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이 - 프랑스문학 다림세계문학 7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김주경 옮김, 오승민 그림 / 다림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책의 첫머리에 샤를 페로의 동화 <엄지소년>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고 본문에도 직접 언급이 되고 있다. 해설을 읽어 보니 <바다아이>는 엄지소년의 현대적인 변용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런 저런 요소를 감안하면 쟝 클로드 무를르바의 바다아이가 엄지소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엄지소녀는 읽어본 적이 있지만 엄지소년은 이름만 많이 들어 봤을 뿐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바다아이의 어느 부분과 비슷한 지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바다아이를 재밌게 읽었고, 감동적인 동화라는 사실이다.

바다아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형제들의 가출담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단순한 동화는 아니다. 바다아이는 생각할 거리를 참 많이 던져주는 이야기이다. 글은 일곱 소년의 가출을, 그들 자신의 시선과 가출과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으로 들려준다. 화자가 계속 바뀐다는 말이다. 짤막짤막하게 넘어가는 이야기 속에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증언이 담겨, 여러 각도에서 가출의 의미를 조명해준다. 그래서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일곱 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된다.

얀 두트를로는 가난한 집안의 막내이다. 형들은 쌍둥이로 모두 여섯명인데 복지 기금으로 연명할 정도로 집이 가난하다. 다행히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형제간의 우애는 깊다. 어느날, 아이의 아버지 루이 루트를로는 얀의 태도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방을 우물 속에 처박아 버린다. 사회복지사 나탈리 조세는 가방없이 등교한 얀을 데리고 집으로 찾아갔다가 아이 엄마의 냉대를 받는다. 걱정이 된 그녀는 다음날 그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얀은 형들을 데리고 가출한 후다. 일곱 형제들의 여정은 트럭운전수, 작가, 할머니, 빵집 아줌마, 흑인 여대생, 실업자 등의 눈을 통해서 그려진다. 가출이 성공하기를, 아이들이 원하는 바다까지 닿을 수 있기를.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한 아이들은 위기를 맞게 된다. 글에서 유일하게 악독한 캐릭터로 나오는 부유한 사업가가 아이들을 감금해 버린 것이다. 사업가는 엄지소년의 악당 식인귀와 비견되는 인물인 모양이다. 가출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나게 될까. 동화가 비극적으로 끝날리 없어, 하는 생각과 인어공주도 동화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어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고통은 대개 분쟁을 유발한다. 형제가 갇히고 난 후 가출의 책임소재를 두고 싸움이 일어날 만도 하건만, 아이들은 서로를 걱정하고 아껴준다. 아이들의 형제애가 감정을 자극했다. 형제가 없는 외동, 혹은 형제가 있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을 동화다. 마지막에 망토를 쓰고 바다를 바라보는 얀의 모습에서 코 끝이 시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섬 네버랜드 클래식 2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영선 옮김, 노먼 프라이스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재밌게 본 동화를 커서 보았을 때 실망했다면 그 작품은 훌륭한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커서 보았을 때 여전히 재미있다면 그 동화는 훌륭한 글이며 고전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 책 보물섬이 바로 후자의 좋은 예이다.

부모님을 도와 여관을 운영하는 짐 호킨스는 해적의 유품 속에서 보물을 감춰 둔 무인도의 지도를 입수한다. 그리고 의사선생님, 지주와 함께 보물을 찾아 바다로 떠난다. 보물섬, 해적, 장님, 외다리, 앵무새, 바다, 그리고 모험. 아이들의 가슴을 뒤흔들만한 낭만적, 동화적인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짐 호킨스는 읽는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보물섬의 지도를 발견한 것도 호킨스이고 해적들의 음모를 엿들어서 일행을 구해내는 것도, 그리고 빼앗긴 범선을 되찾아 안전하게 정박시키는 것도 그이다. 완벽하게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는  캐릭터이다. 짐 외에 인상적인 등장인물이라면 외다리 실버를 꼽을 수 있다. 어릴 때 보았을 때는 실버가 참 멋있어 보였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 읽어보니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이 인상 깊다.

초등학교 때 보물섬을 읽고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던가. 감히 바다로 나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동네 앞산에 보물이 묻혀 있을 것이란 상상을, 잠자리에 들 때마다 하곤 했었다. 하루는 상상에 그치지 않고 삽을 들고 산에 올라가 이곳저곳 구덩이를 파 보았었다. 물론 보물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구멍을 파는 내내 즐거웠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즐거울 명작동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카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서점에 들렀다. 이때까지 조카에게 사준 책의 대부분이 외국작가 작품이라 어쩐지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해서 이번에는 한국작가 작품을 사주려고 일부러 찾아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구름빵이다. 제목이 흥미로운데다 표지까지 예뻐서 빼들었다가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외국유명작가와 견주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책이었다. 거기다 우리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까지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이들이 나무에 걸린 구름을 걷어다가 엄마에게 갔다준다. 엄마는 그걸로 솜씨좋게 반죽을 해서 빵을 만든다. 이른바 구름빵이다. 아빠는 출근시간에 쫓겨 빵을 먹지 못하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은 아빠를 배웅하고 맛있게 빵을 먹는다. 놀랍게도 빵을 먹으니 몸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참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뛰어난 상상력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맛있는 빵을 먹으니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근한 아빠가 생각났다. 그들은 아빠가 배가 고플까봐 빵을 싸들고 쫓아간다. 물론 하늘을 날아서 가는 거다. 아이들은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아빠를 발견하게 되고 빵을 전해준다. 행복한 마음에 빵을 먹은 아빠는 몸이 둥실둥실 떠올라 날아서 회사에 도착한다. 바로 이런 부분들. 작가의 상상력이 가족의 따뜻한 정과 합쳐지는 이야기의 구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훈훈한 감정이 올라와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그림도 내용 못지않게 흘륭했다. 고양이를 의인화 해서 만든 그림은 첫눈에 정감이 갔다.  아이는 아이같이 생겼고, 엄마는 엄마같이 생겼으며 아빠는 아빠같이 생겼다. 사진을 찍어서 그 위에다 그린 그림들이 하나같이 정감이 가서 좋았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같이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나서 제목 그대로 정말 헌신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양반은(이시가미)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제가 보기에는 집착이고 병 같습니다. 소설이니까 그렇지 현실에서 이렇게 사랑한다면 소름끼칠 것 같네요. 주인공 모녀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궁지에 몰려서 그런 모양입니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병적인 사람이 많이 나오고 특히 일본소설에서 그러한 경향이 강하니 뭐라 그럴 건 아니군요.

이혼한 후에도 계속 찾아오며 돈을 뜯어가는 전남편 도시가미 때문에 야스코는 미칠 지경입니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고 패닉에 빠집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때 그녀의 주변을 돌던 이시가미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며 시체를 처리합니다. 그는 어떻게 야스코 모녀를 위기에서 구할까요.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집니다.

작가가 친절하고 정직한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서가 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배치했습니다. 트릭에 자신이 있었던 걸까요. 어쨌든 그 덕분에 트릭을 잘 못 맞추는 저도 트릭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자신만만해 할만큼 훌륭한 트릭이었습니다. 작가가 작심하고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과도 좋아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나오키 상도 수상했습니다.

이야기가 천재물리학자와(유가와) 천재수학자의(이시가미) 대결양상으로 흘러가는데 천재 간의 대결이라 나름 흥미로운면서도 식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두 천재가 대학교 동창인데, 그들은 폐쇄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도 서로 친구라 느낄만큼 감정적으로 교류를 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도 동창입니다. 이런 설정은 좀 공교롭게 느껴지네요. 이런 느낌에도 불구하고 글은 재미있게 읽힙니다. 범인이 초반에 명백하게 드러나고 그 감정이 서술되는 등  도서추리의 형식을 띠는데 이시가미가 그녀의 범행을 은폐하는 것이 작품의 뼈대를 이룹니다. 작가의 솜씨가 빼어나서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만듭니다.

문제를 내는 자와 문제를 푸는 자중 누가 더 똑똑한가. 증명을 하는 자와 그 증명이 맞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은 어느 쪽이 더 힘든가. 이런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상당히 오랫동안 인상에 남습니다. 감정이입이 되어서 찡 했습니다. 제가 만약 물리학자였다면 그냥 덮어두었을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소설이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볼 수 있겠는데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모두 다르다. 유일하게 같은 것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소설이 각 이야기 속에서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헌데 특이하게도 공통적으로 언급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모두 다른 소설이다.

첫번째 이야기. <기다리는 사람들>에 나오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200권만 자가출판된 책으로 아무도 저자의 정체를 모른다. 알음알음으로 시중에 풀린 책이 100권이 채 되지 않는데, 다른 이에게 빌려주었을 경우 반드시 하루 뒤에 돌려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제약도 붙어 있다. 게다가 나중에는 회수하러 다니는 사람까지 등장해서 시중에서 책을 구하기는 극히 어렵다. 대기업 사원 사메시마 고이치는 회장님의 부름을 받아 그와 이박삼일을 보내기 위해 회장의 자택을 찾는다. 그 곳에는 세 명의 선객이 있었는데 그들은 고이치에게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권유한다. 수수께끼란 바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란 책을 찾을 수 있는 다잉메시지, 석류열매를 풀어 난잡하게 쌓여 있는 수만권의 장서 속에서 그 책을 찾아내는 일이다. 첫부분을 읽었을 때는 공포소설이나 환상소설인 줄 알았는데 훌륭한 추리소설이었다. 수수께끼와 관련해서 괜찮은 추리가 나온다. 그럴 듯한 추리와 그 추리가 깨어지는 과정, 막지막에 다시 일어나는 반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책에 실린 네 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았다.

두번째 이야기. <이즈모 야상곡>. 기다리는 사람들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란 책이 여기서도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등장한다. 역시 이야기는 이 책을 모티브로 진행이 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작가를 찾아 두 편집자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주도한 편집자가 동행한 편집자에게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는데 그 대화가 흥미롭고 마지막에 작가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이 재미있다. 이것도 역시 미스터리 풍이다.

세번재 이야기. <무지개와 구름과 새>는 꽤나 탐미적으로 읽혔다. 어쩐지 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일본소설스럽다는 감상도 들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아직 창작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편집자가 되는 여자가 나중에 쓸 것으로 끝에 이야기가 정리된다.  무지개와 구름과 새는 공원의 낭떠러지에서 두 소녀가 추락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름답고 신비한 쇼코와 미사오다. 두 소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각기 상대 소녀가 자신이 좋아한 소녀를 죽인 것으로 의심한다. 그리고 미사오에게 과외를 해준적이 있는 나오코는 미사오가 죽기 직전에 보낸 노트를 읽고 미사오가 자살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오코가 고향으로 돌아와 두 소녀와 친했던 사람들을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찾아가 만나게 되고 진실에 점차 접근한다. 두 소녀의 만남과 죽음이 그리스 비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네번째 이야기는 좀 복잡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재미도 앞의 이야기보다는 떨어졌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나오고 그 사람이 창조한 것 같은 소설 속에서 소설쓰는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소설 쓰는 여자가 쓴, 혹은 소설 쓰는 여자가 쓴 소설 속의 여자가 쓴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재밌어서 난해한 내용을 참고 읽었다. 리세가 괴상한 학원에 전학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학원은 무섭고 신비한 학원이다. 환경이 기기묘묘한 학원에서 학생이 주기적으로 사라진다. 끝이 어떻게 나나 궁금해서 밤을 세워 읽었는데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 느낌이 들었다. 리세 이야기만 따로 떼어내서 길게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