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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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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잔잔함을 좋아하는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는 더욱 특별하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처럼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까지 말랑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나른한 주말 점심은 물론 목적지로 향하는 무료한 이동도, 한없이 가라앉는 깊은 밤도, 그 어떤 시간도 그녀의 글이 있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녀가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아있음에, 그녀가 그녀의 가슴속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날려 보내고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신간평가단 마지막 책으로 <꿈꾸는 하와이>를 받게 됐을 때의 기쁨은 이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 가 없다. 손으로 쓸면 그 푸르름이 묻어 나올것 같은 표지에 정갈하지만 기묘한 열기를 품고 있는 듯한 "꿈꾸는 하와이"라는 제목. 그리고 그 이름만으로도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그녀, 요시모토 바나나. 햇살이 가득하면서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청량한 10월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책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녀의 손을 통해 그려진 하와이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행복이 가득 담긴 글은 한 장 한 장이 아까워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고, 때때로 마주하는 몽환적인 풍경은 힘겨운 결단으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친구가 있고, 훌라가 있고,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고, 언제나 시작이 있는 섬, 하와이. 그 작은 섬과 그 섬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에 숨이 멎을 듯 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그곳을, 이제는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린 하와이를 보았다면 이토록 매혹될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사람은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을, 자신이 먹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며 누구보다 충실하게 행복과 마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그려낸 하와이가 아니었다면, 매혹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 기묘한 들뜸으로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꼬맹이에게서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보며 질투를 느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꿈꾸는 하와이>는 진주알처럼 소중한 하루하루를 꿰어 삶을 완성해나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꼬맹이와 함께하는 어머니의 모습부터 친구와 함께하는 소녀의 모습, 그리고 훌라를 추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까지 모두 만나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글들. 반짝임으로 채우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언제고 이 책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그 에너지를 받아 나와 내 삶을 꼭 껴안을 수 있을테다.

 

끝으로, 그녀라는 존재와 그녀의 글은 내게 있어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따뜻하지만 단단하고, 고요하지만 에너지가 있는 그녀의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고, 자신에게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들어내 보이며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벅차오른다. 두근거린다. 그녀와 그녀의 글을 만나고 남는 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 더 지식적이고 조금 더 남는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피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은 모두가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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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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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만 가득 찬 '나만의 서재'를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지런히 정렬해놓은 책을 눈으로 음미하고, 손을 뻗어 그 촉감을 즐기며, 조금 쎄한 느낌의 종이 냄새를 들이킬 때의 그 충만감이라니. 책으로 둘러 쌓여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위해서 애써 도서관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일이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때가 가장 멋진 법. 그 멋진 상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에게는 남모를 괴로움이 존재했으니, 이 책 <장서의 괴로움>이 바로 그 증거다. 장서가인 작가가 들려주는 장서의 괴로움은 그저 글로 접하는 것이 다인 독자가 긴장될 정도로 그 스케일이 엄청나다. 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천장이 삐걱거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폭삭 내려앉아(2층 바닥이 1층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버리거나 책이 쌓여져있는 한쪽으로 바닥이 기울어져버리는 대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나은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책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나 앉을 곳이 없는, 심지어 잠자리마저 겨우 확보하는 상태이니 그 스케일이 얼마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물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존재한다. 책에 따르면 작가를 포함한 몇몇 장서가들은 날을 잡아 책을 대량으로 헌책방에 넘기기도 하고, 책만 따로 보관하는 트렁크룸을 빌리기도 한다. 8장에서 소개된 네기시 데쓰야씨의 경우 아예 책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그러니까 '책을 위한 집'을 건축가에게 의뢰해 직접 짓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책을 사는데 쓰이는 돈보다 책을 보관하는데 쓰이는 돈이 더 많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으로, 이쯤되면 이야기를 듣는 쪽에서 먼저 질려버릴 정도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색하고 "이 사람들 이상해!"라고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장서가들이 가지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그것이다. 장서가들은 장서로 인해 겪는 괴로움과 그에 대한 노력과 더불어 장서가로서 가지는 자부심도 함께 가지고 있다. 전자서적을 통해 장서의 괴로움에서 말끔하게 벗어나는 방법이 있음에도 꿋꿋하게 "내 신념을 밀고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괴로워'하며 살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또 "책은 생각보다 무겁다.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길"이나 "트렁크 룸을 빌렸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조만간 꽉 차버린다는 것을 유념하자"와 같은 각 장의 교훈에서는 끝끝내 장서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언급되지 않는다. 즉 장서의 괴로움이란 결국 깔끔한 해결따윈 존재하지 않는 문제며, 어느 정도의 범위를 지키면서 적당히 자제해야하는, 그로인해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는 일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장서로 인한 괴로움은 결국 즐거운 괴로움이란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장서가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평범한 독자인 내가 그 모습에 이끌려 그들을 질투하게까지 만드니 말 다 한거다.

 

한 사람의 애독가로서 깊게 공감하면서도, 그 스케일에 당황했던 장서의 괴로움. 그러나 끝에 남은 것은 묘한 질투심과 부러움, 동경, 그리고 즐거움이란 사실에 '어쩔 수 없지 뭐'하는 초탈한 마음이 든다. 장서가가 가지는 자세를 내가 가지게 되다니. 이걸로 나도 장서가로 입문 하는게 아닌지... 뭐, 뒤늦게 후회하면 뭐하겠는가. 이미 읽은 책 인 것을.

 

어쨌든 가장 중요한건 이 책이 굉장히 재밌다는 것이다. 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진진, 스펙타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겨우 깨달은 기분이다. 아니, 책 자체가 이토록 스펙타클 할 수 있다는걸 깨달은 걸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장서의 괴로움>이건만 평범한 애독가도 장서가로 입문시킬 정도의 마력을 가진 책. 책을 다 읽은 이후는 책임지지 않지만, 한 번 읽으면 푹 빠져들 것을 확신하니 다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가까운 날에 많은 사람들이 장서의 괴로움을 연애 얘기하듯 꺼내놓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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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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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좋아한다.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보았던 중학생 때를 지나,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다시 도전하게 됐던 고등학생 때를 경험한 이후 <데미안>은 내 마음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도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책이자 읽을 때마다 늘 다른 시선과 다른 감정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나를 전율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데미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헤르만 헤세의 팬이 아니다. <데미안>을 제외한 그의 다른 작품들은 언제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 하필 내가 고른 책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의 글은 지나칠 정도로 온순하고 세심하여 쉽게 그 속에 빠져들기 힘들고,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여간해서는 다시 들어가기 힘들다는 특징을 가졌다. 큰마음 먹고 자리를 잡고 앉더라도 끈질기게 붙잡고 있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국 그의 이름을 쫓아 만나게 된 여러 책들은 내 손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러던 중 이거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했던 기대를 안고 보게 된 것이 바로 <헤세의 여행>.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 에세이를 접한 것은 처음으로, 그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책을 펼치는 순간 그려질 풍경들을 상상하며 그의 여행에 합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헤세는 헤세였다.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그의 글은 빠져들기는 어려우면서 튕겨져 나오기는 왜 그렇게 쉬운지. 한 줄 한 줄에 집중하고 한 장 한 장에 매달리며 힘겹게 읽어나갔다. 마지막 장을 다 덮은 순간에도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낸 것이 맞는지 모호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기에, 헤세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장면 장면이 마치 사진을 찍은 듯 선명하게 그려지고 깊은 사유가 느긋하게 흘러간다. 찰나가 포착되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게다가 한 번 빠져들게 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자연 속에서 휴양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보덴호'에서 그와 함께 여름을 맞이하고 '이탈리아'에서 그의 기묘한 꿈에 초대되는 경험은 황홀할 정도다. 이 모든 것은 온화하고 세심한 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헤세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마지막 장을 다 덮은 순간에도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낸 것이 맞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책 역시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며,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에 대한, 그리고 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오직 헤세와 그의 글만이 가능한 일이다.

 

금세 지쳐 포기했던 소설들과 달리 꿋꿋하게 읽어나갔던 책. 에세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의 매력을 알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의 소설에 도전하는 거다. 조바심 내지 않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바라보면서. 그게 바로 헤세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니까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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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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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에세이의 구성이 있다. 첫째 재미있게 잘 읽히고, 둘째 배울 점(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은 물론 철학적인 생각, 삶의 지혜 등)이 있으며, 셋째 한 번 흐름이 끊겨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것. 이런 식으로 구성된 에세이는 가까운 책장에 꽂아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만큼 한 번 발견하면 '이런 게 행복이지'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 책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는 이 이상적인 구성에 들어맞는 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에서 느껴지는 오오라(?)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발견이었다. 먼저 첫 번째, 재미있게 잘 읽힐 것. 표지에서도, 그리고 글 중간 중간에서도 작가가 물리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언급하지만 역시 표지에서도, 그리고 글 중간 중간에서도 '교수'라는 위치가 가지는 위엄이나 거리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온갖 물건들로 가득한 산만하기 짝이 없는 연구실(실제로 책 제일 뒤쪽에 연구실 사진이 나온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과 틈만 나면 다른 곳으로 튀는 통통볼 같은 뇌, 그리고 그 뇌의 주인인 익살맞은 남자의 모습이다. 그만큼 톡톡 튀는 이야기가 하나 가득이고,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엉뚱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갖가지 물건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그에 따른 관심, 관찰력, 대담함은 그의 일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고, 그 이야기가 다시 그의 입담에 의해 책에서 재탄생되니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고 술술 읽혀나간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배울 점이 있을 것. 위엄이나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세삼 작가가 교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물리학에서 보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병따개를 통해 물리학을 설명하며, 물리학자로서 피퀴르, 즉 병의 똥구멍에 대해 얘기하는 등 '물리학 교수'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이어서 비둘기와 피카소의 관계, 모히토의 기원, 구겔호프 빵의 역사 등 온갖 잡지식(잡다한 지식)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을 몇 개만 기억하고 있더라도 아는 것 많다는 소릴 들을 수 있을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마지막 세 번째, 한 번 흐름이 끊겨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것. 사실 에세이는 소설처럼 앞에 내용이 뒤와 이어지거나 전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목차를 보고 원하는 부분만 골라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골라 읽을 경우 책에 몰입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 장 한 장마다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부분을 집어넣는, 그야말로 작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진 작가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장 한 장마다 재미있으면서 신기한 이야기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어딜 펼치더라도 금세 빠져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표지를 봤을 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선명하고 밝은 색보다는 흐리고 옅은 색을, 뚜렷하고 진한 선보다는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선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에는 절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맞지 않는 표지에 기대는 고사하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구성이 맞을 거라고는 문자 그대로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책은 읽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만약 나와 같은 이유로 책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한 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분간 이 책은 내 책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을 것을 확신하는 바이니 나를 한 번 믿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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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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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여행 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출판됐을 때가 생각난다. 잡지나 신문, 서점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홍보에 나는 책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질려버렸었다. 랜드마크를 찍은 알록달록한 사진에 간단한 소개, 위치, 주변 먹거리 따위로 구성된 여행책자(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 중 하나다)정도로 생각했고, 여행 떠날 때 딱 한 번 빼고는 다시는 펼칠 일 없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뻔하지 뭐. 괜히 또 난리야. 그렇게 생각하며 손도대지 않은 채 외면해버렸었다. 그래서 두 번째 여행 에세이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을 받았을 때 꽤나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웬걸. 펼쳐드는 순간부터 나는 이 책에 매료되어버렸다. 먼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0가지 테마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달콤한 유혹 한 조각', '그들처럼 살아보는 하루', '생각이 깊어지는 그곳'과 같이 다양한 테마는 여느 여행책처럼 진부하거나 거리감을 주는 대신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취향에 꼭 들어맞는 테마를 찾아 체크하며 보는 재미는 물론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추천지에 당장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혼이 났다.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른 무언가로 뻗어나갈 때에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다. 파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소설 <춘희>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런던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에서 두모악 갤러리와 김영갑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나는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됨으로서 얻는 기쁨, 공간과 공간이 잉태해낸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경이로움. 인문학 서적을 읽는  만큼이나 얻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멋진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건과 사람을 향한 작가의 시선은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섣부르게 언급하는 대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다. 거기에다 그녀의 깊은 감성과 포용력 높은 글솜씨가 더해져 정점을 이룬다.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지루하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사진을 보는것보다 글이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가 했던 고민과 생각, 그리고 과정과 여정을 따라 가다 보니 어느 샌가 내 가슴도 충만해지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나는 여행의 맛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여행에 대한 로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열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가난한 학생신분에 해외라면 영어실력부터 걱정되는 겁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감안해 국내여행을 즐기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행이라고 갔다가 실망만 연거푸 하다 보니 여행에 대한 의지나 기대도 거의 없고 게으름이 심해 떠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편이다(여행이든 뭐든 막상 하고 나면 엄청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기 전에는 왜 그렇게 귀찮아하는 것인지...). 그저 누군가의 여행일지를 들으며 "우와!!"하고 감탄하면서 부러움과 일시적인 충동을 느끼면 그걸로 땡. 누가 보면 못난 놈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간접여행이 더 즐겁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엄청나게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한 것처럼 배부르고 따뜻하고 경쾌했다. 심지어는 진짜 여행을 한 것보다 더 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눈과 가슴을 얻은 듯한 기분과 더불어 온몸에 상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진정한 '여행 에세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순간. 낯선 공간의 풍경과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감성과 생각과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여행 에세이라는 것이 이 책에게 보내는 나의 찬사다. 끝으로 어쩌면 이 책을 곱씹고 또 곱씹다보면 나도 온전히 나만의 여행과 이야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남몰래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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