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숨겨진 이야기 - 피타고라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자들의 실수와 위대한 발견
장 피에르 랑탱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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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e pense, donc je me trompe : les erreurs de la science de Pythagore au big-bang

  부제 - 피타고라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자들의 실수와 위대한 발견

  저자 - 장 피에르 랑탱




  모든 일에는 뒷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180도 다를 수도 있고, 제3자가 보기엔 웃음만 나는 상황인 것도 있다. 역사서라면, 야사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특히 과학에 관련된, 우리가 잘 모르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서 가설을 입증해야하는 분야이다. 그래야 정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가설 단계에서는 이럴 것이라 추측만 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다루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려운 학문이다. 그래서 가설 단계에서 무척이나 황당한 말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건 황당해도 너무 황당했다. ‘아니, 이 유명한 과학자가 왜 이런 짓을!’이라며 놀라는 건 기본으로,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발전한 건 대단한 거구나…….’라는 감탄까지 나올 정도였다. 익히 알고 있는 천동설에 관한 것이나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얘기나, 화석 위조 사건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읽으면서 제일 황당한 것 중의 하나는, 수정에 관한 논쟁 부분이었다. ‘난쟁이’ 하나가 남자의 정충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여자 몸속에 들어가서 서서히 자란다는 말은 진짜……. 그것뿐이면 그냥 애교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다. 더 황당한 건, 여자 몸속에 알이 있어서 그게 자란다는 것이다. 난자도 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 과학자들이 주장한 알은 난포 내지는 낭종을 보고 말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게 19세기 초까지의 상황이었다.


  ‘골상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것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올랐다. 거기서 고고학자 부친을 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머리 골격의 특징으로 용의자를 찾아내겠다는 발상을 한다. ‘골상학’은 뇌의 형태와 불규칙한 모양, 돌출 등을 보고 인간의 능력을 밝혀낼 수 있다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건 우스갯소리로 ‘머리가 큰 건 들은 게 많아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머리가 크면 똑똑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건 음, 결정론적이나 운명론적 사람들에게 잘 먹혔을 것 같다. 인간의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이니, 괜히 삽질하지 말고 주어진 대로 만족하고 살아라. 19세기 식민지 운영을 하는 나라의 지도층이 좋아했을 것 같다.


  모든 일이 우연히 생긴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 말도 떠올랐다.


  작정하고 사기를 쳤는지, 아니면 어쩌다가 맞아떨어져서 일어난 결과일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것으로 위대한 발견을 했다고 죽을 때까지 존경을 받으면서 그 이론을 밀고나간 폴 카머러 같은 과학자도 있고, 지금 보면 옳은 발견이지만 그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소심하게 죽어간 티코 브라헤같은 천문학자도 있었다. 그 뿐인가? 우연한 실험의 오작동이나 실수로 엄청난 발견을 한 플레밍이나 켈로그 형제 같은 경우도 있다.


  하여간 그런 수많은 오류와 논쟁과 착각과 실수를 통해서 여기까지 발전해온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바보 같은 조상님들이라고 웃고 넘길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미래의 후손들이 보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들에게는 웃긴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그 방향으로 쭉 나갔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아, 그래서 SF소설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건가보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과학자들 얼굴이나 그들의 논문 사진 내지는 그 당시 그림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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