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가들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버려진 공장, 호텔, 빌딩, 지하철, 학교, 묘지 같은 폐허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을 크리퍼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크리퍼스는 스스로를 도시탐험가, 도시모험가, 동굴탐험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가 데이비드 모렐은 이들을 소재로 화끈한 호러풍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도시탐험가들은 매끈하게 뽑혀나온 일급 스릴러이다.

도시탐험가들이라고 하면 꽤나 낭만적으로 들린다. 폐허에 얽힌 숨겨진 역사를 찾아보고 음미한다는 크리퍼스의 주장은 일견 고상해 보인다. 교수, 기자, 대학원생인 크리퍼들의 직업도 고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크리퍼스는 사유지를 무단침입한 침입자에 불과하다. 살인, 강도 같은 심각한 범죄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어쨌든 범죄는 범죄다. 초반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호러스럽게 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발렌저는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될 것 같다며 크리퍼스 팀에 합류한다. 발렌저가 합류한 팀은 콩클린 교수가 이끄는 팀으로 릭, 코라 부부와 비니가 팀원이다. 이들은 수십 년간 버려진 패러곤 호텔에 성공적으로 잠입한다. 호텔의 주인 칼라일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혈우병을 앓았다는 그는 평생을 호텔에서 생활하며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칼라일은 호텔 이곳저곳에 비밀 통로를 만들어놓고 투숙객들을 훔쳐봤다는 괴팍한 인간이다. 이런 호텔에 들어왔으니 편하게 나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꼬리 두 개 달린 쥐와 다리가 다섯 개인 고양이는 불길한 일의 전조에 불과하다.
작가는 괴팍한 호텔주인과 호텔에서 있었던 각종 사건사고들을 늘어놓아 으스스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냈다. 유령이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자살, 실종을 감안하면 당연히 유령호텔로 변모해야 한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사실 이쯤 읽었을 때 유령이 튀어나올 줄 알았다. 90 넘게 살았다는 칼라일은 유령으로 안성맞춤인 인물인 것이다.
작가 데이비드 모렐은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를 준비해 놓았다. 역시 유령보다는 사람이 무섭다. 진짜 침입자들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크리퍼스의 악몽은 시작된다. 진짜 무서운 일은 낭만적 모험이 목적인 것 같았던 크리퍼스들의 목적이 사실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것이다. 몇몇 크리퍼스는 선의의 뜻에서 동료를 속이지만 이미 그것으로서 낭만적인 모험이라는 원래의 목적은 파괴되어 버렸다. 낭만적 모험이라는 크리퍼스의 순수가 파괴되어 버린 자리에 남는 것은 무단침입자라는 범법의 이미지 뿐이다.

크리퍼스와 침입자의 충돌,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상황과 갈등은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흡입력이 대단하다. 금고를 열었을 때 나타나는 상황처럼 의표를 찌르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감탄을 자아낸다. 뜨거운 여름밤을 식혀준 훌륭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꽤 많은 미스터리 물을 읽었다. 그러다 보면 독특한 설정을 가진 책을 접하게 되는데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 그랬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화자이자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정신병자라는 점이다. 정신병자는 가진 병 때문에 탐정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 병 자체가 결격사유가 되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프랜시스는 내면에서 올라오는 여러 목소리 때문에 자신을 잃게 되고 가족의 신고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물론 프랜시스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말짱하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가장 괴로운 점은 평생 정신변원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점이다.

가족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치료가 잘 되어도 돌봐줄 가족이 없으면 퇴원은 허락되지 않는다. 정해진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평생을 갇히게 되는 것이다. 바닷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프랜시스는 그게 너무 싫고 두렵다.

바닷새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사람은 별명을 붙여준 소방수 피터이다. 피터가 정신병원에 갇힌 이유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소방수인 그가 성당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 정신감정을 위해 정신병원에 보내진 것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사람이 보태진다. 젊은 시절 강간을 당한 적이 있는 여검사 루시 존스다.

이들을 묶어주고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참혹한 살인사건이다. 짧은 금발이라 불리는 여 간호사가 정신병동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정신병원은 살인이 벌어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다. 거의 모든 문이 잠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인이 벌어졌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을까? 정신병자의 소행일까? 아니면 병원직원의 소행일까?

바닷새는 소방수 피터와 검사 루시의 수사를 돕는다. 하지만 혼란스럽다. 자신의 경험이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망상인지 스스로도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연쇄살인마는 그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위협당한 사실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정신병이 깊어졌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료인 피터와 루시도 완전히 믿어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정신병자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망상일까? 현실일까?

바닷새는 혼란을 극복하며 조금씩 범인에게 접근해 나간다. 그럴수록 범인이 가하는 위협은 커진다. 내적인, 혹은 외적인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며 범인에게 다가가는 바닷새의 모습이 멋지다. 특히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내면의 심리 묘사가 많이 나오는 탓에 장황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지만, 그 때문에 발생하는 긴장감이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정신병원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사건들의 연속이 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훌륭한 스릴러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럭키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
세오 마이코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럭키걸이라는 제목과 발랄하고 경쾌한 표지를 보면 작품의 성격이 대강 짐작이 된다. 짐작대로 즐겁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책에 실린 네 편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밝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루이즈 요시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지만 상사와 맞지 않아서 관두고 점술가 일을 하게 된다. 일을 하는 걸 보면 점쟁이라기 보다는 카운슬러 같다. 과거를 맞추고 미래를 맞추는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손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등을 살짝 밀어주는 일을 한다. 고객의 행복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그녀가 치는 점에서 느껴져서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따뜻한 기분이 되었다.


첫번째 단편 니베아와 두번째 단편 패밀리센터는 의뢰에 담긴 비밀(비밀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을 알아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수수께끼 풀이를 보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세번째 단편 종말의 예언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좋았고, 네번째 단편 강운의 소유자는  인물들 간에 흐르는 감정의 교류 같은 것이 좋았다.


앞서 말했듯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들이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의표를 찌르며 튀어나오는 사건들, 간간이 터져나오는 유머, 그리고 반전과 의외의 범인(혹은 결말) 같은 할런 코벤 특유의 스타일이 위험한 계약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손에 들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된다. 뒤가 궁금해서 중간에 책을 덮기 어렵다.

위험한 계약은 스포츠 에이전트 탐정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1작이다. 탐정역을 하는 주인공의 직업이 상당히 특이하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선수들의 계약과 얽힌 음모, 추문, 협잡, 같은 뒷이야기가 나타난다. 생소한 분야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신출내기 에이전트 마이런 볼리타는 대박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이다. 최고의 풋볼 신인 크리스천 스틸의 에이전트 권을 따낸 것이다. 대박 계약을 이끌어내기만 하면 사업은 탄탄대로에 들어선다. 헌데 암초가 튀어나온다. 크리스천 스틸의 약혼녀 캐시 컬버는 1년 8개월 전에 실종이 됐는데 그녀의 누드사진이 삼류 포르노 잡지에 실린 것이다.

어디서 그녀의 누드사진이 튀어나온 걸까? 살해당했을 것이라 잠작되는 캐시 컬버는 살아 있는 것일까?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는 크리스천은 마이런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책 소개를 보면 캐시의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난다고 했는데, 별로 충격적이진 않았다. 이런 종류의 과거는 상당히 많이 다뤄진 종류의 것이라서(미국에서 처음 출판됐던 1995년에 번역되어 나왔다면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2007년인 지금에는 이 정도를 충격적이라고 하기에는 약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작품의 재미는 관계자를 추궁하면서 진술에 접근하는 그 아슬아슬한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싱거운 농담을 던지는 마이런과 그의 아주 과격한 친구 캐릭터에서 나온다.


재밌게 읽었다. 할런 코벤의 작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뭘 선택해서 읽든 실망하는 법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죄추정 1 밀리언셀러 클럽 60
스콧 터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콧 터로에게는 법정 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존 그리샴보다 낫다는 평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 극찬을 듣는 스콧 터로의 대표작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재밌다. 존 그리샴을 대단히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존 그리샴 보다 낫다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재미를 안겨준다는 말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이 좀 더 대중적이라면 스콧 터로의 무죄추정은 깊이가 있다.

제목이 무죄주정이다. 미국 형법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피고는 무죄로 보아야 하며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라는 원칙이다. 따라서 피고는 무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리틀 판사는 재판에 앞서 이 원칙을 배심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런 원칙이 없었다면 주인공 러스티는 더욱더 어려운 입장에 처했을 것이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검찰총장의 총애를 받는 러스티는 수석부장검사를 맡고 있다. 사실상 군검찰의 이인자이다. 그런 러스티에게 곤란한 사건이 닥쳐온다. 시기도 치악이다. 검찰총장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기에 여검사 캐롤린이 피살된 것이다. 레이먼드 검찰총장에 맞서 선거에 출마하는 니코 검사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검찰총장을 비난한다.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급히 해결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되자 가장 신임하는 러스티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러스티는 캐롤린과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았지만 레이먼드의 지시에 할 수 없이 사건을 맡게 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앞으로의 스토리가 대강 떠올랐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보스를 구하기 위해 러스티는 열심히 수사를 해서 범인을 잡아낸다. 그 결과 보스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러스티도 출세를 하게 된다. 이렇게 예상을 했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곳으로 움직였다. 피살자 캐롤린의 집 술잔에서 러스티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러스티는 범인으로 몰린다. 범인을 잡는 검사가 범인으로 몰린 것이다. 입장의 완벽한 역전에 감탄했다.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작가는 러스티가 당한 기소부터 판결까지 착실하게 따라가면서 독자를 미국 형사법정으로 안내한다. 재미있다. 작가가 그려내는 법정에 사로잡혀 딴 생각을 할 여가가 없게 된다. 사건이 거의 일단락될 즈음에야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러스티가 무죄라면 여검사 캐롤린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물이라면(그 서브쟝르가 어떤 형식이든) 가장 큰 수수께끼는 범인이 누군가 하는 점이다. 모든 궁금증이 그 부분에 집중된다. 독자도 그걸 추리하면서 글을 읽게 된다. 헌데 무죄추정은 거의 끝부분에 다 가서야 그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른다. 러스티의 재판이 거의 일단락된 지점에서야 서서히 진범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르는 것이다. 스콧 터로의 솜씨에 완전히 말려버렸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 대단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주는 결말은 정말 오랜만이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덧.

무죄추정은 해리슨 포드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는 한다. 글을 읽기 전에 알게 된 정보인데, 다 읽고 나서야 그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일단 떠오르자 영화의 스토리가 전부 다 생각났다. 다 읽은 후에 기억이 떠올라서 다행이다. 강력한 반전이 주는 즐거움을 덕분에 맛볼 수 있었다.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허술한 기억력이 이런 쪽으로는 쓸모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