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와자키 탐정은 의뢰인의 전화를 받고 그 혹은 그녀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6천만 엔이 든 돈가방을 받게 되고 심각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갑니다.

전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재밌게 읽어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에 빠져서 즐겁게 읽었는데 마지막에 가서 덜컥 했습니다. 진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선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공감이 가지 않고, 사연도 좀 찝찝합니다.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네요.

스포일러 아주 약간 나옵니다-스포일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소녀가 손에 쥐고 있었던 물체를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데, 반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와자키 추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이정표 같은 단서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공개했어야 마땅할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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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2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서부 해안 연대기 중에서 제일 취향에 맞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평가가 좀 갈리는 편인데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막국가 알드는 안술을 점령해서 식민지로 만듭니다.
자유롭고 활기찼던 안술은 알드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서 자유를 억압당합니다.
알드는 책을 태우고 금지하기까지 합니다.
책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을 타고난 메메르는 이런 알드가 너무 밉습니다.

주의-스포일러 나옵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알드를 몰아내기 위한 반란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반란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후반부를 집중해서 읽었는데, 흠, 그렇게 되는군요.
마지막에 화끈한 복수를 원했던 분들은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화자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인 듯.

기프트의 주인공들이 보이스에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큽니다. 거의 주연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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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가 보고 있다
팀 파워즈 지음, 김민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팀펑크, 어쩐지 근사한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사이버펑크에 반발해서 일어난 새로운 SF 문학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에,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착각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나노공학, 유전공학, 인체개조에 대해서 좀 심하다고 느꼈던 터라 스팀펑크에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SF에 재미를 붙여가던 초보 SF 팬에게 사이버펑크는 좀 과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을 더 쓰기 전에 제가 대충 이해하고 있는 스팀펑크를 말하자면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팀 파워즈를 비롯한 작가들이 장난삼아 부른 이름,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 사회를 변화시켰던 것처럼 18, 19세기 다른 과학적 별명, 발견으로 변화된 사회를 그리는 SF,  혹은 그 시대 영국을 다룬 대체 역사물 정도 입니다. 

잘못 생각했던 스팀펑크와 진짜 스팀펑크는 이렇게 많이 다릅니다. 처음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윙미일 겁니다.^^ 그렇다고 스팀펑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읽은 스팀펑크는 안티 아이스였습니다. 그리고 팀 파워스의 아누비스의 문을 읽고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가 출간되었을 때 반가웠습니다. 김상훈 님의 소개글을 통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고 스팀펑크 대한 호감도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님이 붙인 시인의 피라는 제목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제목이 생경하게 다가왔지만 뭐, 재미만 있으면 되죠.(원제를 보니까 제목 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 나오는 흡혈귀는 다른 소설에서 흔히 보는 흡혈귀와는 다릅니다. 팀 파워스는 신화와 연결시켜 자기만의 흡혈귀를 훌륭하게 창조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다지 재밌지 않네요. 재미없는 건 아닌데,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크로퍼드는 결혼을 하러 가는 길에 흡혈귀와 마주치게 되고 원치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심각한 오해 때문에 도피를 하던 그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이런, 키츠, 셸리. 영국을 대표하는 이들 시인은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는 대가로 영감을 획득해서 뛰어난 시를 쓰게 됩니다. 시인들은 영감이란 이득을 얻기도 하는데 크로퍼드는 오직 피해만 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인들은 타협과 투쟁을 오락가락하지만 크로퍼드는 계속해서 투쟁합니다. 크로퍼드는 갖은 고생 끝에 겨우 흡혈귀를 떨쳐내지만 주변 환경은 그를 더욱 큰 싸움판에 끼어들게 만듭니다.

시인들도 흡혈귀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리자 목숨을 걸고 저항하게 됩니다. 처음 시인들이 등장했을 때 흥미를 끄는 배경의 역할 정도에 그칠 거리고 생각했는데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바이런, 셸리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나 궁금해서 새벽 3시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잠을 미룬 보람은 있었습니다만 재미 면에서 좀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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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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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주쿠 상어는 보고 싶은 일본 소설을 꼽으라는 설문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작품입니다. 이런 설문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보고 싶어지더군요.

신주쿠 상어의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통해서였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한 건 아니고,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통해서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 오사와 아리마사는 '다이쿄쿠구.' 라는 사무실을 만들어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가들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도 다른 사람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기괴한 스토리로 국내에서 확고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장광설에 질리면서도 그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지는 후속작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도 기괴했었죠.

이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사와 아리마사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미미 여사와 교고쿠 나츠히코가 재미없는 작가와 사무실을 같이 쓸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사와의 작품 신주쿠 상어는 일본 추리소설사에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초의 형사 하드보일드 물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추리 소설 팬들이 오래 기다렸던 신주쿠 상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기대가 부풀어 올랐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신선한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100프로 충족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세월 때문일 겁니다. 신주쿠 상어는 1990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새로움이 바랠 시간이 된 것이죠. 신주쿠 상어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더 그럴 겁니다. 성공이 크면 클수록, 좋은 평가를 받으면 받을수록 동료,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신주쿠 상어의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은 작품을 읽은 후에 신주쿠 상어를 읽으면 아무래도 신선함을 느낄 수는 없겠죠. 이 작품이 낡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전히 힘이 있고, 재밌습니다. 단지 그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또 하나, 저는 사메지마 형사가 더 막나가기를 바랐습니다. 통쾌하게 휘저어 버리길 바랐는데 그도 선은 지키더군요. 형사는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정은 의뢰인 혹은 돈에 따라서 법을 어기는 일이 자주 있고, 그게 큰 흠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히 형사는 다릅니다. 법을 지켜야 하고 사건 해결 뿐 아니라 그 이후의 단계인 기소와 재판까지 감안한다면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으려고 오랫동안 잠복하고 위험까지 무릅쓰는 장면은 사메지마의 직업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긋기라고 느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나오는 경찰들을 보면 조직 우선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조직에 강력하게 종속되어 있습니다.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나라 경찰들도 대개 그렇겠지만 일본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쿠자는 물론 틀렸다고 생각하면 경찰 조직과의 마찰도 불사하며  주관을 밀고나가는 사메지마도 큰 틀에서는 조직에 머리를 숙입니다. 가끔씩 치받기는 하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시메지마 형사 시리즈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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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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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은 묘한 맛이 나는 소설입니다. 느낀 점이 많고 할 말도 많은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써지지 않네요. 흠, 뭐랄까 복잡 미묘합니다.^^

마르틴은 전쟁터에서 겪은 일 때문인지 정신이 불안정한 아버지와 가난에 짓눌려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책은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는 등불 역할을 합니다. 서점 셈페레와 아들의 주인 셈페러 씨는 마르틴의 재능을 높이 여겨서 서점의 책을 마음대로 읽게 해주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주기도 합니다.

마르틴의 불안정한 삶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합니다. 가난은 여전히 그를 옥죄지만 마르친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부유한 소설가 페드로 비달의 후견 아래 신문사에서 소설을 연재하게 되고 나중에는 책까지 출판하게 됩니다. 그리고 안드레아스 코넬리와 만나게 됩니다. 코넬리는 마르틴에게 독자의 마음과 영혼을 뒤흔들 글을 써달라고 요구하며 거액을 제시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안드레아스 코넬리입니다. 그는 소설을 안개처럼 감싸고 돌아 마르틴은 물론 독자까지 환상의 세계로 끌고 갑니다. 처음에는 그가 누구냐 하는 문제가 아주 궁금했는데 글이 끝날 즈음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더군요.

1부는 잔잔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틀에 걸쳐서 느릿느릿 읽었는데 2부가 시작되면서 심각한 사건이 터지고 이야기의 굴곡이 심해지면서 흡입력이 높아집니다. 마르틴의 연애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데, 애절한 냄새를 풍기는 연애담이 마음을 건드립니다. 누구와 맺어지고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는 대강 짐작이 갔고, 예상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드네요. 반면에 사건을 저지른 자는 의외였는데, 이건 또 마음에 듭니다.

천사의 게임은 작가가 구상한 4부작 중에서 2부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람의 그림자로 알고 있는데 이야기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독립적인 작품이라 따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천사의 게임의 시간적 배경이 바람의 그림자보다 이전 입니다.).


두 작품의 시장 반응을 보면 4부까지 전부 다 나올 것 같긴 한데, 스페인에서 바람의 그림자가 출간된 게 2001년이고 천사의 게임이 2008년에 나왔으니까 전부 다 읽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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