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상어 -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뫼비우스 서재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신주쿠 상어는 보고 싶은 일본 소설을 꼽으라는 설문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작품입니다. 이런 설문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보고 싶어지더군요.

신주쿠 상어의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통해서였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한 건 아니고,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통해서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 오사와 아리마사는 '다이쿄쿠구.' 라는 사무실을 만들어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가들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도 다른 사람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기괴한 스토리로 국내에서 확고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장광설에 질리면서도 그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지는 후속작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도 기괴했었죠.

이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사와 아리마사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미미 여사와 교고쿠 나츠히코가 재미없는 작가와 사무실을 같이 쓸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사와의 작품 신주쿠 상어는 일본 추리소설사에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최초의 형사 하드보일드 물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추리 소설 팬들이 오래 기다렸던 신주쿠 상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기대가 부풀어 올랐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신선한 뭔가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100프로 충족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세월 때문일 겁니다. 신주쿠 상어는 1990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새로움이 바랠 시간이 된 것이죠. 신주쿠 상어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더 그럴 겁니다. 성공이 크면 클수록, 좋은 평가를 받으면 받을수록 동료,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신주쿠 상어의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은 작품을 읽은 후에 신주쿠 상어를 읽으면 아무래도 신선함을 느낄 수는 없겠죠. 이 작품이 낡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전히 힘이 있고, 재밌습니다. 단지 그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또 하나, 저는 사메지마 형사가 더 막나가기를 바랐습니다. 통쾌하게 휘저어 버리길 바랐는데 그도 선은 지키더군요. 형사는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정은 의뢰인 혹은 돈에 따라서 법을 어기는 일이 자주 있고, 그게 큰 흠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히 형사는 다릅니다. 법을 지켜야 하고 사건 해결 뿐 아니라 그 이후의 단계인 기소와 재판까지 감안한다면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으려고 오랫동안 잠복하고 위험까지 무릅쓰는 장면은 사메지마의 직업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긋기라고 느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나오는 경찰들을 보면 조직 우선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조직에 강력하게 종속되어 있습니다.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나라 경찰들도 대개 그렇겠지만 일본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쿠자는 물론 틀렸다고 생각하면 경찰 조직과의 마찰도 불사하며  주관을 밀고나가는 사메지마도 큰 틀에서는 조직에 머리를 숙입니다. 가끔씩 치받기는 하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시메지마 형사 시리즈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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