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파리 열린어린이 그림책 4
메리 호위트 지음, 장경렬 옮김, 토니 디터리지 외 그림 / 열린어린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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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Spider and the Fly, 1829

  작가 - 메리 호위트

  그림 - 토니 디터리지







  이야기는 어떻게든 꼬셔보려는 거미와 이를 거절하는 파리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처음에 거미는 자신의 응접실을 구경해보라며 슬며시 집안으로 들어오길 권유한다. 그리고 뒤이어 날아다니길 피곤했겠다며 침대에서 쉬었다 가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파리 아가씨는 들은 소문이 있다고 정중하게 거절한다. 거미는 계속해서 파리가 혹할만한 것들로 그녀를 유혹하는데…….




  으아, 우연히 책의 삽화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세상에 무슨 파리가 저렇게 매혹적이지? 마치 도시의 사교계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아가씨를 연상시키는 순진하면서 커다란 눈망울에 옛날 영화배우들이 썼던 모자, 그리고 치마와 어울리는 양산까지! 어쩐지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거미는 딱 보자마자 돈 많은 졸부스타일로, 수준이나 취미가 천박하고 저질스러워 가까이하기엔 위험한 인물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음, 외모로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 책의 거미는 그냥 위험하다. 외모와 인성이 똑같이 음흉했다. 하여간 오빠 믿지, 손만 잡고 잘게, 잠깐만 쉬었다가자고 말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다는 인터넷의 글이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제안과 유혹과 낚시를 겪게 된다. 어떤 것은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또 어떤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일 적에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다는 어른들의 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고, 커서는 물건을 싸게 판다거나 돈을 벌게 해준다는 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어린 아이들에게 아첨하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책에서 보면 거미는 끊임없이 매력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멋진 집 구경에 안락한 휴식 그리고 맛있는 음식 등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관련된 유혹이었다. 작가가 인간 욕구의 5단계 이론을 알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거미의 제안은 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미끼에 파리가 흔들리는데, 그게 또 어떻게 보면 자아실현의 욕구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인간은 계속해서 유혹당하는 존재이고,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보다.



  내가 그림이 멋지다고 ‘우와!’하고 있으니, 막내조카가 흥미가 생겼는지 읽어보겠다고 가져갔다. 다 읽고 나서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거군!”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덧붙였다. “그런데 고모, 파리는 해충이고 거미는 좋은 곤충 아니에요?” ......내 감동 물어내, 이 중2야! 이런 이과 감성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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