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오지 마! 나무그늘도서관 1
김현태 지음, 홍민정 그림 / 가람어린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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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초가 되면 언제나 아이들 손에 들려오는 참관 수업 쪽지는 아이에게나(?) 엄마인 나에게도 부담입니다.(울 아이에게는 비밀이지만...^^) 아이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마들은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지, 더 예뻐지고 날씬한 모습으로 교실 뒷자리를 채우고 있기때문이죠.(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진짜 많더라구요.)   그래서 일까요. 학교에 가야되는 날  며칠전부터 괜시리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참관 수업에 엄마가 오시던 날, 민지에게는 속상한 일이 생기게됩니다. 엄마는 민지맘도 모르고, 모르는 척 하고 싶은 민지를   소리 높여  부르고, 그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민지가 화낼 일이 드디어 생기게 됩니다. 

 

 장난꾸러기들이 엄마 점수표를 매긴다더니, 민지 엄마는 뚱뚱하고 옷도 이상하다고 빵점이라는 겁니다. 놀림으로 속상한 민지는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말을 하게되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속상해지게 됩니다. 그런 민지에게 아빠가 엄마는 이 순신장군보다 위대하신 분이라며, 엄마가 목숨을 걸었던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답니다.  민지엄마가 민지를 위해 아주 큰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민지는 엄마에게 마음이 풀리게 되고,  운동회날 보인 엄마의 멋진 모습으로 진짜 멋진 화해를 하게된답니다. 

 

아이에게는 매일 곁에 있는 엄마가 이런 사람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그리고 엄마인 저에게는 아주 많이 찔리는 점이 있는 이야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도 이쁘다거나 우리 엄마보다 더 잘해주는 듯 보이는 친구엄마(우리가 엄친딸을 찾듯이 아마도 아이들도 내 친구 멋진 엄마를 좋아하지않겠어요?) 가 너무  부럽던 때가 있었을겁니다. 이 마음이 생각나는지라  책을 읽고 난 후에 아이에게 "사랑해"하며 안아줬더니, 울 아이도 "나도"  하더라구요.~~

 

울 아이도,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며 노력하는  민지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을까요?

궁금해지게 되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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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통찰력 - 사람과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백사선 지음 / 루이앤휴잇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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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더 큰 꿈을 위해  괜히 트집잡는 이들의 가랑이밑으로 지나가는 치욕까지도 택했단다. 지금이 아닌 다음을 생각한거지.." 라고 자존심 상했다며 씩씩대는 아이에게 한신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의 끓어오르는 분노나 진것같아 상하는 자존심이 시간이 지나보면 다 지나가는 것이고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할  엄마의  뭔가를 아는, 딱 들어맞는  이야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는 달리,  아이는 시쿤둥하기만 하다. "시대가 달라졌어요. 그런 일은 신고하면 되지. 뭐하러 참아요.더군다나 한신은 너무 참아서 나중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답니다" 라면서 말이다.

 

 초한지나 삼국지를 매번 보는 아이라는 걸 가끔 잊고 이야기를 건네보지만 그래도 모르는게 있다는 걸 아이가 알련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그런 이야기속에서 재미뿐 아니라 삶의 지혜  또한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말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는 거나, 힘으로, 혹은 거짓으로 지금 순간은 모면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 드러난다는 이야기들..  당연하지 싶지만 마음속으로 이해되지않는 일들이 나이가 차야 보이기도 하고 위로가 된다는 사실말이다.   이 책에서도  역사 속 인물들, 그들의 아쉬웠던 순간이나 그런 절대적 선택을 하다니.. 싶은 이야기로 지금의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옳은 처세술, 혹은 마음을 달래줄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게된다.

  

 '만약 내가 밭 두 마지기만 있었더라면 내 어찌 여섯 나라의 수상이 될 수 있었으랴!' 가진게 없어서 가족까지 모른척하던 어려운  시기를 넘었기에 이렇게 큰 성공이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은  소진의 이야기나   중국사의 황금시대 중 하나인 당 태종 시대,  언제나 직언하는 위징이란 신하가 너무도 싫었지만 그가 있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었다는 걸 안 태종이, 그가  죽고 난 후에야 애통해했다는 이야기에서 바른 인생의 지표가 될 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거울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그 길흉을 알 수 있다."는 멋진 말들과 함께 나와있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않을까 싶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의 이치를 뚫어준다는 이야기가 통하는  "사기"를 쓴 사람이라면 다른 이들의 잔꾀 위에 올라가 있지않았을까 싶은 사마천이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어려운 순간에 겨우 사기를 끝맺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옥에 갇힌 그를 도와주는 친구가 없어,  책을 끝맺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궁형이라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선택한 사마천은 나중에 환관이 되었다는데... 그런 시기를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끝맺음을 한 책이 이렇게 후세에 남아 숨겨질뻔한 그의 어려움이나 심경을 알게했으니  사람일이란 살아봐야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된다.( 너무  한참 지났다는게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사마천의 이야기부터 그가 풀어내는 많은 이야기가  읽어가다보면 여러 상황에 따라  행동을 달리한 이들의  짧은 일화가 처세,전략,불굴,용인 4장으로 나뉘어, 지금 상황에 대입해봐도 별반 다르지않는 갈등과 선택의 고민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수천년동안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만은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사람이 행해야 마땅한 일들 이야기가  결국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정치하는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p.206) 로 강력한 리더십뿐만 아니라 따뜻한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이런 이야기로 통찰력까지는 아니더래도 다소의 현명한 지혜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어떻게 살 것인가.. 예전 사람들에게서 가끔은 길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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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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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추리소설에서 삼색털 고양이를 갖기위해  난리법석을 떠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고양이가 암컷이냐 수컷이냐를 가지고 또 한번의 논쟁이 되는지라~~ 이건 뭐지... 라는 생각밖에... 고양이하면 페르시아 고양이밖에 모르고 있는 고로, 그들의 싸움을 마냥 재미있게만 보게 되었다. 

  

그러다 드디어 암컷, 나이는 알 수 없음, 다른 고양이와 다른 점은 고도의 지성,  얼굴에 있는 털은 갈색, 검은색, 흰색 세가지요. 앞 발이 검은색과 흰 색으로 각각이라는 홈즈를 만나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미 유명하다는 고양이 홈즈, 거기에 피만 보면 저절로 눈을 질끔 감게 된다는 몸 사리는 형사이자 오빠인 가타야마,  씩씩한데다 호기심 왕성에 약간의 추리력까지 겸비한, 그리고 먹을 것만 좋아한다는 이시즈 형사가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는 음식뿐 아니라 미모도 어느 정도 하지않을까 싶은 하루미, 그리고 아까 잠깐 나왔던 힘세고 순박할 듯한 이시즈 형사, 그들이 팀을 이뤄 초대를 받게된다.

 

동생 히데야에게 살해당할 것 같다면서도  찾아가는 형 나가에와 부인, 비서, 아들,그리고 조카를 데리고 가는 여행에 보디가드 겸으로 동행하게 된 그들이지만 성 안에서 한 명씩 죽어가는 일행을 막아주지 못하게 된다. 그들을 죽이려하는 누군가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은 어디든 뛰어들고 보는 하루미를 구해야 하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맞이하지만 언제나 몸을 본능적으로 사리는 가타야마보다는 힘센  이시즈가, 결정적으로는 홈즈의 으르렁거림이나 몸짓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게된다. 이러다 범인은 찾을 수 있는 거야, 싶게 정신없고 눈 돌리면 죽어가는 이들을 과연 구할 수 있기는 한 건지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40여권이나 될 정도로 많다고 하고, 일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건 추리에 유머를 섞어 놓은 "아카가와  지로'의 순간 순간을 엮어놓은 문장들 때문이 아닌가한다. 고성의 탑에 갇혀 있을지 모르는 하얀 옷의 여인, 밤이면 나타나는 살인 마스크의 사나이, 어디서고 무기가 튀어나오는 고성에 일어난 연속적인 살인 사건, 게다가  불륜, 증오,광기,사랑, 돈이라는 모든 추리소설의 주제가 다 들어가 있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말 못하는 고양이, 하지만 눈치 100단이기에 언제나 위험한 순간에 몸을 날려주는 용감한 고양이 홈즈, 그리고  가타야마팀이 보여주는 엉성하지만  굴러가기는 하는  추리와 순간의 대사가 재미를 더해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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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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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 그럴 수 있을까 싶게 어두운  면을 드러낸 이야기이기에  충격적으로 다가온 "해바라기가 피지않는 여름"의 미치오 슈스케의 글은 이상스럽게도 그 다음부터는 별 내용이 없어도  약간 으스스하게, 때로는 예리하게, 어느 한 편에는 함정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읽게 된다. 다행히 그 다음 읽게 된  글에서는 사람의 따뜻하고 약한, 그렇지만 희망을 어디에서라도 찾아내는 이야기들이였는데도 말이다.

  

 광매화라는 잘 모르지만 어둠속에 피는 아름다운 꽃을 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뭔가 빛나는 이야기 뒤에 사실은... 이라며 으스스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장 '숨바꼭질'에서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를 찾아줄 술래는 없다."라는 단정적이고 슬픔에 찬,  30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냈다는   이의 고백으로 이야기를 맺게된다. 그런 후 1장 끝에 얼핏 보이는 술래를 기다리던 작은 소년이 주인공이 된 2장 '벌레 쫓기',  역시나 차가운 불안이 드라이 아이스 연기처럼 가슴속에 스멀 스멀 올라온다는 소년의 이야기처럼 거짓말로 아이들을 꼬이는  이에게 벌어진 사건은 우리에게  멈춰지지않는 불안으로 떠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슬픔을 주게 된다. 사실을 알려주겠다며 아이들을 도와주는 듯 보이기에 바른 어른이라 생각했던 이마저 사실은 더 큰 거짓말을 숨기고 있기에 사건의 결말이 더 궁금해지게 되지만 그에게 낡은 종이봉투안에 세상을 봉해버린 친구, 사치가 있다는 걸 알게되며 그의 지금의 좌절이나 비겁함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이어진 이야기는 그 다음 장, 그 다음장으로 넘어가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채로   괴롭기만 한 비밀을 간직한 이들이   관계없어 보이는 다음 장에 나오는 누군가를 소개하는, 꼬리잡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자신의 어둠에 대해서도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이게 되기에 사람은 사람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게 되기도 하지만, 역시나 사람에게서 힘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맞다는 걸 다시 알게 된다.

 

"그야말로 몽당연필을 들고서 매일 똑같은 낙서를 하는 기분이었지."(p.158)

적막하고 외로운 날들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노인, 마키가와씨의 이야기처럼 아마도 비밀로 괴로워하는 이들의 매일 매일 또한 이렇게 말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이런 예전  기억에 매여 그 자리를 맴돌던 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이들에게 받게 되는 위안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위안이 누군가에게 작은 삶의 희망이 되어줄꺼라는 생각에  특히나 4장 '봄 나비'에 등장한,  예전 기억에서 벗어나 이제는 잘 살고있는 듯 보이는 사치가 언젠가는 아직도 괴로워하는 첫 사랑을 만나 그에게  용서를 줄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매 장마다 나오는 나비의 커다란 날개는 나오는 이들 각자가 바라는 희망이지않을까 싶다. 용서를, 사랑을, 그리고 잘못과 후회로 고민하는 이들이  사람에게 받는 희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어둠속을 비추는 빛이나 향기나는 꽃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군가에게 광매화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일까, 변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라며 다시 반짝이는 빛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미치오 슈스케의 미스터리답지않은 "광매화"에서 나도 같은 고민을 꺼내보게된다.

 

"사람은 현실이 더욱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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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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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이야기꾼'이 어떤 사람이었을까에서 출발했다는 황 석영님의 '여울물 소리'는  오가다 만난 이 신과 연옥이라는 남녀의 이야기에서  구한말 외세에 시달리는 양반님네들의 권력다툼, 그래서 고생하게 되는 이들의 세상살이 슬픔, 그래서 나오게 되지않았을까 싶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동학(여기에선 천지도)과 민심의 흔들림을,  천지도를 쫓아  신통 방통하다는 소문이 난 이야기 읽는 재주도 뿌리치고 떠난,  신통이란 이름이 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연옥을   따라  그 당시  어지러운 세상 이야기가 꾸려지고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의 아리랑 슬픈 가락속 여인들처럼 잠깐 스치듯 보낼수 있는 인연에 수줍은 듯, 질긴 운명을 더하는 연옥에게 한번쯤은 강하게 신통을 잡아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게 된다. 하지만 연옥뿐 아니라 이 신통이 만난 여인들은 모두들 떠나겠다는 그를 잡지 않는다. 옷고름 입에 물고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발병나기를  기다리는 여인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연옥은 거기다 걱정되는 이 신통의 안위를 찾아 먼 길 마다않고 길을 떠나는 용감성도 가지고 있다.

 

 진짜 이게 사랑인걸까 싶을 만큼의 짧은 순간 만남이었지만, 언제나 가슴에 걸리던 사람이고  기다림에 지칠때쯤에야 겨우 보게되는 그지만, 그래도 반갑기만 하기에  뒷모습마저도 아련한 이야기꾼 이 신통을 기다리는 운명을 선택한 연옥은 분명히 옷고름 입에 문 여자들과는 다르다. 소박을 스스로 택하던 배포 큰 여자이고, 오랫만에 본 엄마와도 역시나 구구절절히 말하지않고도 남들의 눈물바람 일으킬 이야기조차도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고, 엄마의 죽음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들이는 여인이다. 그래서일까,가슴에 담아 놓은 이 신통이 있는 곳 어디라도,  바람결에라도  그가 언뜻 보였다는 이야기속의 장소를 따라 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긴 하지만  연옥은 어떤 어려움에도 언제나 담담하기만 하다.

 

"당신은 여전하구려.

여전하다니요.....

신통은 나직하게 웃고는 말했다.

어여쁘다고나 할까.....

나는 입으로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에그 철부지야,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채운사 기슭에 애장한 이름도 없는 아기에 대하여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찌 할 말이 그 뿐이랴."(p.441)

아무렇지도 않게 이 곳에 오기까지의 풀어놓아야 살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가슴에 묻어놓겠다는 그녀는 같이 하고픈 신통에 대한 미련을 끊고 언젠가 그가 다시 그 마음을 따라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는 먼저 떠나기로 한다.

 

천지도를 위해 길 떠난 이 신통, 그와 함께 하는 이들과 그들이 하는 일을 알게되며 그녀 또한 '사람이 하늘이다.'가 그들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희망이라는 걸 알게된다. 그런  연옥이지만 밤을 깨우는  여울물 가락은 혹시라도 연옥에게 답답하게 맺힌 이야기가 있다면 마음 속 편히 내려놓으라는 건 아니였을까 싶다. 연옥에게 들어오는 이 신통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 작게는 서자였던 이 신통이 알아야 했던 세상에 느껴야 하는 슬픔에서 크게는 상인, 군인,농민 그렇게 자신과 하늘을 믿어야 했던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세상을 바람같이 떠돌아야 했던 이야기로 연옥이 그를 보내야만했던, 그리고 가슴에 묻었지만 묻어지지 않는 사연들이 세월을 흘러, 강물을 흘러 이 시대에도  오게된다. 

 

우리네 삶 속, 강한 듯 혹은 담담한듯 살아나간 그녀의 이야기, 우리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의 혼자 버려둘 수 없는 이야기를 어두운 밤 흐르는 물소리가 나지막이, 때로는 시끄럽게  님과 사연을 단단히 가슴에 새긴 여인들의 강하고도 슬픈  세월이야기로 우리를 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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