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의 비극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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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の悲劇, 1982

  작가 - 나쓰키 시즈코

 





 

 

  제목을 보고 순간적으로 의아했다. 엘러리 퀸 소설에도 비슷한 제목이 있는데? 따라쟁이인가? 표지 안쪽을 보니, 엘러리 퀸과의 사숙을 인연으로 허가를 받고 똑같은 제목을 사용했다고 적혀있다. 사숙? 아쉽게도 한글로만 적혀있어 어떤 한자를 쓰는지 알 수가 없지만, 엘러리 퀸과 안면이 있다는 거잖아? 헐, 좋겠다. 그리고 진짜 부럽다.

 

 

  ‘하루미’는 영어를 가르치던 ‘마코’의 부탁으로, 논문을 봐주기 위해 ‘와쓰지 가’의 별장으로 향한다. 연초에 와쓰지 가문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연례행사처럼 모임을 갖는다. 하루미는 집안사람들 모두가 다 마코를 귀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큰할아버지 부부도, 작은 할아버지도, 새아버지와 엄마도, 아저씨도 심지어 집안 주치의까지 모두가 다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날 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거실로 마코가 피투성이가 되어 나타난다. 자신을 덮치려는 큰할아버지인 ‘요헤’를 엉겁결에 죽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요헤가 죽은 이유가 부적절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멈칫한다. 그들은 마코를 재빨리 도쿄로 보내고 사건 현장을 조작하기로 한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마코의 앞날을 위해, 그들은 강도가 들어와 살인이 일어난 것처럼 꾸민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조작한 증거가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두가 다 가문과 마코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배신자가 있었다. 배신자는 누구이고, 무엇을 노리는 것인가?

 

 

  와,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흘러갔다. 처음에 알리바이라든지 현장 조작 같은 걸 너무나도 척척 잘해내서, 설마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의를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배신으로 조작한 증거들이 다 소용이 없어지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동안 숨기고 있던 사람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폭로되면서, 실낱같던 유대감 대신 팽팽한 긴장감과 아슬아슬한 불안감이 집안을 지배한다. 그리고 그 모든 억눌린 감정들이 터지면서, 모두를 연결하고 있던 끈은 끊어지고 만다.

 

 

  제목의 ‘W’는 가문의 이름인 와쓰지(Watsuji)를 뜻하기도 하고, 여자(Women)를 의미하기도 한다.

 

 

  평생 여자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바람을 피운 ‘요헤’와 ‘시게루’ 형제를 대신해 집안을 다스린 것은 부인인 ‘미네’였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집안의 명예와 가문의 존속이었다. 그 때문에 남편의 시체 앞에서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가족들을 이끌었다. ‘요시에’에게 중요한 것은 딸 마코보다는 남편의 사랑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결혼을 세 번이나 하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 헤맨 것이다. 그녀에게는 어머니로의 삶보다는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사랑과 현실의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녀는 바뀐다. 그러면 마코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녀의 졸업 논문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라는 것이 힌트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제3자인 하루미의 시각으로 보고 있었기에,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안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이이기에,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과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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