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증보판
라인홀드 니버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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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책
그러니까 ˝누가 괴물에게서 공주를 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였으나 역시 괴물은 괴물답고 오르페우스에게 있던 실자락 하나가 내겐 없어서 미로의 미궁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비유를 섞어 말하기를 ) 제천대성이라도 된 듯 머리카락 한 움큼을 미로에 남겨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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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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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할지 살짝 기대가 되기는 합니다만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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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홍신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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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며칠 째 흐렸다. 비든 눈이든 내리지 않고는 갤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 있다.  바람은 낮게 발목을 자르며 지나가거나 귀를 물어 뜯으며 지나갔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비명 대신 더욱 몸을 움츠리며 갈 길을 재촉했다.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었다.마주치지 않고 유연하게 왈츠의 우아한 스텝처럼......

  얼마전 소천했다는 바다 건너 , 마르케스 옹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는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낱말들이 쌓여서 시간이 되고 시간은 역사가 되어 퇴적된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마콘도라는 마을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다. 러시아 소설을 읽다보면 한 사람을 호명하는 다양한 지칭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콜롬비아 출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의 이름을 메모지에 옮겨 적는다. 러시아 이름이 한 사람의 지칭 때문에 혼란스럽다면 [백년 동안의 고독]은 집안 사람들의 비슷한 이름과 반복으로 혼란스럽다.

  글을 읽다가보니 원피스 -  오다 에이치로의 원작 에니메이션-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말도 안되는 원피스의 캐릭터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넘어선 인간들과 행동들 , 말도 되지 않는 기상상황들의 연속과 인과율을 벗어난 삶과 죽음의 혼재들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상의 공간에서나 일어날 일들이었다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환상성은 소설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얼리즘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소설 어딘가에도 리얼리즘을 규정할만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환상성과 리얼리즘은 궁합이 맞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르케스 옹의 글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읽어본 서사라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니 천명관의 '고래'와 비슷 - 사실 천명관의 '고래'를 읽다가 초반에 그만 둬버려서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초반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의 서사가 매우 닮아있다. - 했다. 두 이야기를 비교해서 읽어보면 -검색을 해보니 누군가가 천명관과 마르케스의 글을 비교해 놓은 것이 있는 듯하긴 하다 -  재미있을 것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안타깝게도 내 글 읽기 속도는 하루에 50쪽을 넘지 못하므로 [백년 동안의 고독]을 다 읽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그러므로 천명관의 '고래'를 다 읽는 일은 불가능 한 일에 가깝다.

'고독'이란 말은 깊이와 부피를 가늠하기에 너무나도 모호한 낱말이다. 고독이란 말은 언제나 생각해도 정확하게 인식되거나 술회할 수 없었다.-  표준 국어 대사전의 설명을 옮겨보면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규정한다.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란 얼마나 개별적인 의미들인가. 외롭고 쓸쓸함의 개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면 고독에도 사람마다 밀도가 다른 것인가? -  그저 모호하므로 이미지를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성가신 낱말이다. 다행히 오늘 하늘이 '고독'을 설명하기 충분한 하늘이긴 했다.고독은 곳곳이 멍든 하늘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고독하다는 말을 흔히 쓸까? 나는 고독하다는 말을 잘 쓰지 못하는데 , 고독하다고 말해버리는 순간에 도대체 고독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해일처럼 혹은 살안자의 치명적인 칼처럼 내게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쓸쓸하다 , 외롭다는 의미는 이해가 가긴 하는데 도저히 고독하다는 말을 이해할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다. 나의 말 꾸러미에는 고독하다는 말은 잊혀지거나 사라져가는 낱말이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은 '고독'이라는 낱말은 어쩌면 개인이 느낄 수 있는 의미의 층위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규정지어지는 낱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고독했다고 말하면 조금 어색하지만 ,  그/그녀는 고독했다고 말할 때는 그 어색함이 조금 더 줄어든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고독을 탐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했다.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며 가족의 이야기였다. 굳이 고독이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일이었으나 크게 보아 일가 즉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지나지 않았으며 개별을 넘어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했고 그러므로 백년동안 고독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는 일요일이 저물어 간다. 문장과 문장 사이 , 벌어진 틈 사이로 틈입하는 소음들에 정신을 빼았기기도 했고 졸음이 몰려와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기록- 소설이지만 하나의 기록이다. 흥망성쇄를 모두 품은 이야기는 하나의 온전한 기록일 수 밖에 없다. -의 끝을 보았다는 것이고 결국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기억마저도 희미해져 지워져갈 것이지만 지금 내가 쓴 문장들은 남아서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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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강의노트 - 처음 시작하는 사진가를 위한 사진의 모든 것
김성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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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일이 없어지면서 오랜만에 읽어낸 책이다. 읽어낸이라고 쓴 것은 내가 그 시간을 들였고 시간을 소비함에 있어서 다른 것들과 경쟁했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행위로 남겨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책을 살 때 책을 읽을 시간을 함께 사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되는 순간이다.

 

사진은 요즘 관심사다. 겉멋만 들어서 사진기를 구매하고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싶어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욕망하기 위해서 집 구석에만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이래저래 일을 하니 일에 치여 정작 하고싶은 사진 찍기를 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 강의 노트'는 네이버 오늘의 포토 선정의원 김성민이 썼다. 누가 쓴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가 중요한거다. 사진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예쁘고 아름답게 찍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술하고 있지 않다. 그런 것이 궁금하다면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 가서 사진 코너 책을 살펴보면 카메라와 렌즈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렇다. 이론서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는 정도의 이론서가 아니라 교양 정도의 이론서이다. 챕터별로 나눠져 있으니 시간이 없어서 못 읽을 읽도 없다. 나눠 읽고 미뤄 읽고 몰아 읽을 수도 있으니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한 번 후루룩 읽어봤으면 이제 할 일은 말없이 사진기를 들고 문 밖의 세상으로 나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은 이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순간의 우연과 필연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사진을 찍고 이론을 덧대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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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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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 소바주 2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나카자와 신이치 , 동아시아) 읽기를 마쳤다. 본의 아니게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된 책이 되었다. 해인사로 용연사로 동화사로 와룡산으로 구미로 이리저리 다니느라 책을 진득하게 읽을 시간이 없었고 읽고 싶지도 않았다. 숲길을 걷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편안했고 , 사찰의 조형과 문양을 살피는 것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턱까지 차오르는 숨이 좋았다. 며칠 간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겨우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익숙하지 않다. 책 읽는 것이 불편해졌다. 물론 그 사이 책 읽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을 봐왔다. 글을 읽었고 사진을 봤다. 활자에서 비릿한 이물감 같은 것이 느껴지다니 새삼스러운 일이다.

 

  카이에 소바주 2권은 '문명과 야만'이라는 태제에서 시작한다. 흔히 야만  - 야만과 야생은 엄연히 다르다. - 의 시대라고 부르는 고대시가 진정 야만의 시대인지 지금 현대가 야만의 시대인지에 대한 답을 추적한다.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곰과 관련된 신화를 대상으로 하는데 곰은 다양한 변주를 하게 된다. 신화의 외피를 벗겨내면 거대한 골격만이 남는다. 그 구조는 외피와 달리 하나의 구조로 되어 있다. 곰의 신화가 거듭될 수록 범고래도 등장하고 칼도 등장한다. 물론 등장하는 것은 추상성을 개별화한 것이다. 신화의 문법 안에서수많은 상징과 사상과 철학이 그것에 스며들었다..

 

  곰과 인간과의 관계는 대칭적( 사실 대칭적이라는 말보다는 대등적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대칭이라는 말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등가의 의미를 포함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만 대칭이라는 의미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다. 그 사이에 범고래와의 이종교배와 그 사이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칼이라는 이제까지 문화에 반하는 야만의 도구를 들고 등장했고 곰은 무력해졌다.

 

  자연과 인간이 대칭적 관계에서 그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범고래의 출현이다. 범고래의 출현은 새로운 새력의 등장으로 읽힌다. 단군신화에 곰과 호랑이 정도다.다른 것이라면 범고래와 인간 사이에서 아이가 나고 아이가 범고래에게서 칼을 얻는 다는 것이다. 칼이 등장하면서 대칭적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문명과 야만의 구획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곰은 칼 앞에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균열은 권력을 양산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화시대에는 아직 완전한 분화가 일어나지 않고 수장 , 샤만 , 장군 , 비밀 결사의 리더의 형태로 권위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었다. 국가의 이전 단계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단군과 왕검이 (당골과 왕과 검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당골은 무당을 부르는 이름이며 왕과 검이다. ) 합쳐지기 이전 시기다.

 

  비밀결사 중에 식인의 풍습이 있는데 이것은 겨울에 행해지며 여름에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반대로 인간을 먹는 것으로 바꾼 제의다. 이러한 제의에서 왕권이 탄생한다. 왕은 모든 사람들을 먹으며 신성함을 가지고 모든 권력 - 수장과 샤먼과 장군 비밀결사의 리더 -을 독차지 한다. 왕은 칼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잡아먹힌 사람들은 백성이 되었다. 국가의 탄생이다. 모든 요소들을 먹어치운 사람이 다시 뱉어내는 것이 국가다. 국가는 태어날 때부터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진정으로 야만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의 테두리 않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고 그것이 권력이라는 무형의 힘이 되어 나타난다. 수장이 말하는 문화의 권위가 무력 앞에서 무력에게 먹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왕의 출현은 자연상태와 공존하는 인간들의 종말을 야기했다.

 

  고대의 왕의 출현 이전의 상태를 잘 보전하고 있는 종교가 불교라는 설은 흥미롭다. 지혜의 종교 왕의 권력이 아니라 자연과 동등한 대칭의 입장에서 본 종교가 불교라는 입장으로 식인의 풍습이 불교 사상인 에 집약되었다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설명이다.

 

  총 다섯 권으로 기획되었다는 카이에 소바주 다음 권이 기대된다. 다음 권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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