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아가 보고 있다
팀 파워즈 지음, 김민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팀펑크, 어쩐지 근사한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사이버펑크에 반발해서 일어난 새로운 SF 문학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에,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착각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나노공학, 유전공학, 인체개조에 대해서 좀 심하다고 느꼈던 터라 스팀펑크에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SF에 재미를 붙여가던 초보 SF 팬에게 사이버펑크는 좀 과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을 더 쓰기 전에 제가 대충 이해하고 있는 스팀펑크를 말하자면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팀 파워즈를 비롯한 작가들이 장난삼아 부른 이름,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 사회를 변화시켰던 것처럼 18, 19세기 다른 과학적 별명, 발견으로 변화된 사회를 그리는 SF,  혹은 그 시대 영국을 다룬 대체 역사물 정도 입니다. 

잘못 생각했던 스팀펑크와 진짜 스팀펑크는 이렇게 많이 다릅니다. 처음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윙미일 겁니다.^^ 그렇다고 스팀펑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읽은 스팀펑크는 안티 아이스였습니다. 그리고 팀 파워스의 아누비스의 문을 읽고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가 출간되었을 때 반가웠습니다. 김상훈 님의 소개글을 통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고 스팀펑크 대한 호감도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님이 붙인 시인의 피라는 제목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제목이 생경하게 다가왔지만 뭐, 재미만 있으면 되죠.(원제를 보니까 제목 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 나오는 흡혈귀는 다른 소설에서 흔히 보는 흡혈귀와는 다릅니다. 팀 파워스는 신화와 연결시켜 자기만의 흡혈귀를 훌륭하게 창조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다지 재밌지 않네요. 재미없는 건 아닌데,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크로퍼드는 결혼을 하러 가는 길에 흡혈귀와 마주치게 되고 원치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심각한 오해 때문에 도피를 하던 그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이런, 키츠, 셸리. 영국을 대표하는 이들 시인은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는 대가로 영감을 획득해서 뛰어난 시를 쓰게 됩니다. 시인들은 영감이란 이득을 얻기도 하는데 크로퍼드는 오직 피해만 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인들은 타협과 투쟁을 오락가락하지만 크로퍼드는 계속해서 투쟁합니다. 크로퍼드는 갖은 고생 끝에 겨우 흡혈귀를 떨쳐내지만 주변 환경은 그를 더욱 큰 싸움판에 끼어들게 만듭니다.

시인들도 흡혈귀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리자 목숨을 걸고 저항하게 됩니다. 처음 시인들이 등장했을 때 흥미를 끄는 배경의 역할 정도에 그칠 거리고 생각했는데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바이런, 셸리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나 궁금해서 새벽 3시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잠을 미룬 보람은 있었습니다만 재미 면에서 좀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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