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많은 고양이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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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 of Many Tails, 1949

  작가 - 엘러리 퀸

 

 

 

 



 

  엘러리가 진범 앞에서 ‘저는 여가활동처럼 누군가 위기에 처했거나 누군가 하던 일이 위태로워졌을 때, 누군가의 행복을 돕기 위해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고 조사를 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그런 걸 계속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저는 끝났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는 어떠한 사건도 맡지 못할 겁니다.’ (p.404. ‘열흘간의 불가사의’ 중에서) 라고 심경을 토로한 이후 일 년이 지났다.

 

 

  음? 그런데 왜 ‘열흘간의 불가사의’ 감상문이 없지? 헐? 뭐지? 어째서? 분명히 읽고 썼……던 게 아니었나? 잠시 멘붕에 빠졌다. 우선은 쓰던 거 먼저 쓰고, 다음에 다시 읽고 적어야겠다. 으음, 그러면 시간대가 흐트러지는데……. 이런 멍충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벤혼 사건 (열흘간의 불가사의)’ 이후 다소 소심해져있던 ‘엘러리’는 집필에만 집중하고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뉴욕에서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사람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시장과 경찰은 각각 엘러리를 ‘시장 직속 특별 수사관’으로, 아버지 퀸 경감을 ‘특별전담반장’으로 임명한다. 엘러리는 정신과 의사 ‘카잘리스’를 고문으로 하여, 사건에 뛰어든다. 하지만 사망자는 아홉 명에 이르고, 급기야 한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다. 마침내 아홉 번째 희생자에게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은 엘러리는 범인 체포에 박차를 가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 엘러리는 더 이상 예전의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긴 저 때가 그의 나이 마흔 정도 되었을 때니, 초반의 국명 시리즈에서처럼 잘난 척하거나 농담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변해도 너무 변했다. 사건을 돕겠다는 두 남녀와 대화할 때도 살짝 농담을 던지긴 하지만, 전처럼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벤혼 사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가 사건을 한발 뒤로 물러나있는 듯한 상황에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은 주변의 분위기였다. 작가는 연쇄 살인마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와중에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었다. 뉴욕에서만 살인이 일어나기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도시를 떠나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외면하거나 불안에 떤다.


 

  물론 ‘셀레스트’나 ‘지미’ 그리고 카잘리스 박사처럼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그들은 가족의 일원이 피해자였기에,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의 가족은 그러지 않았으니, 흐음. 피해자의 가족이 수사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크리스티 소설에서도 종종 나온다. 그런 경우에는 사건의 해결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들 중에 범인이 있기도 하다. 이번 소설에서는 사건 해결에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그들만의 달달한 로맨스가 빠졌다면,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퀸 경감님이 펼치는 황혼의 로맨스를 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 큰 아들 네미 때문에 맘고생을 하는 모습이라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의 엘러리는 치유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과 교수인 ‘셀리그먼’과의 대화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교수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그밖에 다른 이가 없다. -p.469’ 이 대사는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 그가 ‘꼬마 깡통 신 노릇을 하지 못한다.’고 했던 말과 교묘하게 연결된다. 아마 엘러리에게 신이 될 필요가 없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에게 신이 되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생각은 하지 말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범인을 잡으라는 의미로 말한 게 아닐까? 그래서 이후 마음의 부담을 던 엘러리가 계속해서 사건을 수사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 고마워요, 덕분에 그의 사건 수사를 계속해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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