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독 소사이어티 - 82명의 살인 사건 전문가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Murder Room, 2010

  저자 - 마이클 카프초

 

 

 

 

  이 책은 그러니까, 경찰이나 검찰, FBI 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민간 범죄 수사 기구인 ‘비독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다들 자기들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능력자들이었기에, 그 재능을 썩히기 싫기도 하고 정보 교류 등을 위해 매년 네 번씩 모여서 사건을 얘기하고 친목을 다진다고 한다. 저자는 특히 모임의 주춧돌인 세 사람, 프랭크, 리처드 그리고 윌리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딱딱한 설명문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 형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런 유의 책으로는 예전에 나온 ‘마음의 사냥꾼 Mindhunter, 1995’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a.k.a. FBI 심리 분석관 Whoever Fights Monsters, 1992’과 비슷하다. 다른 점을 고르자면 위에 언급한 두 책은 FBI 요원들이 자기들이 면담하거나 참여했던 범죄에 대해 자서전 형식으로 서술했고, 이 책은 민간 요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개입한 사건을 소설형식으로 적고 있다.

 

  그래서일까? 위의 두 책은 보면서 자기 자랑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덤덤하게 사람 사는 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그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아닌, 괴물 같은 범죄자들의 세계에 몸을 반 정도 담고 있는 게 달랐다.

 

  그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했다. 법의학 예술가인 프랭크는 변사체의 얼굴 복원 일인자인데 영감을 주는 뮤즈를 찾아 헤맸다. 그의 다양한 여성 편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한 범죄 심리학자인 리처드는 타인과의 교류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이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정반대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범죄를 앞에 두고는 의기투합한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다르지만, 단 한 가지는 일치했다.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용납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저술한 사건들 중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었던 것도 있고, 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었다. 범행 수법은 예전에 FBI 요원들이 쓴 책에서 다룬 사건들보다 더 잔인하거나 마음이 아픈 경우도 있었다. 아마 몇몇 경우에는 범인의 체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 가족의 아픔까지 아우르는 요원들의 인간적인 면까지 같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것이 많은 세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잡아가두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제일 좋은 건, 그런 것들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것이지만.

 

  하지만 한편으로 무척이나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특히 교정 부분에서 그러했다. 비문은 그렇다고 쳐도, 오탈자는 물론이거니와 맞춤법 부분에서 한숨이 나왔다. 가격에 비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집/구성면에서 별점을 좋게 줄 수가 없었다.

 

  아래의 문장들은 중간에 글자가 빠져있는 경우이다.

 

 

  2주 내에 체포하 머리를 이렇게 금색으로 물들였을 겁니다. -p.129 (체포한다면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당신이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애가 타니까 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p.265 (당신을)

  레이샤는 스미스를 유혹해서 범행을 돋게 한 후 그를 차버렸다고 그리고 이어서 동네 레스토랑 -p.306 (차버렸다고 한다. 가 어울릴 듯)

  위리엄은 충동적으로 프랭크를 와락 잡아당겨서 안았다. -p.520 (윌리엄이다)

  미국 제 1세대 범죄 프로파일러이자 리처드 월터의 동료인 이 뛰어난 비독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p.557 (누군가의 이름이 생략되었다.)

 

 

  다음에 이어질 문장들은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 비문이라고 불릴 수 있는 문장들이다. 수식문장이 길 경우에 굳이 영어 원문처럼 하나로 잇기 보다는 끊어서 두세 개의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파악을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짐이 이야기하는 동안 리처드의 작고 파란 눈으로 냉정하게 이야기를 쫓아가며 관심을 보이다가 끝내는 부드럽게 인내심을 발휘하며 듣게 되었다. -p.258 (누가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리처드는 이라고 썼어야 할 듯)

  프리드는 77세로 ‘유아 돌연사 연구의 할머니’이자 메리 노의 다섯 번째 아이인 콘스탄스를 1958년 부검한 마리 발데스 데프나 박사를 인터뷰했다. -p.353 (d;거 잘못 읽으면, 콘스탄스가 연구의 할머니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는 독실한 복음주의자 신자인 스미스가 레이셔가 스콧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형을 선고받은 지 1년이 지난 후에 레이샤의 공범으로 스콧의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지켜봤다. -p.385 (읽으면서 욕 나왔던 문장. 스미스와 레이셔가 20년 형 받았다고 오해할 뻔 했다. 첫 줄의 ‘스미스가’를 1년이 지난 후에 다음에 넣어야 의미 전달이 확실해진다.)

 

 

  본문에도 나와 있지만, 비독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이 논문이나 저술을 발표하면 그것을 꾸준히 읽는 사람 중의 일부는 범죄자라고 한다. 아마 잡힌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완전 범죄를 완성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책이나 논문은 범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의문이 들었다. 이런 유의 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이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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