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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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의 내면, 그럴 수 있을까 싶게 어두운  면을 드러낸 이야기이기에  충격적으로 다가온 "해바라기가 피지않는 여름"의 미치오 슈스케의 글은 이상스럽게도 그 다음부터는 별 내용이 없어도  약간 으스스하게, 때로는 예리하게, 어느 한 편에는 함정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읽게 된다. 다행히 그 다음 읽게 된  글에서는 사람의 따뜻하고 약한, 그렇지만 희망을 어디에서라도 찾아내는 이야기들이였는데도 말이다.

  

 광매화라는 잘 모르지만 어둠속에 피는 아름다운 꽃을 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뭔가 빛나는 이야기 뒤에 사실은... 이라며 으스스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장 '숨바꼭질'에서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를 찾아줄 술래는 없다."라는 단정적이고 슬픔에 찬,  30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냈다는   이의 고백으로 이야기를 맺게된다. 그런 후 1장 끝에 얼핏 보이는 술래를 기다리던 작은 소년이 주인공이 된 2장 '벌레 쫓기',  역시나 차가운 불안이 드라이 아이스 연기처럼 가슴속에 스멀 스멀 올라온다는 소년의 이야기처럼 거짓말로 아이들을 꼬이는  이에게 벌어진 사건은 우리에게  멈춰지지않는 불안으로 떠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슬픔을 주게 된다. 사실을 알려주겠다며 아이들을 도와주는 듯 보이기에 바른 어른이라 생각했던 이마저 사실은 더 큰 거짓말을 숨기고 있기에 사건의 결말이 더 궁금해지게 되지만 그에게 낡은 종이봉투안에 세상을 봉해버린 친구, 사치가 있다는 걸 알게되며 그의 지금의 좌절이나 비겁함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이어진 이야기는 그 다음 장, 그 다음장으로 넘어가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채로   괴롭기만 한 비밀을 간직한 이들이   관계없어 보이는 다음 장에 나오는 누군가를 소개하는, 꼬리잡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자신의 어둠에 대해서도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이게 되기에 사람은 사람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게 되기도 하지만, 역시나 사람에게서 힘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맞다는 걸 다시 알게 된다.

 

"그야말로 몽당연필을 들고서 매일 똑같은 낙서를 하는 기분이었지."(p.158)

적막하고 외로운 날들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노인, 마키가와씨의 이야기처럼 아마도 비밀로 괴로워하는 이들의 매일 매일 또한 이렇게 말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이런 예전  기억에 매여 그 자리를 맴돌던 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이들에게 받게 되는 위안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위안이 누군가에게 작은 삶의 희망이 되어줄꺼라는 생각에  특히나 4장 '봄 나비'에 등장한,  예전 기억에서 벗어나 이제는 잘 살고있는 듯 보이는 사치가 언젠가는 아직도 괴로워하는 첫 사랑을 만나 그에게  용서를 줄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매 장마다 나오는 나비의 커다란 날개는 나오는 이들 각자가 바라는 희망이지않을까 싶다. 용서를, 사랑을, 그리고 잘못과 후회로 고민하는 이들이  사람에게 받는 희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어둠속을 비추는 빛이나 향기나는 꽃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군가에게 광매화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일까, 변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라며 다시 반짝이는 빛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미치오 슈스케의 미스터리답지않은 "광매화"에서 나도 같은 고민을 꺼내보게된다.

 

"사람은 현실이 더욱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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