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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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된다.

불경기로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이 새벽부터 취업 박람회 장에 모여 있다.

어쩌면 취직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스티븐 킹은 거기에 모인 사람들을 조명한다. 때로는 스쳐가는 풍경처럼 멀리서, 때로는 현미경처럼 가까이 접근해서 각각의 사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쟤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취직을 됐으면 좋겠다.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응원하는 등장인물도 생겼을 거다.

그때 메르세데스 벤츠가 등장하고, 악몽이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완벽한 호러다. 호러 킹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호지스에게로 건너뛴다.

호지스는 유명한 형사였다.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고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소파에 앉아 시시껄렁한 텔레비전 쇼나 시청하고 있다.

무료한 삶에 지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그에게 어느 날 편지가 온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범인이 보낸 ‘나 잡아 봐라.’ 라는 편지.

이때부터 글은 호러에서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변신한다.

킹은 범인의 정체를 초반부터 밝힌다. 그래도 글은 긴장감을 읽지 않고 진행된다.

역시 대가는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호러의 제왕이 미스터리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스티븐 킹은 그 도전을 놀랍도록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듯 킹은 이 작품으로 에드거 상을 수상했다.

 

 

글을 읽는 동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더위를 잊고 싶은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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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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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의 배경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지면서 월 가가 쑥대밭이 되었던 해입니다.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죠.(이때 우리나라도 난리가 났었죠. 제2의 대공황이 시작된다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다 싶네요.)

 

월 스트리트가 흔들리면 그곳과 연결된 법률회사들도 불황을 겪습니다. 감원이 시작되고 서맨사도 거기에 휘말려 해고됩니다. 그녀는 형편이 풀리면 1년 후에 복직시켜 주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믿고 무료 법률 사무소에 무급 인턴으로 취직합니다.

 

무료 클리닉은 석탄으로 유명한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산골 마을 브래디에 위치해 있습니다.

 

뉴욕의 삶을 사랑하는 서맨사에게 브래디는 낯선 곳입니다. 퇴근을 하면 갈 곳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그냥 있는 걸 선택하는 그런 산골 마을입니다. 동료들은 좋은 사람이지만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1년만 채우고 떠나자, 라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쪽 지방의 가장 큰 문제는 노천 광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는데 노천 광산이 환경을 심하게 파괴하는군요.(석탄을 캘 때 갱도를 만들면서 파들어가는 게 아니라 탄층을 덮고 있는 지층을 화약으로 날려서 캐냅니다.)

 

미국은 소송의 천국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들이 달려들어서 소송을 마구 제기하죠. 서맨사는 석탄 회사를 상대로 집요한 소송전을 벌이는 도너번과 가까워지면서 사건에 말려들어 갑니다.

 

서맨사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률회사에서 3년 정도 근무한 변호사지만, 소송업무는 잘 모르고 법원에 나간 적도 거의 없습니다. 회사의 부동산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서류작업만 했기 때문입니다. 잿빛 음모는 그런 서맨사의 변호사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처음 소송을 걸고 승소하고 그 짜릿함으로 소송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갑니다.

 

 

결말이 궁금해서(서맨사의 선택), 새벽까지 책장을 넘겼습니다. 예상했던 선택이라 놀랍지는 않는데 아직 남은 재판이 있어서 속편이 나왔으면 싶네요. 존 그리샴이 집필한 다른 모든 소설이 그랬던 것처럼 잿빛 음모도 재밌습니다.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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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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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퓰리처상 수상작 중에서 최고로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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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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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에 대한 명성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2002년 십이국기가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었죠.

대단한 작품이라는 칭찬이 많았는데 저는 읽지 않았습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왜냐하면 전반적으로 책 만듦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그 출판사 관계자가 보시면 기분 나쁘겠네요. 죄송.)

권 수도 좀 부담스러웠고요. 그 이후 십이국기를 잊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다는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초반부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다시 십이국기에 대한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십이국기가 새로 나온다는 겁니다.

사전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신청했고 가제본을 받았습니다.

가제본이 참 예뻐요. 이대로 출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정식 출판본은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됩니다.).

드디어 십이국기를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습니다.

명성이 이해가 되는 작품입니다. 진즉에 읽을 걸 그랬어요.

소설 초반부에 평범한 여고생이(머리색이 독특하긴 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다급한 상황에 밀려 이계로 들어갑니다.

타의에 의한 이계진입. 한국 판타지에서도 많이 다뤘죠.(양산형이라고 무조건 까는 분들 많은데 잘 찾아보면 좋은 작품도 있어요.^^).

이계 진입까지는 뭐 별 다른 점은 없습니다. 워낙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서 이제는 평범해진 소재죠.

그런데 십이국기의 매력은 그 다음부터 발휘됩니다.

작가가 만든 세계의 매력에 푹 빠진 분도 있겠지만 제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의 성장입니다.

요코는 고난을 겪으면서 생각이 변해 가는데 그 변화의 과정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 변화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말이 됩니다. 그럴 듯해요.

주인공의 변화를 독자한테 감정적 이성적으로 납득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오노 후유미는 그 일을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해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마지막 결정이 이해가 됩니다. 변화와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니까요.

십이국기는 좋은 판타지고 좋은 성장 소설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덧1.

예전에 나온 책보다 분량이 많아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1,2권의 합본이네요. 독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입니다.^^

덧2.

정식 출판본에 수록될 일러스트가 멋지다는데 기대가 됩니다. 빨리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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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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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에 보면 사인회에서 어느 독자가 샤이닝의 그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고 한다. 킹 본인도 예전부터 그 아이를 궁금하게 여겼다고. 그래서 나온 게 닥터 슬립이다.(개인적으로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재밌는 글이다. 특히 결말부에 소녀가 던지는 장면이 찡했다. 재계약이 안 됐다고 하니 절판되기 전에 빨리 구입하시길. 다저스의 디 고든이 톰 고든 아들이라는 소리를 듣고 은근히 반가웠다-나왔던 아이와 부적에 나왔던 아이가 어떻게 컸을지 궁금하다. 부적의 후속편은-블랙 하우스-미국에서 출간이 됐는데 번역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부적 자체가 번역이 되고 있지 않으니.)

샤이닝을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닥터 슬립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닥터 슬립은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었다.

샤이닝이 끝나고 모자는 안전해졌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삶이란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어서 둘은 힘겹게 삶을 이어나간다. 불쑥불쑥 등장하는 유령 때문인지 아니면 학대의 영향인지, 그것도 아니면 유전 때문인건지 대니 토런스는 알콜 중독에 빠지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킹의 작품을 읽어보면 알콜중독에 대한 묘사가 리얼한데 아마도 중독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거다. 비슷한 맥락에서 존 그리샴도 알콜 문제를 심하게 겪었을 것 같다.)

대니는 그렇게 떠돌아다니다가 호스피스 시설에서 일하게 되면서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던 중 비슷한 능력을 지닌 소녀를 만나게 되고 트루 낫이라는 무시무시한 조직과 엮이면서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된다.

초반의 트루 낫은 아주 무시무시해 보였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초기의 포스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아마 킹이 나이가 들면서 유해진 때문이 아닐가 생각한다. 젊었을 때 이걸 썼으면 주인공 지인이 막 죽어나갔을 텐데, 어쩌면 주인공도.^^

한참 더울 때 읽었는데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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