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 문화만담꾼 김재훈의 캐리커처 문화사
김재훈 글 그림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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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세기의 아이콘으로 보는 컬처 트렌드

  저자 - 김재훈

 

 

  ‘라이벌’을 통해 문화의 의미를 되묻는다는 광고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게다가 20세기와 21세기를 다룬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고전에 대한 것은 사골 우려먹듯이 나오고 또 나오고 있으니까. 아! 어쩌면 고전은 사골이 아니라, 화수분일지도 모른다. 꺼내도 꺼내도 자꾸 새로운 시각과 재해석이 나오니 말이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오드리 헵번과 마릴린 먼로라는 걸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작가 약력을 다시 보았다. 내용이 궁금해서 저자 이름만 보고 얼핏 넘겼는데, ‘역시 그렇군.’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재훈씨는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래서 책은 멋진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선 이 책의 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를 해야겠다. 책을 펼치면 양쪽에 그림이 각각 하나씩 그려져 있다. 라이벌로 선정된 둘이다. 딱 보자마자 ‘아!’하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잘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에 대해 적혀 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역시 양쪽으로 둘에 대한 간략한 감상이 나와 있다. 그리고 재치 있게 상황을 알려주는 대사와 인물이 그려져 있다.

 

  소설 속의 두 남자, 셜록 홈즈와 뤼팽이 나오는 장을 살펴보자. 폰을 얼른 바꿔야지,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 왼쪽엔 홈즈, 오른쪽에는 뤼팽.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잘 드러나 있다. 가운데 자세히 보면 VS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 다음 장 역시 왼쪽엔 홈즈, 오른쪽엔 뤼팽. 간략한 설명과 재미있는 대사가 적혀있다. 화질이 흐릿해서 잘 안보이지만, 대사가 진짜 핵심을 짚으면서도 혼잣말 또는 사족 같지만,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런 식으로 문화 아이콘, 그래픽디자인과 비주얼 아트, 패션과 프로덕트 디자인, 대중매체, 클래식 음악까지 총 66팀과 그들이 현대 문화에 준 영향이 나와 있다. 팀이라고 한 이유는, 사람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밀푀유와 독일의 바움쿠헨, 에펠탑과 제3인터내셔널 기념탑, B33과 MR20이라는 의자 심지어 페이스북과 트위터까지 사람이 아닌 것들도 수록되어 있다.

 

  특이하게 고 스티브 잡스는 종종 빌 게이츠와 비교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오직 그의 CEO적인 면과 디자이너적인 면을 나란히 비교했다. 빌 게이츠는 다뤄지지 않았다. IT는 문화적인 면에서 포함되지 않아서일까? 그러고 보니 과학 쪽은 다루지 않았다.

 

  어떤 부분, 특히 의자 같은 경우는 디자인만 익숙하지, 이름도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지 못했었다. 그냥 의자는 다 의자였고, 디자이너는 회사의 디자인실에서 만들었으려니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계기로 외우지는 못했지만, 몇몇 작품들에는 고유한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문득 ‘왜 저자는 이렇게 의자 디자인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을까?’라고 생각해봤는데, 현대인은 대개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나름 결론을 내렸다. 책상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책상엔 앉지 않으니까. 그럼 침대를 다루지 않은 이유는……. 음, 침대는 과학이라서?

 

  라이벌 한 팀에 두 장 분량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또 달리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문화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라이벌이라는 구도를 통해, 현대 문화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전개를 원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전공할 것도 아니고 간략하게 사람들에게 소개만 하는 것이라면 적절한 분량이다. 거기서 흥미가 생겨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참고 도서를 찾아보면 될 테니까. 말하자면 맛만 살짝 보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 현대 문화 시식 코너 정도? 문화라고 해서 꼭 그림은 별로 없이 글자만 많고 진지하게 주제를 다룬 책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별로 머리 아프지 않게, 그림도 많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만 읽고 두기에는 들어있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도 들어보고 관련 책도 읽어보고 영화도 보고. 그러면 색다르고 꽤 재미있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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