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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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 소바주 2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나카자와 신이치 , 동아시아) 읽기를 마쳤다. 본의 아니게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된 책이 되었다. 해인사로 용연사로 동화사로 와룡산으로 구미로 이리저리 다니느라 책을 진득하게 읽을 시간이 없었고 읽고 싶지도 않았다. 숲길을 걷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편안했고 , 사찰의 조형과 문양을 살피는 것이 좋았다. 산을 오를 때 턱까지 차오르는 숨이 좋았다. 며칠 간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겨우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익숙하지 않다. 책 읽는 것이 불편해졌다. 물론 그 사이 책 읽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을 봐왔다. 글을 읽었고 사진을 봤다. 활자에서 비릿한 이물감 같은 것이 느껴지다니 새삼스러운 일이다.

 

  카이에 소바주 2권은 '문명과 야만'이라는 태제에서 시작한다. 흔히 야만  - 야만과 야생은 엄연히 다르다. - 의 시대라고 부르는 고대시가 진정 야만의 시대인지 지금 현대가 야만의 시대인지에 대한 답을 추적한다.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곰과 관련된 신화를 대상으로 하는데 곰은 다양한 변주를 하게 된다. 신화의 외피를 벗겨내면 거대한 골격만이 남는다. 그 구조는 외피와 달리 하나의 구조로 되어 있다. 곰의 신화가 거듭될 수록 범고래도 등장하고 칼도 등장한다. 물론 등장하는 것은 추상성을 개별화한 것이다. 신화의 문법 안에서수많은 상징과 사상과 철학이 그것에 스며들었다..

 

  곰과 인간과의 관계는 대칭적( 사실 대칭적이라는 말보다는 대등적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대칭이라는 말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등가의 의미를 포함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만 대칭이라는 의미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다. 그 사이에 범고래와의 이종교배와 그 사이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칼이라는 이제까지 문화에 반하는 야만의 도구를 들고 등장했고 곰은 무력해졌다.

 

  자연과 인간이 대칭적 관계에서 그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범고래의 출현이다. 범고래의 출현은 새로운 새력의 등장으로 읽힌다. 단군신화에 곰과 호랑이 정도다.다른 것이라면 범고래와 인간 사이에서 아이가 나고 아이가 범고래에게서 칼을 얻는 다는 것이다. 칼이 등장하면서 대칭적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문명과 야만의 구획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곰은 칼 앞에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균열은 권력을 양산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화시대에는 아직 완전한 분화가 일어나지 않고 수장 , 샤만 , 장군 , 비밀 결사의 리더의 형태로 권위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었다. 국가의 이전 단계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단군과 왕검이 (당골과 왕과 검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당골은 무당을 부르는 이름이며 왕과 검이다. ) 합쳐지기 이전 시기다.

 

  비밀결사 중에 식인의 풍습이 있는데 이것은 겨울에 행해지며 여름에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반대로 인간을 먹는 것으로 바꾼 제의다. 이러한 제의에서 왕권이 탄생한다. 왕은 모든 사람들을 먹으며 신성함을 가지고 모든 권력 - 수장과 샤먼과 장군 비밀결사의 리더 -을 독차지 한다. 왕은 칼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잡아먹힌 사람들은 백성이 되었다. 국가의 탄생이다. 모든 요소들을 먹어치운 사람이 다시 뱉어내는 것이 국가다. 국가는 태어날 때부터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다. 진정으로 야만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의 테두리 않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고 그것이 권력이라는 무형의 힘이 되어 나타난다. 수장이 말하는 문화의 권위가 무력 앞에서 무력에게 먹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왕의 출현은 자연상태와 공존하는 인간들의 종말을 야기했다.

 

  고대의 왕의 출현 이전의 상태를 잘 보전하고 있는 종교가 불교라는 설은 흥미롭다. 지혜의 종교 왕의 권력이 아니라 자연과 동등한 대칭의 입장에서 본 종교가 불교라는 입장으로 식인의 풍습이 불교 사상인 에 집약되었다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설명이다.

 

  총 다섯 권으로 기획되었다는 카이에 소바주 다음 권이 기대된다. 다음 권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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