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처음으로 평가단 활동을 시작했었고, 처음으로 주문하지 않은 책들을 받아 보았으며, 처음으로 꾸준하게 리뷰를 올려봤다. 책을 고르는 것도, 책을 받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그리고 리뷰를 쓰는 것도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토록 만족스러울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물론 모든 것이 좋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마지막이니만큼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을 읽는게 조금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 편식이 조금 있는 편이다. "이거다!"하고 확실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별로 끌리지 않는 책은 시도만 몇 번 할 뿐 끝까지 읽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직접 고른 것 외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처음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이었다.
게다가 내가 추천한 책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확 띄는 것들은 아니었는지, 14기 평가단을 하며 받은 책 12권 중 내가 추천했던 책은 단 3권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배달되어 온 책들이 낯설었고, 그 책들을 읽는 것은 조금 힘겨웠다. 펼쳤다 덮었다는 몇 번이고 반복했던 책도 있었다. 기한이 임박하고 나서야 겨우 손에 든 책도 있었다. 그로인해 리뷰의 질이 떨어졌다면, 백번 사죄해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추천 책이 괜히 추천 책일까. 처음이 힘들 뿐, 한 번 빨려 들어가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이제까지 내가 모르고 있던 세계를 만나 새로운 눈을 뜨는 기분이었다. 신선하고 유쾌했다. 신간 평가단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만큼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한 것은 내게 의미가 깊었다.
1.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신간평가단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기진 작가의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이다. 이 책은 신간평가단 리뷰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내 손에 들었을 리 없는 책이다. 표지, 제목 그 무엇도 내 (개인적인!)취향에 적합하지 않기에 서점에서 마주했더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리뷰 책으로 선정되었고, 평가단으로서 리뷰를 써야 하기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것은 신세계였다.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에세이를 여기서 만날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지식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는 데다가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면 '내 취향'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버려야 한다는 교훈까지 받았으니, 최고로 기억에 남는 책일 수밖에 없다.
2. 14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위) 꿈꾸는 하와이 :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세삼 느낄 수 있었다. 책 한 권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2위)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한 명의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밑줄 그은 부분도,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낯선 책이 주는 뜻밖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3위)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쓰다 미리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이자 그녀에게 반하게 된 책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그녀의 신간을 추천했다는 것은 알 사람은 알터.
4위)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 과연 정유정 작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흡입력 있는 글이었다. 그녀가 진정한 괴물작가라는 사실을 세삼 깨달을 수 있었다.
5위) 장서의 괴로움 : 책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황당하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들에 장서에 대한 욕심이 슬슬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책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글을 쓴 것. 이런 경험 하나 하나가 신간평가단이 된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졌고,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쓸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만 가득하다. 할 수 있다면 15기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물론 신간평가단이 아니더라도 리뷰는 계속 올릴 생각이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서재를 꿈꿔본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계속 좀 더 성숙한 리뷰를 쓸 수 있는 실력을 갖기위해 노력할테니, 함께해주시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