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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일본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잔잔함을 좋아하는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는 더욱 특별하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처럼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까지 말랑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나른한 주말 점심은 물론 목적지로 향하는 무료한 이동도, 한없이 가라앉는 깊은 밤도, 그 어떤 시간도 그녀의 글이 있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녀가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아있음에, 그녀가 그녀의 가슴속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날려 보내고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신간평가단 마지막 책으로 <꿈꾸는 하와이>를 받게 됐을 때의 기쁨은 이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 가 없다. 손으로 쓸면 그 푸르름이 묻어 나올것 같은 표지에 정갈하지만 기묘한 열기를 품고 있는 듯한 "꿈꾸는 하와이"라는 제목. 그리고 그 이름만으로도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그녀, 요시모토 바나나. 햇살이 가득하면서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청량한 10월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책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녀의 손을 통해 그려진 하와이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행복이 가득 담긴 글은 한 장 한 장이 아까워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고, 때때로 마주하는 몽환적인 풍경은 힘겨운 결단으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친구가 있고, 훌라가 있고,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고, 언제나 시작이 있는 섬, 하와이. 그 작은 섬과 그 섬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에 숨이 멎을 듯 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그곳을, 이제는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린 하와이를 보았다면 이토록 매혹될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사람은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을, 자신이 먹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며 누구보다 충실하게 행복과 마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그려낸 하와이가 아니었다면, 매혹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 기묘한 들뜸으로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꼬맹이에게서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보며 질투를 느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꿈꾸는 하와이>는 진주알처럼 소중한 하루하루를 꿰어 삶을 완성해나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꼬맹이와 함께하는 어머니의 모습부터 친구와 함께하는 소녀의 모습, 그리고 훌라를 추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까지 모두 만나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글들. 반짝임으로 채우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언제고 이 책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그 에너지를 받아 나와 내 삶을 꼭 껴안을 수 있을테다.
끝으로, 그녀라는 존재와 그녀의 글은 내게 있어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따뜻하지만 단단하고, 고요하지만 에너지가 있는 그녀의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고, 자신에게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들어내 보이며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벅차오른다. 두근거린다. 그녀와 그녀의 글을 만나고 남는 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 더 지식적이고 조금 더 남는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피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은 모두가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