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에너지 - 신묘한 나라의 놀라운 사람들
홍대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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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극단으로 나뉘어있는 듯하다. 소위 '국뽕'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하늘 높이 솟구쳐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헬조선이라며 한국에서의 삶을 지옥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비판이 필요한 부분에도 "그래도 우리나라는 어디어디보다 살기 좋아~"라거나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라며 가볍게 넘기려 하고, 후자의 경우 응원과 박수를 보내야 하는 부분에도 "그래봤자지. 우리나라는 글렀어."라거나 "고작 저런 거 가지고?"라며 혀를 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어느 쪽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기에, 우리는 긍정할 부분은 긍정하고 부정할 부분은 부정하며 더욱 발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한국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다 자세히 알아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 초석을 다져주는 것이 바로 책 <한국인 에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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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에너지>는 과거부터 시작해 현재를 거쳐 미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여러 방면들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와 문화, 언어 등 다양한 방면을 통해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되새기며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들과 반성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나뉘며, 각 장의 주제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 한국인 에너지는 무엇인가?

첫 번째 장에서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근간의 에너지와 문화유전자에 대해 살펴본다.


이 장에서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끝없이 타오르는 한국인의 에너지를 신명과 신기에서 찾으며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들려주고, 미국인 작가 펄벅의 말과 영웅 고 이수현 씨의 일화, <산해경> <설문해자> 등 여러 중국 서적들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감탄했던 한국인의 어질고 착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인의 자유분방한 기질과 뛰어난 손재주 등 한국인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또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에 대해 알아본다. 나아가 각각의 에너지와 본성과 문화유전자들이 미래에 어떤 역할들을 해나게 될 것인지 전망을 살펴본다.


총 6개의 장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장으로, 예로부터 이어져온 한국인의 다양한 성향과 기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국인만의 장점들을 되새기며 장점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저자의 해석에 공감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들도 더러 있다. 한국인의 예술성을 자유분방한 기질에서 보는 부분, 한국인의 손재주를 젓가락 사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부분, 한국인을 우뇌의 달인, 감잡기의 선수들로 보는 부분은 주장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예시도 조금 모호하게 느껴진다.


2. 얼과 혼을 잃어버린 한국인

두 번째 장에서는 현대에 들어 한국의 문화와 특징보다 외국의 것을 더 좋아하는 현대의 행태에 살펴본다.


이 장에서는 대화할 때 영어를 꼭 섞어서 말하고, 한식보다 양식을 더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한국의 기념일보다 외국의 기념일을 더욱 챙기는 등 일상에서 나타나는 문화 사대주의적인 태도를 짚어본다.


이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우리의 태도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나아가 지난날의 태도를 반성하고 바로잡을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되어준다.


3.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세 번째 장에서는 현재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희생하고 또 노력해온 영웅들을 알아본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과 오랜 세월 한국의 귀한 문화를 지켜온 분, 나아가 다른 나라의 소중한 생명들을 위해 노력해온 분 등 여러 영웅들을 짧게나마 알아보고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장은 특히 모국뿐 아니라 타국을 위해 노력해온 영웅과 한국인이 아님에도 한국을 위해 애써준 외국인 영웅도 함께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땅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웅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든든하고 따뜻한 마음이 들면서 단단한 무언가를 딛고 서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4. 한국 속의 세계, 세계 속의 한국

네 번째 장에서는 옛 기록들을 바탕으로 과거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교류한 역동적인 국가였음을 알아본다.


이 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작은 땅덩어리에 고립된 작은 나라에서 그친 것이 아닌 세계로 뻗어나가 여러 국가들과 교류한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발전적인 나라였음을, 우리의 근간은 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덕분에 우리의 역사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알아볼 수 있다.


5. 문화유산, 새로운 국부창출의 보고

다섯 번째 장에서는 한국인도 잘 모르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성장해나갈 방법들을 제시한다.


강리도와 비봉리 목선같은 우리도 잘 모르는 뛰어난 업적, 고인돌에 숨어 있는 별자리,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이런 게 있었어?!"라며 놀랄만한 것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저자는 '뛰어난 우리의 전통이니 알고 지키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를 발판으로 더욱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나름의 고민과 생각들을 들려준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이 제법 매력적이다.


6. 팍스코리아나를 향해

마지막 여섯 번째 장에서는 과거 로마가 지중해의 주인이 되어 약 200년간 평화를 누렸던 '팍스로마나' 시대처럼 우리도 미래 '팍스코리아나'의 꿈을 키워야 한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그 방법들을 살펴본다.


이 장을 읽다 보면 팍스코리아나라는 것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제법 괜찮은 꿈임을 알게 되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이 제법 설득력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미래의 성장을 위한 것임을 새삼 느끼면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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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낀 <한국인 에너지>의 강점은 너무 깊지도,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게 깊이를 잘 지키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읽느라 급급하지 않고 내 생각을 덧붙여 가며 독서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러 방면에서 한국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사실과 지식을 알리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시각과 해석, 주장이 더해진 덕분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내 생각과 시각을 더해볼 수 있었던 것도, 깨닫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도 이 책이 가진 다른 장점들 덕분이었다. 각 장마다 따로 덧붙인 장점들까지 있을 정도니, 그만큼 괜찮은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냥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긍정에 좀 더 치우쳐 있긴 하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살펴보는 책이자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펴보고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 <한국인 에너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읽어보면 제법 재미있는 시간과 함께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만을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이 없으면 국가는 미래를 향해 ‘항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표류‘하게 될 뿐이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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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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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이고 암울하고 고통에 가득 찬 이야기는 듣는 이를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남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도, 공감 능력과 이해력, 포용력이 높은 사람도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듣다 보면 그 자신의 감정과 생활마저 무너져버리게 된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은 예고 없이 뒤집어쓰게 된 구정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맣게 물들여 버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를 거부하라고 남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관련 영상과 책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기만의 울분과 슬픔과 분노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기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할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을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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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의 주인공 엘렌은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겪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잘나가는 동네 의사인 그에게는 굉장히 다양한 환자들이 찾아온다. 치질과 항문 가려움증으로 찾아온 사람부터 심리상담사에게 가져갈 소견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 건강과 관련된 노력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진료만 받으러 오는 사람, 귓속에 습진이 있거나 다리나 손, 목 등이 아픈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증상과 이유로 사람들은 병원을 찾아 엘렌의 앞에 서고, 엘렌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필요한 조언을 하거나 처방을 내려준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을 쏟아내길 원한다는 것이다. 엘렌은 책의 초반부터 말한다. "환자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천천히 접근하라고, 현재에 만족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결코 귀담아듣지 않는다."(12p)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의 말을 뒷받침해 준다.


하루 열 시간을 일하며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가 긴장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와인을 마시며 드라마를 보는 것. 하지만 이 역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낄 정도로 너무 많은 술을 마시고 있으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콜 중독. 여기서 더 큰 불행은 그런 그를 말려주고 보살펴줄 수 있는 남편은 매사에 무심한데다가 엘렌 못지않은 스키 중독이라 저를 보호하기 위해 엘렌에게 제대로 주의를 주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사는 지역의 문화는 또 어떤가. 겉보기에는 자유롭고 포용력 있는 곳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규칙이나 관례가 없이 모두가 평등했으나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 있었다. 다른 문화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정원을 정돈하거나 집 안을 깨끗하게 치우는 등 일상에서 긴장감을 가지거나 여유 없는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는 것, 약속에 대해 예민하게 굴면 안 된다는 것 등 보이는 규칙보다 더욱 숨 막히는 규칙들이 존재한다. 엘렌은 그 규칙에 긍정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제법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 환자들과의 시간, 보이지 않는 여러 규칙과 직업상의 이유로 스스로에게 행하는 억압, 권태로운 남편과의 관계, 하나도 힘든데 이 모든 것들이 섞인 엘렌의 일상은 평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최악에 가깝다. 그리고 더욱 최악은 남편과 결혼하기 전 만났던 옛 연인과 재회하게 된 데다가 그와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엘렌은 제목 그대로 '바람난 의사'가 된다.


과연 새로이 시작된 관계는 그를 어떤 길로 이끌어나가게 될까. 끊임없이 찾아오는 환자들과 지역 주민들, 그러니까 미친 이웃들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는 것 같은 그의 생활은 바뀔 수 있는 걸까.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은 엘렌에 대한 걱정과 답답함과 이해심과 배신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안고 끝까지 달려가게 만든다.


*


처음 엘렌이 바람을 피운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바람을 피운 데에 어떤 변명이 더 필요할까. 그는 무조건 유죄였다.


하지만 그가 받고 있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그가 자라온 환경과 그를 둘러싼 환경들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냐고 붙잡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 한편에는 등짝을 한 번 세게 내리치고 그의 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를 구제하거나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최악으로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무엇보다 그는 자기 연민만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시종일관 시니컬한 말투로 환자들과 스스로에 대한 어리석음을 토해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에 뜨끔하기를 몇 번이었다. 게다가 그는 수없이 노력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체념하고 포기하면서도 묵묵히 성실하게 제 역할을 해나갔다. 그에게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규칙이나 규율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간섭과 애정을 쏟아낼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엘렌의 이야기와 그가 오랜 세월 여러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얻은 날카로운 시선은 예민하고 병들어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었다.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와 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게나마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스스로를 긍정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스스로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괴로워했다면, 지금은 '속으로 욕 좀 하면 어때. 말과 행동이 좀 다르면 어때. 그게 뭐가 대수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물론 이게 지나치면 문제가 되겠지만)


유쾌한 제목으로 인해 가볍게 봤다가 (긍정적인) 뒤통수를 맞았던 책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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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 모두는 돌려받을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불쌍히 여긴다. - P42

요즘 보면 자기가 특별히 예민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더라. 그런데 사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은 없어. 우리는 모든 예민해. 그 예민함 덕분에 종일 두려움에 떨지. - P169

나는 인간들을 향해 끊임없이 비웃음을 날린다. 그중에서도 나라는 인간을 가장 많이 비웃는다. 내 자신과 내 생각을 비웃는다. 보고만 있어도 우습다. 여기서 우스꽝스러운 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누가 웃는 걸까?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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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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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인파가 밀집되는 오프라인 매장을 피해 안전한 집 안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선호하던 연령층들도 랜선 쇼핑을 시작하고, 대표적인 오프라인 매장인 전통시장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뛰어드는 등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온라인 시장이 커졌으니 오프라인 시장은 작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브랜드의 색과 매력, 가치를 내세운 오프라인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역주행, 역발상'이라는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의 편리성도 좋지만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의 편리성을 이길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무언가를 사기 위한 공간이 아닌 경험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전략과 오랜 고민이 필요하다.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는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국내 매장들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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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는 공간 디렉터 정은아의 신작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공간들을 분석, 공간과 관련된 여러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공저로 지은 전작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가 코로나 이전, 공간에서 취향 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신작은 코로나 이후 시대에 맞게 달라진 심리와 공간들을 살펴본다.


"PART1. 괜찮았던 것이 괜찮지 않아진 세상"에서는 제목 그대로 이전과는 달라진 현시대와 그에 맞게 변화한 공간들을 살펴본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변화한 공간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이 파트에서는 크게 네 가지 공간을 살펴볼 수 있는데, 먼저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과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한 공간들을 살펴본다. 실내에서도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를 만들고, 프라이빗 한 공간을 만들고, 위생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으면서 하나의 훌륭한 인테리어가 되는 쇼케이스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마스크 사용 증가, 온라인 쇼핑 증가 등으로 늘어난 쓰레기들을 보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위해 변화한 공간들을 살펴본다.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과 제로웨이스트 상점들을 통해 친환경적인 브랜드와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본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역이라 알고 있는 브랜드들을 보며 반가움을 느꼈다. 다만 분량이 적은 것이 아쉬워 '클린뷰티'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비대면 소비 방법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는 구독 서비스를 활용해 사람들을 공간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온 오프라인 융합 형태를 살펴본다. 짧고 가볍게 알아보는 정도이긴 하지만 이런 전략도 있구나, 생각하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거리가 멀더라도, 시간을 들여 기다려야 하더라도 기꺼이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공간들을 살펴본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프라이빗 한 시간을 보낼 수 있거나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소개된 터키식 모래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샌드 커피 논탄토'와 자연과 어우러진 서점이자 카페 '어쩌다 산책'은 다음에 방문해 볼 곳으로 따로 체크해놓았다.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공간들을 알게 된다는 점이 독서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었다.


"PART2. 매일 새로운 오늘, 우리가 공간을 소비하는 법"에서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맞춰 새로이 등장한 공간들을 살펴본다. 이 파트에서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취향을 사러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들과 그들에 맞춘 공간들을 시작으로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닌 경험을 위해 존재하면서 공간에서의 경험이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공간들, 온 오프라인이 융합되고 서로 간의 긍정적인 순환을 만들어내는 공간들을 알아본다.


이 파트 역시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공간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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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를 무척 재미있게 본 터라 저자의 신작 소식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만큼 즐겁고 유익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미래 내가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어떤 공간을 만들면 좋을까, 다음에 어디를 방문해 볼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읽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을 정도였다.


변화하는 시대와 공간을 살펴보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 사람, 요즘 트렌드를 알고 싶은 사람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콘셉트와 그 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 그리고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브랜드스러움‘이 일관성 있게 표현되어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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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에게 -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60가지 팁
송정연.송정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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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처음 하는 일은 서툴고 부족할 수밖에 없고, 때론 실패를 하거나 아예 망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수 없이 능숙하게 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특히 스스로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밀며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다그친다. 안 그래도 처음이라 힘든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자꾸만 채찍질한다.


그런 우리에게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에게>는 처음이니까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을 걸어온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니까 서투를 수 있다고, 대신 이렇게 해보면 더 좋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여줌과 동시에 실질적인 조언을 함께해 준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에게>는 방송 작가로 오랫동안 일해온, 앞서 길을 걸어간 인생 선배인 두 저자(송정연, 송정림 자매)가 들을 위해 들려주는 애정 어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기를 바라며, "모르는 것이 많아 자기도 모르게 무례" 하지 않기를, "상처받고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며,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적어놓은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첫 번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 두 번째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셀프컨트롤, 세 번째는 멋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애티튜드, 네 번째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성장과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관계 맺기 파트에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여러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사회생활'하면 떠올리는 상사와의 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 간의 관계, 남녀 이성 간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조언을 들려준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앞으로 맺게 될 관계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또한 저자는 긍정과 부정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관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어떻게 하면 좋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거절하고 좋지 않은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 준다. 나아가 소중한 사람과 이별했을 때 그 슬픔을 다스리는 방법까지 담고 있어서 아들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확 와닿았다.


두 번째 셀프컨트롤 파트에서는 막막하고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조바심이 들 때, 자꾸만 걱정이 될 때,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지, 탈모가 시작되거나 불면증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을 듬뿍 담아 조언을 들려준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해라'처럼 틀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주제로 구체적인 경험을 담아 건네는 조언이 참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 파트에서는 어쩌면 아들은 이미 잊어버렸을 과거의 순간들을 추억하며 건네는 이야기가 콕 하고 박혀들었다. 힘든 고3 시절 음악으로 버틴다던 아들의 말을 추억하면서 반대로 인생이 자꾸 힘들게 할 때 음악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글은 내 마음까지 찡하게 만들었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에 몰입도가 더욱 높아졌다.


세 번째 애티튜드 파트에서는 사회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매너와 멋진 어른이 갖추어야 할 에티켓들을 알려준다. 이 파트에는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이지만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인사하는 방법부터 명함을 주고받는 방법, 이메일을 주고받는 방법 등과 더불어 식사 에티켓, 옷차림 에티켓, 미술관/음악회 에티켓 같은 실용적인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또 꼼꼼하게 읽은 파트였다.


마지막 네 번째 성장과 성취 파트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또 실천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공을 바라기에 앞서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고, 내게 있어 돈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하게 해주며, 보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엄마의 생각을 얘기해 주는 등 성숙한 내가 되기 위해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그와 관련된 조언들을 아끼지 않고 들려준다. 모든 조언이 확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오늘의 내 모습을 점검하고 미래를 위해 생각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파트였다.


*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너에게>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책 속에 녹아있는 온기와 애정이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 것이다. 소주제 하나하나에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문장 사이사이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이 담겨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아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것 같은 어체 덕분에 내가 그 대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집중했으며,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잔소리와 조언은 한 끗 차이라고, 때론 좀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나 '이건 좀...'싶은 부분도 있었다. '아들이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때문인지 지나치게 정론처럼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애정과 바람을 알기에 그냥 넘겨버리는 대신 일단은 마음속에 저장하게 됐다. 말로 했다면 "이렇게 해야 해!"라는 결론만 남아 잔소리로 느껴졌을지도 모를 것들이 앞뒤 이야기와 함께 글로 전달됨으로써 가슴에 담아두고 차근차근 곱씹어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사회 초년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 처음이라 서툴러 하는 것들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이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지금 시점에서 어떤 고민들을 해보면 좋을지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읽는 순간에도 읽고 난 후에도 많은 것이 남은, 매력적인 책이었다.




*도서만을 제공 받아 재미있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다른 사람 마음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자. 그래서 지구 한 귀퉁이를 조금이라도 밝게 하자. (생략) 빨리 이뤄지면 좋겠지만 아니면 천천히 다지면서 더 단단해지렴. 속도나 범위는 나중 일이야. 우선 방향을 잘 정해놓고 그대로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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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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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미지의 세계에 가게 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낯선 세계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경험들은 흥미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다가 '내가 주인공이었다면'하며 상상하기도 하고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기도 하는 등 즐겁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 <피터팬>이 그런 것처럼, <기괴한 레스토랑>이 그런 것처럼.






<기괴한 레스토랑>은 회중시계를 든 말하는 토끼를 쫓다가 이상한 세계로 떨어진 앨리스처럼 오드아이를 가진 신기한 고양이를 쫓다가 기괴한 레스토랑으로 가게 된 시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 아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기로 미지의 세계에 가게 된 시아의 모험은 신비롭고 기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아의 모험은 처음부터 험난하다. 그저 고양이를 따라 굴에 뛰어들었음이 다인 시아는 독특한 외향의 남자로 변한 고양이, 아니 요괴 루이의 협박으로 요괴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가 볼 수 있기를 소망하는 거대하고 화려한 요괴들의 레스토랑에 입성하게 되고, 졸지에 레스토랑의 주인 해돈에게 심장을 받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병들어 죽어가는 해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장이 필요한데 그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 바로 시아라는 것. 시아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그 결과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을 얻는다.


이제 시아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 한 달 동안 레스토랑에 머물며 식당 일을 하면서 해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기로 계약한 소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여러 직원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하며 답을 찾아 헤맨다. 해돈에게 인간의 심장이 치료약이라고 알려준 마녀와 함께 사는 것도, 해돈의 병이 나아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요괴가 목숨을 위협해오는 것도, 모든 게 다 낯설고 기괴하기만 한 레스토랑에서 머무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상황 속에서 시아는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긴장감 가득한 여정이 이어진다.


*


<기괴한 레스토랑>의 재미있는 점은 곳곳에서 익숙한 부분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패러디라고 해야 할지 오마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읽다 보면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을 따라 굴속으로 뛰어들어 다른 세계에 가게 되는 부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고, 요괴들을 위한 크고 화려한 레스토랑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여관을 떠올리게 한다. 또 루이가 인간 세계로 나가 해돈에게 바칠 심장을 가진 시아를 데려오는 것은 <별주부전>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러한 요소들은 장단점이 있는데, 익숙한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반부 시아의 모험에 빠져들기 전에 자꾸만 다른 작품들이 떠올라 몰입을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다.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면서 <기괴한 레스토랑>만의 독립적이고 신선한 이야기가 이어져서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좀 아슬아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적인 점은 요괴들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그들이 시아와 함께 나누는 대화에 있다. 요괴들의 사정과 그들이 시아와 나누는 대화는 끝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과거 때문에 울지만 또 그 과거에서 위로를 얻는다는 말, 어둠은 싫어하는 것들만 가려 주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어 하는 것들까지 모두 가려 버린다는 말, 외로움을 파고드는 달콤한 감언이설 등 결말을 향해 지나가는 길이 아닌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들이 책 곳곳에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아가 한 요괴와 함께 나누는 '정의'에 대한 설전으로,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키는 것(방어)과 빼앗는 것(공격)의 차이,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자격,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일어나는 문제점 등 판타지 소설을 보며 생각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에 다시 한번 반했다.


*


책을 읽는 내내 시아의 말과 행동을 응원하다가, 고작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소녀의 어리숙함에 고개를 내저으며 '만약 나였다면'하고 상상하다가, 시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레스토랑의 숨겨진 공간들을 창조해가면서 즐거이 읽었다.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신비롭고 기묘한 모험은 모험 그 자체의 재미와 매력에 또 다른 재미와 매력들이 더해져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1권이 끝나자마자 바로 2권을 찾다가 2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급 우울해졌을 정도였다.(총 3권이라는데, 2권과 3권은 언제 나오려나... 부디 목 빠지기 전에 나오기를)


그만큼 기묘한 분위기도 마음에 박혀드는 문장도 상상 그 이상의 전개도 모두 마음에 들었던 책.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면, 독특한 재미와 매력을 가진 책을 찾는다면 <기괴한 레스토랑>을 권해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둠은 네가 싫어하는 것들만 가려 주는 것이 아니야.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것들까지도 모조리 가려 버려. 그럼 그건 어떡해?

사람은 자신이 감춰 버린 본성을 다른 사람이 드러내면, 그 사람을 비판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만족감을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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