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우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Murder Is Easy, 193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난 지금까지 이 책과 '움직이는 손가락 The Moving Finger, 1942'을 혼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에 '움직이는 손가락'을 읽었을 때, '그럼 내가 읽었던 그 내용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고 의아해했었다. '크리스티의 작품이 맞는데, 다른 제목이었나?' 이러면서 '언젠가 다 읽다보면 나오겠지'라고 내버려뒀었다.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이번 작품은 포와로도, 미스 마플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배틀 총경의 친구라는 룩 피츠윌리엄이 나온다. 배틀 총경은 '0시를 향하여 Towards Zero, 1944'에서 나왔다. 해문출판사에서는 ‘0시를 향하여’가 이 책보다 먼저 나왔지만, 출판연도를 보면 더 뒤다. 출판연도대로 책을 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또 들지만, 이미 나왔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 경찰을 하다가 귀국한 룩. 우연히 기차에서 한 노부인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 누구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살인범이라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범인이며, 조만간 또 누군가를 죽일 것이라고 노부인은 얘기한다. 게다가 그녀는 이런 말까지 남긴다. '살인은 아주 쉬운 거랍니다.'


  노부인의 망상이라 생각했던 룩은 며칠 후, 그녀가 의문의 뺑소니 사건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녀가 다음 차례라고 예고했던 의사마저 죽었다는 기사를 읽자, 그 마을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그는 미심쩍은 살인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움직이는 손가락’처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사건에 뛰어들고, 그 와중에 한 여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아마 내가 두 작품을 헷갈렸나보다. 역시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이번에도 로맨스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난 첫눈에 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괜찮다'라는 감정까지는 느껴보았던 거 같지만, '이 사람이 내 운명이야, 결혼해야지!'라는 단계까지는 가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사람을 한두 번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래서 이 책에서 룩이 브리짓에게 뜬금없이 청혼하는 대목에서는 '이건 뭐지?'라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약혼자가 있는 여자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 할 수 있는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고, 나와 더 잘 어울린다고 대놓고 말하다니. 뻔뻔했다, 룩은. 하긴 그러니까 아무런 연고도 없는 마을에 가서,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거겠지. 좋게 말하면 행동력 있고 호기심 많고 남을 생각하는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위주인 남자다.


  하지만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사람에게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남들은 '겨우 그거 갖고?'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타인의 반응이나 말을 받아들이는 게 다른 법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상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건 나쁘지만, 그 부서진 마음에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니 잠깐, 로맨스는 이해가 안가고 범죄자의 심리가 납득되다니! 난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거지? 이건 뭐지? 나 자신에 대해 천천히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하여간 룩은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닌다. 그런데 음, 어설펐다. 노부인들보다 못한 추리력을 가졌지만, 그래도 용케 해결은 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결론을 내리자면, 룩은 다시는 사건 수사를 맡지 않는 게 좋겠다. 도대체 동양에서 경찰 일을 어떻게 했는지 의아한 남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