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고요한 생활, 가치있는 일, 조화로움은 단순히 삶의 가치만이 아니다. 그것은 조화로운 삶을 살려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에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이상이고 목표이다. 현대 문명의 중심지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은 그러한 가치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것, 다시 말해 복잡함, 불안, 낭비, 추함, 소란 따위가 삶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서양 문명의 도시 한복판에 들여 놓은 것들이다.

- 조화로운 삶 18쪽에서 -

 

 

 

 

 

"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되]든 대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 아니면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더 나은 길을 찾아 성실히 사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을 이루며 살겠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더 나아지게 만든다."

 

"조화"의 사전적 의미는 어긋나거나 부딪침없이 서로 고르게 잘 어울림, 모순되거나 어긋남 없이 서로 잘 어울림을 뜻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환경, 인간과 사물 등이 서로 공평하게 어울려 부딪침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어긋나거나 부딪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간 사람들이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부부이다.

 

 

 

 

 

 

 

 

 

 

 

 

 

 

 

 

 

 

 

 

 

 

 

 

 

 

 

 

 

 

몇년 전부터 나는 이들 부부가 쓴 책들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이 부부의 책은 주로 보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 출판사 대표인 윤구병의 변산 공동체 마을 역시 늘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삶은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하기에는 나는 도시의 편리함을 너무 사랑한다. 얼마 전 귀농을 이야기하는 남편에게

"나는 비닐 장화보다는 아직 가죽 부츠가 더 좋고, 막걸리보다는 아메리카노가 더 좋아"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역시 이성적으로 안다는 것과 그것이 삶에서 실천되기란 힘든 일이다. 니어링 부부는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어디까지나 교환의 수단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얻는 매개체일 뿐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돈 때문에 너무나 피곤하다.

오늘 하루동안 내가 지출한 돈의 대부분은 먹는데 사용한 것이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고, 저녁 준비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며 식료품을 구입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는 아들에게 피자를 사줬다. 그렇다고 자본과 교환한 먹거리들이 나와 가족의 몸을 살리는 좋은 음식들도 아니다. 니어링 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최소화시키고 그것들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시간적 여유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삶을 선택하기에 나는 너무 도시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고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할 용기도 부족한 것 같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빵을 벌기 위한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육체척으로나 정신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사흘만 온전한 자유가 허락된다면 우선은 가방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책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웨터와 청바지를 챙겨 넣고, 꼭 운동화를 신겠다. 그리고 핸드폰 대신 MP3를 가지고 가겠다.

한적한 바닷가 근처라도 좋고, 적막한 겨울산도 좋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더 좋겠다. 외롭기 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즐겨보고 싶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우 실현하기 힘든 소망이 될 것으로 본다.)

 

친한 친구와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운명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모른다는 것과 현재 되어지고 있는 것이 기도의 응답이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

잡다한 생각들을 단순화 시키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말들을 붙들고 두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

 

니어링 부부의 책을 읽으며 기뻐하고 마음 설레이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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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말은 '조화'이고 한국말은 '어울림'이에요.
그러니까, 풀과 흙하고 어울리고,
이웃과 동무하고 어울리며,
숲과 바람하고 어울립니다.
고운 사랑하고 어울리고,
맑은 꿈하고 어울려요.

어우러지는 삶일 때에 저절로 웃음과 노래가 피어나겠지요.
니어링 부부는 이녁 스스로 넓은 땅을 마련해서
하루 네 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이녁 스스로 누리기를 꿈꾸며
그 길로 갔어요.

마음 설레는 꿈을 품어 보셔요~

착한시경 2014-01-15 10:32   좋아요 0 | URL
와~어울림이라는 예쁜 우리말이 있었네요^^ 자연과 어울리며...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삶을 선택하는게 왜 이리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요?? 욕심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마음을 좀 버려야 할텐데...ㅠ.ㅠ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따사로운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4-01-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라고 합니다.

님 글 챙겨서 읽고 있어요. 사진도 너무 멋지구요.
위의 인용해주신 것들 오늘 하루 종일 생각날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착한시경 2014-01-15 10:34   좋아요 0 | URL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 단발머리님 서재구경 갔었어요~ ㅎㅎ
부족한 글과 사진을 챙겨봐주시고...이리 칭찬까지 해주시니 부끄럽고 감사해요~앞으루도 자주 뵈어요~

페크pek0501 2014-01-1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제목이 좋습니다. 제목이 좋으니 글도 좋군요.^^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 욕심 없는 소박한 삶이 그려집니다.

착한시경 2014-01-15 16:57   좋아요 0 | URL
잠이 오지 않아 밤에 책 뒤적거리다 쓴 글인데...칭찬 감사합니다. 니어링 부부의 삶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전 너무 게으르네요... 대신 제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으려 노력하려구요...

서니데이 2014-01-1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을 자주 바꾸시는군요. ^^ 그것도 매번 직접 찍은 사진으로요. 그래서인지 올때마다 조금은 새롭고 낯선 느낌도 받는데, 사진에서 백열등같은 불빛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 착한시경님 서재에 니어링부부에 관한 카테고리를 봤습니다. 이분들의 책을 많이 읽으시나봅니다. 저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잘 모르는 분들이라, 앞으로도 착한시경님의 페이퍼를 계속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날은 춥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착한시경 2014-01-15 16:59   좋아요 0 | URL
심심해서... 자주 바꾸게 되네요..ㅎㅎ 예쁜 카페를 찾아가서 책 읽는게 유일한 취미예요... 서재 사진도 일요일날 갔던 빈티지 카페 사진이랍니다. 겨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책 읽는게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