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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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줄 얘기가 있는데, 들어보지 않으련?"-278

삼개주막은 한양 도성에서 서남쪽으로 십 리쯤 떨어진 마포나루 어귀에 있는 주막입니다. 장삿배들로 언제나 북적인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장사치들이 이 곳에 모이는 건 다른 무엇보다 주모 김씨때문아닐까 싶네요. 물 넘고 산 건너 오가는 이들의 사정봐가며 부어주는 뜨끈한 장국 한 그릇에 막걸리라면 피곤을 씻게 해주었을듯싶으니 말이죠. 양반이냐, 장사치냐를 따지지 않고, 물가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는 언제나 같은  깊은 맛이니 더더욱이나 말이죠.


주막에 모인 이들은 밤을 보내다보면 자신들이 겪거나 들은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요. 누구나 낯선 이의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들어보시겠수??"라는 한 마디면 몰려오던 잠도 당연 달아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설의 고향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을 하고 듣는데요. 역시나 원한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내 인생(물론 죽은 이도 원한을 품고 나타났더니 생전 인연있었던 이가 죽게되는 걸 본다면... 살아있던 인간을 저 세상길로 데려가는 게 어찌되었든 좋기만 하지는 않았을겁니다.) 증오로 보내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복수를 안 하자니 나만 억울할것이고...6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판단이라는 게 생기게 될텐데요.


배우자의 얼굴을 안 보고도 그려주는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 "그림 그려주는 노인"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그런 능력이라면 좋겠다 싶은데 역시나 뭔가를 알게되는 능력이라는 건 그래서 생기는 결과에 책임도 져야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냥 부럽기만 한 능력이란 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게 만들만큼요. 그런 이에게서 "너는 장가를 못 드니까."라던지 "그림을 그려줄 수 없소."라는 말을 듣는다면...미리 숨이 턱 막혔을 거 같으니 말입니다.


낳은 정이 중요한 것인가 기른 정이 더 깊은 것이냐에서 역시 배우자의 바람은 원한을 깊게도 쌓아놓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그리고 "염매"에 관한 끔찍한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에도 금지한다며 나왔다는 오싹하게 만드는 이야기등 오랜만에 인간과 귀신,복수와 용서라는 제대로 된 옛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는데요.


2편에서는 더 기이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기게 됩니다. 주모의 잘생긴 아들 선노미와 우리도 알만한 선비의 등장은 "삼개주막 기담회"가 더 복잡한 일에도 연관있어 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만들게 되니 말이죠.


"죄를 지으면 자손이 잘못된다는 말이 있지않나. 그러니 착하게 살아야지."-264

분명하게 결론지어주는 권선징악 이야기가 그리운 이들이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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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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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있다네."-39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뭐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 있죠. 물질적인 것들도 있지만 지금, 가족, 사랑등등이요. 그런 것들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고 또는 그런 것들에 기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이어령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때로는 복잡해지기도 하고 단순해지기도 합니다. 뭔가를 안다는 건 나를 가볍게 하는 걸까 무겁게 하는 걸까라는 여전히 풀 수 없는 궁금증과 함께요. 내가 일정 시점이 됐을 때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건 어떤 이야기가 될까도요.


하나를 물으면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역시 다르구나 싶게 하나의 주제에서 풀어가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을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려주시는데요. 어느 이야기건 빠져들게 됩니다. 사람과 관계된 이야기라 나 역시 해당되니 말이죠. 이 인생길에 가지고 가야할 것, 놓고 가야할 것,몰라서는 안 되는 것을 여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나같은 이에게 삶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 길이란 걸 조금 더 넓은 눈으로 보도록 알려주신다 싶은데요.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177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라며 들려주시는 말씀이라 그런가요. 그렇게 애를 써 알게 됐음에도 힘을 빼고 하는 말씀이라 그런지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생, 생과 함께 하는 죽음, 그걸 다 가지고 있지만 모르고 넘기는 우리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229

받아들임, 놓는 것,튀어나가는 것등 인생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서 잃었던 것들도 떠올리게 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이고 그 나이라는 건 그 사람에게 한번뿐인데 너무 일정 패턴안에서 맞지 않는 고민만 하며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도요. '나다움'과 '내가 만들어가는'이 삶에서 중요하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지금도 보면 눈물이 핑 도는 것은 죽음이나 슬픔이 아니라네. 그 때 그 말을 못 한 거야. -284

죽음을 기다리며 탄생의 신비를 배웠다고 하시는데 약간은 알 거같게 됩니다. 부정은 쉽지만 긍정은 어렵다는 말도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말을 신봉하며 튀지않게 살았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자유와 나. 행복과 나, 내가 가는 인생 길을 다르게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좋은 시간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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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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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만료"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건 그 시간을 넘겨 범인을 알면서도 놓치는 것이였는데요. "백조와 박쥐"는 공소시효의 의미와 함께 시간이 흐르면 죄도 지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사건의 수임료가 아니라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변호사가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범인이 잡히게 되는데요. 그 용의자는 의외로 쉽게 자백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예전 사건 범인이였다는 것까지 말이죠. 그렇게 사건이 해결되나 했는데 용의자 진술이 너무 딱 맞아서인지 오히려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다는 걸 형사 고다이는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윗선에서는 과거지만 경찰의 강압수사나 잘못된 수사방식이 다시 거론되는 걸 불편해하며 빨리 덮어버리려 합니다.


백조와 박쥐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했는데 흑과 백, 낮과 밤처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족이 사건을 일으키거나 피해자가 됨으로써 그들은 원하지 않는 세상의 동정과 비난이라는 주목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말할 수 없는 고로, 남은 자인 구라키의 진술에만 의지해 사건의 동기와 결과를 볼 수 밖에 없는데요. 남은 가족, 시라이시의 딸도 심지어 구라키의 아들인 가즈마도 그 진술에서 평상시 아버지들 모습과 다르다 싶은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해자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와 피해자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는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자백에 맞지 않는 단서들을 하나 둘씩 발견하게 되구요. 그리고 이미 끝났다 싶은 사건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가지를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공소시효라는 건 진작에 없어졌어야 하는 건 아닌지, 얼마전에도 용의자로 오인하고 일반 시민이 잡히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는지 경찰이 더 꼼꼼히 해야할 건 없는지, 그리고 주변에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이제까지의 이웃을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대하는 건 아닌지,언론의 무신경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등등 말이죠. 무엇보다도 "죽어 마땅한" 사람이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과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법앞에서 누구 편을 드는 게 맞는지도요.


'죄와 벌',그리고 '법'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십년의 세월을 넘어왔음에도 연관된 이들에게 끔찍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는 건 수많은 사건을 지켜보고 글을 써왔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결론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순간의 인정때문에 흔들려서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법안에 있는 사람들이 결국은 위태로워진다는 것으로요. 이렇게 과거의 사건과 현재를 엮어 죄와 벌을 생각하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나 인간과 사건을 통해 그 이면을 보게 하는 그만의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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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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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굳어진 생각이란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도 미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눈 돌리면 잊혀지는, 특징을 가지지 않은..이라는 굉장히 이상한 특징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남들이 봤을 때는 부잣집 아들에 쓱 봐도 시험에 빛을 발하는 놀라운 머리, 잘생겼다는 소리만 지겹게 듣는 완벽에 가까운 조건인데 누군가에게 기대 살아가는 그의 후반 인생이 안 됐다 싶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익살'이라는 가면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 없었더라면 그에게 지금보다 훨씬 나은 다른 삶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그를 안됐다고 여기는 것 역시, 이것 또한 그 남자의 매력에 빠진 또 한사람이라 내놓은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을 즐기지만 그러다가도 자신이 얼마나 불안불안한 처지에 있는건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급생들을 만나면 그는 더 이상하게 변하곤 하는데요. 아직은 어렸으니까 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흔들리는 그는 누구와 만나던지 어떤 장소에 있던지 큰 사건을 터뜨리겠다 싶은 불안감을 주게 됩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그를 더 어둠속으로 밀어넣는 이들만이 있구요. 과자가 파리를 꼬이게 하듯 주체할 수 없는 불안함이 그런 이들을 불러모았는지도 모르지만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를 잘 알기에 그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탈출을 꿈꿉니다. 몰론 그 때마다 그의 나약함이 발목을 잡게 되지만요.


우연히 건네받은 누군가의 일기같은 소설이라며 3가지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죄를 짓는다는 게 당연한 인간의 불안정성과 그 반대 위치에 있음에도 굳건함이 되어주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실격'이란 단어가 주는 무시무시함에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스스로를 실격이라 칭한 이에게 우리는 태연하게 "왜 그랬어?"라고 할 수 있는지 말이죠.


어젯밤 술에 취한 내 가슴은 기쁨에 취하고

아침에 깨어나니 다만 황량할 뿐

의아하도다, 하룻밤 사이에

변해 버린 이 기분 --117

흔들리니 그대 이름은 '인간'인 것이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당신은 다른 이들과 공통점이 너무나 많은 인간이며 그러기에 우리는 '흔들린다.' 인정하지만 다만, 과도함을 경계하라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인간과 실격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 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의 이야기가 밤의 나를 황량하게 하지만 아침의 나는 또 다르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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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선물 - 일상을 기적으로 만드는 99가지 이야기
스테파노스 크세나키스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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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감사일기를 써 본적이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매일, 매순간 감사한 일을 적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아침마다 챙겨줘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도, 하고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산책으로 날 쉬게 해주는 공원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싶어 적으려했는데 글로 남긴다는 건 뭔가 어색하더라구요. 신인배우가 주연을 맡은 연기를 보는 것처럼 너무 연극스럽다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게 생각보다 기분좋은 일이 되더라구요. "세상의 모든 선물"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걸 돌아보게 하고 부족하다 싶은 건 채우면 된다 알려주는거요.


윈스턴 처칠과 영국 의회의 숙녀인 애스토 여사 일화도 나오는데요. 애스토 여사가 처칠에게 말했다죠. "만약 당신이 제 남편이라면 말예요. 마실 차에다 독을 탈거예요." 라구요. 그러자, 처칠은 "네. 여사님, 내가 만약 당신 남편이라면 기꺼이 그 차를 마실 겁니다."라는 답을 했다는데요.(p.52) 독설을 독설로 되받아치는 요즘과 달리 독설을 유머로 넘긴다는 게 어떤 매력이 있는건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유머가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게도 되구요. 친구가 던진 예상치 못한 "사랑한다"는 말에 당황했다는 저자의 일화도 있지만 그 말을 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이들의 일화는 나 역시 같은 기분을 느꼈던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게 같은 일상일 줄 알았던 매일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건 나의 달라진 시선이면 충분하다고 하는데요. 감사와 사랑, 행복을 말할 수 있는 나를 만나려면 우선 나를 타인의 한 명으로 대우할 줄도 알아야 하고 나에게 말을 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타인은 좋게 평가하려하면서 나에게만은 극히 짠 점수를 줄 때가 많은 이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 하게 하는 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99가지의 이야기인데요. 어디에나 있는 것들을 제대로 줍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멀리만 있는 줄 알았던 행복이 발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 얼른 내 주변부터 잘 살펴야겠다 싶은데요.


지옥의 정의,

이 세상, 당신의 마지막 날에

당신은 당신이 정말 될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난다. -245

포장지에 쌓여있을 때만 선물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고 유머와 여유를 가지고 매일을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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