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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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꼬프 뻬뜨로비치 골랴드낀의 한 순간들 

치열한 전작주의자는 아니니까 심심풀이 삼아 2017년 말미에 불었던 헤세와 도끼(도스토예프스끼) 옹의 글들을 찾아 읽어보기로 혼자 마음 먹었다. 헤세 씨의 글들은 어쩌다 보니 유리알 유희만 남겨두고 대강은 훑었으니까 도끼옹의 책들을 읽어볼 요량이었다. 다분히 즉흥적인 생각이지만 처음부터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정말 수제 맥주의 알싸한 끝맛이 그리웠던 모임을 마치고 돌아서 집으로 오던 그 때였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읽었고 , 분신을 읽는다 분신을 읽었고 백야를 읽을 생각이다. 

분신은 9등 문관 야꼬프 뻬뜨로비치 골랴드낀의 삶의 한 순간을 보여준다. 골랴드낀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문득 가난한 사람들의 주인공 마까르 제뿌쉬킨의에서 느껴지던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좀 더 확장되고 구체화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 광증에 가까운 불안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 골랴드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소설은 두 가지 점을 보게 되는데 개성적 인물의 탄생을 보여주거나 , 잘 짜여진 이야기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드라마로 말해보자면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 물론 요즘은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미안한 연기자들이 몇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으니 내가 골랴드낀 같다. - 스토리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드라마와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서 그 연기자의 연기를 보느라 스토리를 잊어버리는 그런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데 왜 이렇게 횡설수설 중언부언하냐면 도끼옹의 두 번 째 작품이 그 묘한 경계선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약간은 매력적인 캐릭터인 골랴드낀은 제대로 포텐을 터트리지 못했고 획기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었던 장치들의 사용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물로 끌고 갈 거였으면 라스콜리니코프 같이 끌고 나갔어야 할 것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면 까라마죠프가의 형제들처럼 - 읽은 작품이 빈약하고 그 중에 예를 고르려니 마땅히 제 옷을 입은 예를 찾는 것이 힘들다 - 했어야 하지 않을까? 

비평가들의 이야기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 왜냐하면 저들만의 이야기인것 같고 나는 느끼지 못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내가 꼭 소설을 잘못 읽은 것 같은 감정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그들이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을 끌어오고 융의 이론을 끌어오고 많은 철학자들의 이론을 끌고 들어와서 말할 때 나는 그만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책을 덮는다. 더이상은 읽을 수 없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없다. 

변신을 읽으면서 프로이트나 융의 이론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골랴드낀의 병세라든지 심리상태를 좀 더 명징하게 설명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안해졌다  . 프로이트와 융을 공부하고 철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고 비평을 하는 사람들에게 ..... 그러나 앞으로도 나는 그냥 내 식대로 글을 읽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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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2-0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비록 혹평받은 작품이지만
위대한 작품들의 단초가 되는
시도들이 좋았습니다.
오히려 명징치 못한 서사나 이야기의 끝맺음이 확실치 않고, 잘 짜여진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현실적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골랴드낀은 고골의 주인공들을 많이 닮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