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2
아진 지음 / 청어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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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아진

 

 

 

  여왕개미의 명령으로 살인을 저지르던 수영.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를 조직에 끌어들인 화연의 배신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기록을 입수한 수영은 조직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의 뒤를 캐려던 기자와 잡지사의 폭발 사고, 마침내 드러난 여왕개미의 정체 그리고 조직의 숨겨진 진실까지…….

 

  1권에서 의문을 가졌던 여러 가지들, 그러니까 수영이 왜 그토록 침착하게 기준의 살인을 은폐할 수 있었는지, 왜 죽은 주신과 꿈에서 대화를 하는지, 여왕개미는 왜 굳이 수영을 몇 년씩 관찰하다가 끌어들이려했는지, 여왕개미와 주신의 관계, 그리고 왜 주신이 그 어린 나이에 연쇄 살인을 해야 했는지 등이 차근차근 밝혀진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들이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정의의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다는 설정은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었던 부분이다. 사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어쩐지 착한 척하면서 주인공을 돕는 사람을 제일 먼저 의심하게 된다. 대개 그러면 그 의혹이 맞을 때가 많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의 결말이 더 안타까웠다.

 

  정의의 편이 끝까지 그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일개미나 병정개미가 죽을 때까지 여왕개미가 내리는 지령을 따르는 것은 예정된 그들의 운명일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든 남에게 이용당하는 게 정해진 순리일걸까? 어쩌면 ‘누가 허락해주지도 않으면 화조차 내지 못하는 무력한 개미새끼들’이라는 수영의 절규처럼 그들에게는 이미 선택사항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평생 착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려? 원수를 갚고 싶다면 자기 손이 그 정도로 더러워질 각오는 해야 할 거 아냐! 그 정도 깡은 부려야 할 거 아니냐고! 화를 내란 말야! 그런데 자기 손은 깨끗하길 바라면서, 입으로만 분노하는 척 나불거리면서 남이 그걸 떠맡아주길 바래?” -p.367

 

  결국 작가는 수영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자기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은 일개미와 다를 게 없다. 분노도 남에게 맡긴 삶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다. 남에게 빌붙어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상처는 자신이 치유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렇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보복을 하라는 건 아니다. 누가 해줄 거라 바라지 말고,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보이라는 말일 것이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하며 반응을 보이는데, 인간이 돼서 아무 것도 못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데 벌레만도 못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을까?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는 미국 드라마 ‘덱스터 Dexter’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Person Of Interest’ 같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개인 내지는 팀의 활약을 그린, 통쾌함을 주는 그런 소설을 기대했었다. 어쩌면 현대판 ‘홍길동전’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설은 중반부터 방향을 바꿔서, 평범했던 사람이 힘을 갖게 되었을 때 어떻게 변하고 타락하는지 보여주었다. 어떻게 의지가 변질되고 허울 좋은 구호로 포장되는지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와중에 잃었던 자신을 되찾는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을 하고 삶을 누리는 과정에서는 일말의 희망마저 엿보게 했다. 어쩌면 그는 어디선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을 혼내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 갑자기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로 시작하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쁜 짓을 하면은~우리에게 들키지~사랑하며 살면은~평화는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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