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惡魔がりて笛を吹く,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역시 1951년도부터 잡지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범인의 트릭과 범행은 신출귀몰했고, 동기는 안타까우면서 역겨웠다. 2차 대전 이후 어려웠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었고, 그 당시 사회 분위기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음,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의 반성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건 다른 이야기에서도 느꼈던 점이긴 하다. 전쟁의 후폭풍으로 어려워진 생활상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왜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했는지에 대한 반성이나 고찰은 없었다. 단지 전쟁의 여파로 청산가리가 무작위로 제조되어 유포된다고 한탄하는 의사만 나올 뿐이었다.

 

  천은당 사건의 용의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몰락한 화족인 츠바키 자작이 자살한다. 그런데 몇 달 후, 자작의 집에서는 그의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의 딸인 미네코는 긴다이치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집으로 와서 진짜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인지 아닌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점을 치는 날을 맞이하여 츠바키 저택으로 온 긴다이치. 그곳에는 츠바키 자작의 부인인 아키코와 유모, 자작의 친구 아들인 도타로 그리고 아키코의 오빠인 신구 백작 부부와 그 아들, 거기에 아키코의 백부인 다마무시 노백작과 그의 첩 기쿠에까지 와서 살고 있었다. 점을 치던 도중, 츠바키 자작이 남긴 플롯 연주곡이 흘러나와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날 밤, 다마무시 노백작이 살해당하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범인의 천재적인 능력은 놀랄 정도였다. 하긴 비밀이 많고 지은 죄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작은 일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모양이다. 그래서 더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근친의 부작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귀족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남발한 가운데, 자손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게 태어났다. 어떻게 보면 귀족이라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성적으로 문란하고 부도덕했다. 그 순간 즐거우면 끝이었다. 뒤처리는 가문의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받을 고통이나 아픔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게 문제였다. 그래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범인의 동기 부분을 읽으면서는 뒷맛이 참 좋지 않았다. 결국 기성세대가 싸놓은 똥을 다음세대가 처리해야하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직접 치우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싼 똥을 치우지 않고 어딘가에 버려두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치우도록 방치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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