이라서
동네 서점에 드나들지요.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책을 하나 사서
들고 오기도 하지요. 인터넷 서점이 책값이 싸긴 하지만 이렇게 동네 서점에서도
구입해야 동네 서점이 사라지지 않겠죠. 형편 어려워 문 닫는 서점이 많잖아요.

인터넷 서점이 계획적인 구매라면 동네 서점은 즉흥적, 충동적 구매예요.
둘 다 좋아요. ^^

착한시경 2014-03-31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꼬옥 한번 일해보고 싶기는 해요,,,
그냥 책이 많은 곳이 좋으니까요~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이나 참고서만 파는
서점을 보면 안타까울 뿐,,,앞으로는 좀더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