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상처 떠나보내기 - 행복을 부르는 좋은 엄마의 조건
재스민 리 코리 지음, 김세영 옮김 / 소울메이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Emotionally Absent Mother (2010년)

  부제 - 행복을 부르는 좋은 엄마의 조건

  저자 - 재스민 리 코리



  제목만 봤을 때는, 상처받은 엄마를 자식들이 도와주는 내용일거라 생각했다. 엄마의 상처니까, 당연히 상처받은 사람은 엄마가 아닐까? 그런데 조금 읽다가 ‘설마 이거 엄마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의 얘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읽고 확신했다. 이 책은 엄마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해가는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엄마의 상처’가 아니라,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두 개의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어느 카페의 댓글에서 본 것인데, ‘운전도 면허가 필요하듯이 부모도 면허를 줘야 할 거 같아요.’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가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인데, ‘너도 나중에 결혼해서 너 같은 자식 낳아보면 알 거다.’였다.


  부모가 되려면 자격증을 줘야한다는 말이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부모, 특히 엄마가 어린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혼자 크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그들의 행동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느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롤 모델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허우적대면서 우울해하고 아이를 과보호하거나 반대로 방치한다면, 아이들은 적절하고 올바른 역할을 익힐 수가 없을 것이다.


  책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적혀있다. 무관심해서 아이를 방치하거나, 신경질적으로 아기를 대하거나, 너무 과보호를 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가 나온다. 애정결핍을 느낀다거나,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하기도 하고, 욕구 불만으로 화난 상태로 자란다고 적혀있다. 또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격이 될 수도 있다고도 한다. 물론 엄마와의 관계도 좋지 않고 말이다.


  이건 엄마가 자기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빚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가 되거나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이를 기르려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받은 사람만 부모가 돼야 한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은 부모가 제대로 아이를 기르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정부에서 강제로 입양을 시키는 제도가 있나보다. 무관심에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친부모보다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양부모가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


  하긴 가장 상처를 크게 주는 관계는 친구도 지인도 아닌, 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타인은 아주 개념이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춰서 나를 대한다. 나를 마구 대하는 사람들은 인연을 끊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가족은 그럴 수가 없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가깝다는 이유로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제일 오래 흔적을 남기고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며 엄마와 화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다 그런 게 아니라, 일부가 그렇고 또 나머지는 화해는커녕 더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고 적혀있다.


  화해를 하는 경우는, 아마 그제야 엄마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너 같은 자식 낳아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음, 그러면 자식을 낳지 않으면 절대로 엄마와 화해를 할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엄마와 화해를 한다는 건 엄마를 이해한다는 말도 되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엄마와 얘기를 좀 더 자주 많이 하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왜 엄마는 나에게 이러는 걸까라고 불만이 있었다. 분가한 오빠와 동생만 언제나 챙기고, 같이 사는 난 뒷전인 거 같았다. 거기다 자라면서 사랑한다는 말이나 포옹을 받은 기억도 없다. 그런데 손자들에게는 아주 지겹도록 해주신다. 심지어 뽀뽀까지! 샘나게. 아, 조카에게 시샘하는 고모라니…….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엄마는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난 또 성격이 다르니까 원하는 것도 반응하는 것도 달랐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를 대하는 게 편해졌다.


  음, 이 책은 그렇다고 엄마가 아이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엄마에겐 엄마의 삶이 있다. 그걸 희생하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라는 말이다. 엄마라고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희생할 이유는 없다. 만약 그러라고 하면, 그건 엄마의 인생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 사랑은 쏙 빠지고 의무감만 남는 건 그리 좋다고 여겨지지 않으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취급받은 대로 자신을 대하는 경향이 있다. -p.317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돌보면 스스로에게 “나는 너에게 관심이 많아. 너는 소중하거든.”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318


  그런데 아빠의 존재감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아빠에 대한 건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성장에 아빠가 주는 영향은 없다는 건가? 궁금해졌다. 설마 2권으로 ‘아빠의 상처 떠나보내기’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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