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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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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보내는 편지만큼 귀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또 그러한 편지를 보낼 소중한 이를 가진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이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으면서 느낀 부러움이란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오랜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안부를 묻고 수없이 많은 소식을 전한 두 사람의 편지로 이루어진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그 안에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 배려와 존중, 애정이 담겨있다. 때로는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위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다 생각 될 정도로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는 글은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를 보여준다. 신뢰가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대화도 이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는 느낌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것의 깊이를 모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나란히 서서 함께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만큼은 뚜렷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었다. 아. 이 두 사람은 언제까지고 함께 하겠구나, 하는 생각. 믿음. 부러운 마음에 어디 나도 한 번 그 사이에 껴보자, 하는 심정으로 끝까지 책을 놓지 않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진심.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심. 세상을 향한 진심. 상대방을 향한 진심. 그 모든 진심이 가득 담겨있기에 이 책은 잔잔한 울림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끝이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나란히 서서 나아가고 있을 두 사람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니까. 이 책을 읽은 이라면 절대로 잊지 못할 그 모습은 가슴에까지 스며들어 두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지만, 한 줄 한 줄이 마음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끝내는 깊숙히 들어오고 마는 글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두 사람의 글을 읽다보면 온 몸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인연을 찾고 싶다,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 생각하며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을, 관계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이 안에 담겨 있으니, 그야말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글 답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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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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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책 제목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무려 '편견' 앞에 붙는 '다정한' 이라니. 낯설다 못해 어색하기까지 한 제목이 그냥 지나치려는 나를 붙잡아 세웠다.

 

편견에 다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 여리디 여린 누군가를 위한 하얀 편견? 제목 앞에 멈춰선 채 그 안에 담겨있을 이야기를 짐작해보았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이거다!'할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을 더 생각해 보았지만, 한계였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떼서 책을 펼쳐들었다.

 

<다정한 편견>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좌우로 한 페이지씩, 즉 단 한 장 안에 들어가는 짧은 이야기들이 책 안에 가득했다. 저마다 다른 시간, 다른 고민,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게다가 짧고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으레 가지고 있는 혼란스러움이 없다는 것 역시 이 책의 강점이었다. 각각 다른,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대는 통에 현기증이 일정도로 정신없는 것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작은 물결 같은 책. 그야말로 짧은 글들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책 자체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절반은 '체험'이고 나머지 절반은 '주장'"이었다. 작가가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절반. 그 절반은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꼭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딘가 그리운 향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모습이 눈앞에 훤히 그려져 나도 그 옆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가 오랜 시간동안 머리로, 또 마음으로 치열하게 고민함으로서 얻은 나머지 절반. 그 절반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스며드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 읽을 때는 확, 하고 와 닿지 않지만 천천히 곱씹으면 좋은 양분이 되어 나를 자라게 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절반이 더 좋았지만, 어느게 더 '뛰어나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짧은 글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노력의 흔적들은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지 않을 수 없어 무엇 하나 쉽게 대할 수 가 없었다. 한 권의 책 안에 많은 것들이 꽉꽉 채워져 있는 느낌이었다.

 

생기로 가득찬 이야기가 버겁거나, 깔끔하게 정돈된 이야기가 부담스러울 때 나는 이 책을 읽으라고 하고 싶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물결 위에 있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진정될 것이고, 제법 '다정한' 책 앞에 미소짓게 될 것이다.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곳을 펼쳐 읽을 수 있는 즐거움마저 갖추고 있으니,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퍽 즐거울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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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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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쓴 리뷰 도서 <나의 사적인 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책이 바로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름을 제목에 집어넣은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없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삶의 에너지로 가득한 이야기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지기 때문이다.

 

<나의 사적인 도시>가 차분하게 정제된 느낌을 준다면 이 책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는 생으로 가득 차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느낌을 준다. 사람의 삶이 이토록 생생하게 들어있는 이야기는 결코 흔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생기가 넘쳐흘러 반짝이는 이야기들은 사람을 홀려버리고 만다. 쑥 하고 끌어 당겨 푹 빠지게 만드는 힘이 그 안에 있다.

 

작가인 그가 만난 사람들, 그가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공간들, 그가 지나왔던 시간들, 그가 살아온 삶들. 그 모든 것들이 한 데 어우러져 이야기된다. 손을 가져다 대면 그 따뜻한 온기가 묻어나올 만큼 멋진 이야기가 책 안에 가득하다. 그리고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야기꾼의 능력도 장난이 아니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생동감 넘치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보고)있으면 시간가는 것도 모를 지경이다.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거지면서도 거지가 아니었던 누군가와 꽁지머리 여학생 같은 잔잔한 인연의 이야기는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 <홍합>의 등장인물이었던 네 여인네와 예쁘고 운동도 잘했던 난이 누나와 같은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하지만 그 속에 사람뿐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힘을 가지고 보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날 것 그대로인 듯하지만 어느 정도의 리듬을 가지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멈춰 설 틈을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생각할 시간도 아까울정도로 푹 빠지게 만들었던 책. 멈춰서는 시간이 아까워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책. 그래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기꺼이 즐겼던 책.

 

누구라도 반하고 말 책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얻는 것도 느끼는 것도 모두 다를 테지만 이 책을 기꺼이 즐길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니 진짜 '이야기'를 만나고 한 장 한 장이 안타까울 정도로 빠르게 넘어가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삶을 느끼게 될 때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테니까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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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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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책을 보는 신간평가단의 능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책이 오는 것에 매번 아쉬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어쩜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으로 똘똘 뭉친 책들을 골라내는지. 특히나 이번에 선정된 <나의 사적인 도시>와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책의 존재는 놀라움을 넘어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읽는 내내 이 두 책의 저자들이 만난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가 매우 궁금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그러나 왠지 모르게 닮은 듯 한 느낌의 책이랄까. 꽤, 아니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먼저 이야기해 볼 것은 <나의 사적인 도시>이다. 박상미 작가의 책 <나의 사적인 도시>는 서문에서 직접 밝힌 것처럼 그녀가 그녀의 '블로그에 기록한 글들을 간추리고 수정한 결과물'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뉴욕에 살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뉴욕을 경험했고 그 이야기를 블로그에, 그리고 이 책안에 담아냈다. 그야말로 그녀의 도시가,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책이자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을 담고 있지는 않다. 수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자체가 그녀만이 가진 매력인 것 같다. 깔끔하게 정제된 느낌. 만지면 하얀색이 묻어나올 것 같이 투명한 느낌. 미술과 철학을 아우르는 이야기는 삶을 넘어선, 그러면서도 죽음에서는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생동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게 굳어있지도 않다. 몸으로 겪은 것을 머리로 끊임없이 담금질한 결과라고 할까.

 

그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의 '스토리'로 전달되지 않는다. 한 번에 쑥 빨아 당겨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에 사람들을 멈칫하게 만든다. 생각하게 만들고 감탄하게 만든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값지게 느껴지고 곳곳에 줄을 긋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 장 한 장에 담겨있는 것들의 무게가 굉장하기 때문에  한 권을 다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온 신경을 다해 공들여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까만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라는, 아무것도 알지도 읽지도 얻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사적인 도시>의 매력이 묻어있는 부분이자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던 부분을 몇 개 소개하자면 이렇다.

 

"오늘 휘트니에서 리처드 터틀의 전시를 보았다. 전시장 구석에 조그맣게 관을 만들고 조용히 거기 들어가 누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느 연작을 보면서는 눈물이 났다. 결국 나를 깊숙이 건드리는 것은 이런 미학이다. ((생략)) 나보다 나은 어떤 것을 위하여 나의 삶을 바치는 것. 눈물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4p)"

 

"그때 나는 내가 경험했던 무언가를 공감했다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경험했다. 나 자신의 추락보다 훨씬 직접적인 추락의 경험이랄까. 전대미문의 추락. ((생략)) 미스터리는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정말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미스터리의 부재는 눈에 보인다. 바로 갈망하게 된다.(31~32p)"

 

"하지만 배움은 절대로 억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배움은 자유로워지기 위한 것이다. 결국 미술은 '마음대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수영의 기본을 익히고 꾸준히 훈련해야 저기 보이는 섬까지 자유로이 헤엄쳐갈 수 있듯, 미술도 보는 능력을 키워야 '마음대로' 보는 감상이 가능한 것이다.(42~43p)"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곳에서 나는 멈춰 섰고 생각하고 감탄했다. 이미 읽은 부분도 다시 돌아가 내가 무언가 놓치지 않았을지 심열을 다 해 훑어보았다. 이것이야 말로 이 책이 지닌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어렵다. 하지만 그런 만큼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야기 속에 응집된 어떠한 힘이 마음을 끌어당기고 이어서 눈과 머리까지 유혹해 버린다. 기꺼이 유혹당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책이랄까.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모든 시간과 마음과 정신을 이 책에 빼앗기고 말 것이니, 너무 쉽게 접근하려하지 말기를 경고하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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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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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병명이 표지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책들은 그 안을 보기 전에 이미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감정에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그런 책임을 누구나 쉽게 눈치 챌 것이다. 그리고 그 눈치챔을 십 분 이용해 나는 그런 책들을 일부로 피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뽀르뚜가 아저씨가 죽는 부분을 읽을 때 마다(심지어 앞부분 다 뛰어넘고 그 부분만 따로 볼 때에도) 매번 울어버린다거나 역시 볼 때 마다 한 장을 채 넘기지 못하고 오열하는 통에 아예 화장실에 서서 세수하면서 <1리터의 눈물>을 읽는 과잉 감정 인간인만큼, 그런 책은 내게 굉장히 치명적이다. 책을 읽는 날은 물론 심하면 그 다음날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져 우울함의 끝을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 류의 책을 읽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반응, 즉 자기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대신에 혼자 슬픔에 허덕거리며 내가 가진 것의 무게에 짓눌려 '왜 이 사람이 아닌 내게 이런 것들이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는 스스로를 알기에 크게 마음먹지 않는 한 호기심으로라도 그런 책은 펼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받았을 때 나는 '올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표지에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라는 문구가 떡하니 적혀 있는만큼 이 책 역시 굉장히 버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마 펼칠 용기를 못 내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아무 일정도 없는 날에 마음먹고 앉아 책을 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한 장을 넘겼다. 그리고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없이 마지막 장 까지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은 파킨슨병을 앓는 저자가 자신의 병과 그를 이겨나가는(혹은 버텨내는) 과정에 대해 쓴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병에 대해, 그리고 그로인한 변화와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게 주를 이루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이야기를 할 때에도 과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에 저자는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겪었던 일들, 깨달음, 그리고 병을 앓으면서 얻은 새로운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눈 앞의 한 발짝에 집중할 것, 저를 버리지 않는 풀이 되고싶다 생각하며 희망을 기다리고 그 희망이 찾아왔을 때 온몸으로 껴안을 것,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 것 등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들을 저자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경험과 함께 풀어내는 그러한 이야기들은 하나 하나가 가슴에 콕콕 박혀 들어온다. 특히 "버티는 것이 답이다"라는 부분에서는 힘들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회피를 갈망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말하고, "삶과 연애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은 희망 그 자체인것 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마냥 빛나기만 하는 삶이 아님을 우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늘 감사하고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희망을 껴안는 그 자세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걱정했기 때문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이 책으로 인해 얻은 것은 그 이상이라고 하고 싶다. 진심이 담긴 조언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는 "~병"이라는 문구를 가지고 있다해서 겁부터 먹지 말라는 교훈도 함께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랄까. 힘이 들 때면, 헤매일 때면, 희망을 껴안고 싶을 때면 찾을 수 있는 책을 만났음에 즐거운 마음이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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