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건축 만인의 도시 - 예술의전당과 밀라노 디자인 시티의 설계자 김석철의 공간 철학
김석철 지음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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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예술의 전당과 밀라노 디자인 시티의 설계자 김석철의 공간 철학

  저자 - 김석철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얼마 전에 읽은 ‘마음을 품은 집’ 같을 것이라 예상을 했었다. 건축물과 그 제작에 얽힌 이야기나 역사적 의의 같은 건물에 대한 내용이 펼쳐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장을 읽는 순간, ‘어? 내 예상과 다른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1장의 제목이 ‘천 년 도시, 천 년 건축’으로 크노소스 궁전, 예루살렘, 이스탄불, 경주 등등의 도시와 건축물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건축물에 대한 얘기보다는 역사적 배경과 저자의 짧은 단상이 내용의 다였다. 역사적 배경이야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이고, 저자의 생각이라고 해봤자 언제 어떻게 갔다 왔다는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실망이었다. 어, 이건 그냥 저자의 일기인가? 이런 느낌도 받았다.


  2장과 3장은 저자가 참여했던 건축물들에 대한 얘기였다. 건물을 어떻게 설계할 기회를 가졌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을 시켰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와중에 저자가 겪었던 좌절이나 불가능하게 보였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서도 약간 언급하고 있다.


  그냥 건물만 대충 뚝딱 지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긴 그냥 뚝딱뚝딱 층을 높게 쌓는, 인구가 과밀한 대도시에서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짓는, 거기가 거기 같은 느낌을 주는 일반 주택과 비교하면 안 될 것이다.


  4장은 저자의 어린 시절과 건축에 대한 신념, 그가 생각하는 한국 건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그가 뽑은 이상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런데 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포도를 못 따먹은 여우가 ‘저 포도는 맛이 없는 걸 거야.’라고 중얼거렸다는 우화가 떠올랐다. 저자가 공모전에서 뽑히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에 비난을 퍼붓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서울시청이 진짜 웃기게 생겼고, 불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설계한 사람도 나름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냐고 비난해도 좋지만, 누군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만든 것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좋은 게 다 좋은 거라는 주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와 같은 직종에 있는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평가할 때는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사진이라도 첨부해놓아야 왜 저자가 그런 평을 내리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건물들 사진은 많았으면서……. 저작권 문제때문인가?


  전반적으로 책은 쉽게 읽혔다. 사진도 많았고, 종이 질도 좋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구절도 몇 개 있었다.


  이미 천 년 전에 도시의 대부분을 이룬 나라의 건축가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나라의 건축가는 생각하고 말하고 일하는 것이 달라야지, 그들 뒤를 따를 일이 아니다. (중략) 깨달음은 어느 날 오는 것이다, 자기 일에 열심이어야 한다. -p.66


  세계화를 말하면서 세계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세계를 향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세계의 흐름에 몸을 던진다는 말인 모양이다. 시류에 휩쓸린다는 식의 세계화여서는 여행사 안내원 수준인 것이다. -p.147


  하지만 이건 너무 이상적인 게 아닌가 하는 문장도 있었다. 329쪽에 나오는 자연과 도시의 연계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부분인데, 솔직히 그게 좋다는 걸 누가 모르는가?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아토피도 적고, 건강에도 좋다는 걸 다 안다. 하지만 여건이 안 되니까 그렇게 못 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야말로 사람처럼 사는 일이라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럼 뭐라는 거지? 이런 투덜거림이 삐져나왔다. 그리고 난 도시의 아파트가 좋다고! 난 어쩔 수 없는 투덜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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