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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ㅣ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보이지 않는 소장품"으로 알고 있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집을 만났는데 흥미롭습니다. 인간심리에 대한 끈질긴 호기심과 가차없는 솔직함으로 칭찬을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시대를 떠나 "인정"하게 될만큼입니다.
"말은 현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은 한껏 부풀었다가 펑 터지면..."-62
"아찔한 비밀"에서는 아이들이 어른으로 빨리 자라는데는 우리 어른들 몫이 크구나 라는 생각을 주는데요. 아이 요양차 휴양지에 왔다가 늦바람에 눈을 뜬 엄마와 친구라 여긴 한 남자의 배신에 아픔을 가지게 된 소년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열정이라 여기지만 그 비밀은 소년에게 들키고 마는데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소년은 결코 들어갈 수 없죠. 그 분노는 그들의 관계를 꼬이게 하는데요.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은 실소를 자아내지만 결과만큼은 진지합니다.
뒤늦게 자신이 가진 가족 테두리가 행복이였다는 걸 알게된 이레네라는 여인의 "불안"입니다. 평소 만날꺼라 여기지 않았던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는 이레네인데요. 그런 협박으로 불안해하면서도 정신 못차리는 걸 보면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저절로 탄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인간이 앞 일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그녀를 보며 우리들은 결과가 보이는 뻔한 어리석은 짓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노아의 세번째 비둘기 이야기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도 그렇지만 "모르는 여인의 편지" 역시 놀라게 만듭니다. 아픈 건 사랑이 아니라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모든 걸 잊게 만든 사랑, 그 엄청난 걸 받았다는 걸 몰랐던 이는 나중에 알게됐을때 어땠을까, 후회했을까.. 그 마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데요. 결과는 아마 책의 결론과 같지 않았을까 싶기에 씁쓸해지게 만듭니다.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참이던 시절 이야기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물가와 인간이 부여한 가치, 그리고 가족을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따뜻한 인간들 못지않게 어느 순간에든 사기를 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으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느 여인의 24시간"또한 인간이 부여한 도덕적 가치와 열정 중 무엇을 우위에 둘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나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것인지, 누구를 더 이해하게 되는지 저절로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모든 걸 버릴 수 있게 하는" 게 각자 다르게 있을텐데요. 나는 그 중에서 뭘 선택하게 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든 걸 잊게 하는 열정이라면 다 걸어볼 만하다 싶지만 내일이면 후회하게 될 껄 뻔히 아는데도 열정에 모든 걸 거는게 맞는 걸까요? 이런 결과를 알면서도 고민하는 게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때문인지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난 지금도 흥미로운데요.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선에 걸린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비밀을 간직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그의 인생에 슬픔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구요. 분명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감정과 정신차리려하는 이성이 주는 고민 사이를 다른 이야기에서도 다룰텐데요.그만큼이나 시대의 혼란에 달라져갔을 그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