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6 : 말하다 나는 오늘도 6
미쉘 퓌에슈 지음, 브루노 샤젤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Parler, 2012년

  저자 - 미셸 퓌에슈



  ‘나는 오늘도’라는 총 아홉 권짜리 철학 에세이의 하나이다. 각권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저자가 그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사랑하다’, ‘설명하다’, ‘먹다’ 등등이 있다. 내가 고른 책은 ‘말하다’이다.


  책은 무척이나 얇고 그림까지 들어있어서, 다른 철학에세이에 비하면 그리 많은 글이 들어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범위는 다른 책 못지않게 폭이 넓고 깊었다. 아, 이런 식으로 생각이 뻗어갈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도 들었다. 시작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하고 사소한 것이지만, 이후 진행은 그 이상이었다.


  저자는 말하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동물들이나 기계가 인간과 똑같이 말을 한다면, 그것들이 끔찍할 정도로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 말한다.


  하긴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돼지나 소를 잡아먹는데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살려달라고 비는 돼지나 소의 목을 어떻게 칠 수 있단 말인가? 반대로 그런 돼지나 소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같은 인간끼리도 잡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말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초반 20페이지까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페이스에 휘말린 것 같았다. 저자가 의도한 대로 생각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바로 논리의 힘인가?


  이후 저자는 말이라는 것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풀어놓는다. 말이 있어서 후세에 기술을 전달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배우는 것은 바로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사람에게 이름을 붙여야 누군지 알고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논한다.


  이 부분에서 문득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떠올랐다. 아, 그런 거구나. 그래서 시인은 내가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고 했던 것이구나. 그래서 빛깔과 향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길 원했던 것이구나. 예전에 단지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시의 내용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그 때보다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그건 망상이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저자는 말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사람사이에 말이 끼치는 영향도 언급한다. 하고 싶은 말, 하기 싫은 말, 감추고 싶은 말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읽으면서 무척이나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대화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는 문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렇지’라고 중얼거렸다. 지금 사회를 보면 그 대화가 부족해서 벌어진 많은 불행한 일들이 많다. 작게는 내 주변도 그렇고, 넓게는 나라 전반을 봐도 그렇다. 대화가 없으니 이해도 없고 배려도 없고 합의도 없다. ‘말’이라는 아주 좋은 수단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침묵도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왜 침묵을 못 견디는지 원인을 파악하며, 그것이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침묵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음, 내가 생각하기에 침묵이 필요하긴 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여유는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단기간의 침묵이어야지, 끝없는 침묵은 절대 좋지 않다고 본다.


  앞에서 느꼈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논리에 휘말려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휘말림이었다. 어쩐지 내 생각이 깊어지고 폭이 넓어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지만, 괜찮았다.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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