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 - Fingerprint of God (2009년)

  저자 - 바바라 해거티

 

 

 

  제목을 보는 순간,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 Fingerprints of the Gods, 1996’이 떠올랐다. 이 작가의 책이 다 비슷한 제목을 붙이고 있긴 하지만, 하여간 설마 그런 류의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데, 특히 안타까움이 제일 먼저 들었다.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려는 걸까? 믿음은 그냥 믿음인데, 그걸 수치화하고 계량화하고 꼭 입증을 해야 하는 걸까? 왜 남의 믿음을 그렇게까지 입증하려고 애쓰는 걸까? 그냥 남이 무엇을 믿건 그건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되는 것인데, 굳이 엑스레이를 찍고 실험을 하고 통계를 내야하는 걸까? 남이야 뭘 믿고 따르건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막말로 종교를 강요하면서 내 돈을 등쳐먹지 않고 남을 죽인다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그것을 믿어서 누군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면 그냥 둬도 되는 게 아닐까?

 

  그와 동시에 분노도 느꼈다. 네놈이 누군데 감히 타인의 믿음을 한낱 숫자와 엑스레이 사진으로 증명하려는 거냐? 되게 건방지네요 저자님? 신이 이룩한 일을 그 피조물인 인간이 숫자와 과학의 힘으로다 밝혀낼 수 있으면, 그게 신이겠습니까?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의 산물이지.

 

  마지막 장까지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믿음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감정의 작용인지 알고 싶어서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어서 일까? 신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잘 모르겠기에 DNA를 연구하고, 임사체험을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들의 뇌 사진을 찍는 등 난리를 피운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과학적 실험을 다 한 후에야 저자는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제야 신앙이라는 단어로 믿음을 확신하게 된다.

 

  솔직히 저자의 이런 접근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가족을 믿는 것은, 가족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영향은 어떤지 과학적으로 다 실험해 보고나서 믿는 건 아니지 않는가? 신을 믿는다는 것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냥 자기 마음에 위안이 되고 평안을 주고, 이 외로운 세상에 의지할 뭔가를 주기에 믿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수량화하고 측정하고 실험해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저자의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무언가에 그런 식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부여하고 싶었나보다. 그러면 그 저자는 뭔가 일을 하기 전에 다 확인해보고 하는 걸까?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저자는 아이를 입양하기 전에, 그 애가 어떤 아이인지 다 확인해보고 검사를 했을까?

 

  난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신앙에 관한 것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책은 고도의 전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가 결국은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과학 실험을 다 해보았는데도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능력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위대하신 그를 경배하고 섬기자. 뭐 대충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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