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흐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귀를 자른 후 그렸다는 그의 자화상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귀를 자른다. 눈을 찌른다. 서양의 고흐는 귀를 자르고 동양의 최북은 눈을 찔렀다는 것은 아무런 상관성이 없었지만 내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 이미지가 되었다. 예술가들의 광기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고흐의 광기는 외적으로도 나타났겠지만 내적으로 폭발하여 색체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라고 불린 고흐에게 어울리는 색은 아무래도 노란색 , 황금빛 노란색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아닐까 어떤 그림에서는 노란색의 변화로만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노란색은 색을 넘어 고흐가 되었다.
고흐는 그림을 평생 그렸다. 전업작가 혹은 전업화가 등의 전업이라는 글자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은 그 단어를 짊어지는 순간 형극의 길을 걷게 된다. 전업이라는 것은 곧 생활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쓴 글들이 글과 그림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화폐 교환 가치로 전승을 이루어낸다는 말과 동일하다. 즉 돈벌이라는 것이다.
고흐도 평생 그림을 그리는 전업 화가의 길을 갔으니까 솔직히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돈에 대한 고민들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곳곳에서 느껴진다. 오로지 그림을 그리고 모델을 구하고 재료를 구입하는 것에 돈을 쓰면서도 돈이 모자라고 그럴 때마다 동생 테오에게 미안해하면서 돈을 부탁하고 그림이 한 점이라도 팔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고흐에게 테오는 어떤 의미였을지는 몰라도 고흐에게 테오라는 동생이 없었다면 지금 현대에 칭송받는 고흐는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흐의 재능을 믿고 뒤에서 묵묵히 밀어준 동생 테오와 테오를 믿고 그림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형 고흐 고흐와 테오는 흔히 하는 말로 '환상의 복식조'가 아니었을까?
영혼의 편지를 읽으면서 테오와 고흐 사이의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인간 고흐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하나의 좋은 점이라면 또 하나의 좋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그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표현하였는가하는 것을 직접 들을 수 있는 - 테오에게 유화와 스케치를 그리면서 설명을 하는 내용의 편지가 다수 있다 -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작자에게 그림 설명을 듣는 것은 지금도 흔하지 않는 일이니 매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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