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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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굳어진 생각이란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도 미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눈 돌리면 잊혀지는, 특징을 가지지 않은..이라는 굉장히 이상한 특징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남들이 봤을 때는 부잣집 아들에 쓱 봐도 시험에 빛을 발하는 놀라운 머리, 잘생겼다는 소리만 지겹게 듣는 완벽에 가까운 조건인데 누군가에게 기대 살아가는 그의 후반 인생이 안 됐다 싶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익살'이라는 가면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 없었더라면 그에게 지금보다 훨씬 나은 다른 삶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그를 안됐다고 여기는 것 역시, 이것 또한 그 남자의 매력에 빠진 또 한사람이라 내놓은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을 즐기지만 그러다가도 자신이 얼마나 불안불안한 처지에 있는건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급생들을 만나면 그는 더 이상하게 변하곤 하는데요. 아직은 어렸으니까 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흔들리는 그는 누구와 만나던지 어떤 장소에 있던지 큰 사건을 터뜨리겠다 싶은 불안감을 주게 됩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그를 더 어둠속으로 밀어넣는 이들만이 있구요. 과자가 파리를 꼬이게 하듯 주체할 수 없는 불안함이 그런 이들을 불러모았는지도 모르지만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를 잘 알기에 그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탈출을 꿈꿉니다. 몰론 그 때마다 그의 나약함이 발목을 잡게 되지만요.


우연히 건네받은 누군가의 일기같은 소설이라며 3가지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죄를 짓는다는 게 당연한 인간의 불안정성과 그 반대 위치에 있음에도 굳건함이 되어주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실격'이란 단어가 주는 무시무시함에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스스로를 실격이라 칭한 이에게 우리는 태연하게 "왜 그랬어?"라고 할 수 있는지 말이죠.


어젯밤 술에 취한 내 가슴은 기쁨에 취하고

아침에 깨어나니 다만 황량할 뿐

의아하도다, 하룻밤 사이에

변해 버린 이 기분 --117

흔들리니 그대 이름은 '인간'인 것이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당신은 다른 이들과 공통점이 너무나 많은 인간이며 그러기에 우리는 '흔들린다.' 인정하지만 다만, 과도함을 경계하라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인간과 실격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 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의 이야기가 밤의 나를 황량하게 하지만 아침의 나는 또 다르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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