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 1 밀리언셀러 클럽 60
스콧 터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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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터로에게는 법정 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존 그리샴보다 낫다는 평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 극찬을 듣는 스콧 터로의 대표작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재밌다. 존 그리샴을 대단히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존 그리샴 보다 낫다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재미를 안겨준다는 말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이 좀 더 대중적이라면 스콧 터로의 무죄추정은 깊이가 있다.

제목이 무죄주정이다. 미국 형법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피고는 무죄로 보아야 하며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라는 원칙이다. 따라서 피고는 무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리틀 판사는 재판에 앞서 이 원칙을 배심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런 원칙이 없었다면 주인공 러스티는 더욱더 어려운 입장에 처했을 것이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검찰총장의 총애를 받는 러스티는 수석부장검사를 맡고 있다. 사실상 군검찰의 이인자이다. 그런 러스티에게 곤란한 사건이 닥쳐온다. 시기도 치악이다. 검찰총장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기에 여검사 캐롤린이 피살된 것이다. 레이먼드 검찰총장에 맞서 선거에 출마하는 니코 검사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검찰총장을 비난한다.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급히 해결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되자 가장 신임하는 러스티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러스티는 캐롤린과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았지만 레이먼드의 지시에 할 수 없이 사건을 맡게 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앞으로의 스토리가 대강 떠올랐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보스를 구하기 위해 러스티는 열심히 수사를 해서 범인을 잡아낸다. 그 결과 보스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러스티도 출세를 하게 된다. 이렇게 예상을 했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곳으로 움직였다. 피살자 캐롤린의 집 술잔에서 러스티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러스티는 범인으로 몰린다. 범인을 잡는 검사가 범인으로 몰린 것이다. 입장의 완벽한 역전에 감탄했다.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작가는 러스티가 당한 기소부터 판결까지 착실하게 따라가면서 독자를 미국 형사법정으로 안내한다. 재미있다. 작가가 그려내는 법정에 사로잡혀 딴 생각을 할 여가가 없게 된다. 사건이 거의 일단락될 즈음에야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러스티가 무죄라면 여검사 캐롤린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물이라면(그 서브쟝르가 어떤 형식이든) 가장 큰 수수께끼는 범인이 누군가 하는 점이다. 모든 궁금증이 그 부분에 집중된다. 독자도 그걸 추리하면서 글을 읽게 된다. 헌데 무죄추정은 거의 끝부분에 다 가서야 그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른다. 러스티의 재판이 거의 일단락된 지점에서야 서서히 진범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르는 것이다. 스콧 터로의 솜씨에 완전히 말려버렸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 대단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주는 결말은 정말 오랜만이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덧.

무죄추정은 해리슨 포드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는 한다. 글을 읽기 전에 알게 된 정보인데, 다 읽고 나서야 그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일단 떠오르자 영화의 스토리가 전부 다 생각났다. 다 읽은 후에 기억이 떠올라서 다행이다. 강력한 반전이 주는 즐거움을 덕분에 맛볼 수 있었다.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허술한 기억력이 이런 쪽으로는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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