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1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아진 지음 / 청어람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 아진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죽인 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정주신. 그의 행위는 저지른 죄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불만이 가득했던 사람들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정의 살인마, 죄인 살해자는 이름으로 그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친구에 의해 경찰에 잡혔고, 수감 중이던 병원에서 도망치다 사고로 허망하게 죽어버렸다.

 

  7년 후, 수영은 친구였던 주신을 신고해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으로 여전히 괴로워한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친구인 기준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는 선배를 피하려다 죽게 한 그는 수영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원래 그였다면 당연히 자수를 권하겠지만, 수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모든 증거를 말끔히 처리한 수영에게 한 조직이 다가온다. 예전에 주신이 몸담았던, 여왕개미라는 자를 필두로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단체였다. 그들은 철저하게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여왕개미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거나 뉘우칠 줄 모르는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있었다. 여왕개미는 수영에게 주신이 했던 일을 이어받길 요구한다. 갈등하던 수영은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개미 조직도를 보면 한 마리의 여왕개미가 있고, 대다수는 일개미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병정개미가 있다. 주신이나 수영은 병정 개미였다. 일개미들이 열심히 장소를 만들어놓으면, 병정개미가 적을 퇴치하는 것이다.

 

  개미들이 하는 일을 읽자니 예전에 어디선가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각각의 사람들은 살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각자 맡은 일, 예를 들면 A는 길을 막고, B는 길에 구덩이를 파고, C는 차를 모는 식이다. 살인은 다른 사람이 하는데,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모든 것을 계획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언제 어디서 뭘 하라고 지령을 내리는 식이다. 이 책에서 개미들도 그런 식으로 자기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를 처리한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효율적인 일이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자기 손을 더럽히기 싫어서 남에게 떠맡기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일개미로밖에 살 수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소시한 소시민들이 억울함을 풀 길은 저런 식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긴 한다.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해당 가해자를 처벌하는 일에서는 빠지는 대목에서는 교환 살인을 다룬 영화가 떠올랐다. 관련이 없는 사람들끼리 작당을 해서 상대방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죽여주는 내용이다. 또한 범죄자를 처벌한다는 설정에서는 살인자만 죽이는 연쇄 살인마를 다룬 미국 드라마 ‘덱스터’가 연상되었다. 물론 드라마에서 덱스터는 혼자 행동하기도 하고 가끔 보조를 두곤 했지만, 여기서는 팀으로 움직이는 게 다르긴 하다.

 

  1권에서는 수영이 어떻게 기준의 살인을 은폐하고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어떻게 화연과 여왕개미를 만나게 되었는지 다루고 있다. 물론 자기들의 일을 도우라는 여왕개미의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 그리고 본격적으로 살인을 하고 다니는 대목까지 나온다.

 

  수영이 처음부터 살인자로 태어난 건 아니었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곧은 마음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제대로 정의롭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착한 사람들이 더 피해를 입고 아파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수영뿐만이 아닐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당연히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무죄로 방면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오고, 유죄라고 해도 저지른 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형량을 받는다. 그리고 형을 살고 나와서도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판사나 국회의원 가족이 당해봐야 형량을 강화하고 엄하게 처벌을 할 건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도대체 누굴 의지해야하는지.

 

  수영이 갈등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여왕개미나 화연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건, 아마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주신 같은 살인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난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속으로 ‘나이스!’를 외칠지 모르겠다.

 

  아직 2권이 남아있어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지만,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수영이 기준의 살인을 은폐할 때, 너무도 능숙하게 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해본 사람처럼 말이다. 게다가 그가 이성을 잃으면, 평소의 온순한 모습은 사라지고 아주 무섭게 변한다. 그리고 꿈에서 죽은 주신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좀 의미심장하다. 섣부른 짐작이니 적지는 않겠지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고 있다. 2권에서는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