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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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만료"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건 그 시간을 넘겨 범인을 알면서도 놓치는 것이였는데요. "백조와 박쥐"는 공소시효의 의미와 함께 시간이 흐르면 죄도 지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사건의 수임료가 아니라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변호사가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범인이 잡히게 되는데요. 그 용의자는 의외로 쉽게 자백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예전 사건 범인이였다는 것까지 말이죠. 그렇게 사건이 해결되나 했는데 용의자 진술이 너무 딱 맞아서인지 오히려 뭔가 찜찜한 부분이 있다는 걸 형사 고다이는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윗선에서는 과거지만 경찰의 강압수사나 잘못된 수사방식이 다시 거론되는 걸 불편해하며 빨리 덮어버리려 합니다.


백조와 박쥐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했는데 흑과 백, 낮과 밤처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족이 사건을 일으키거나 피해자가 됨으로써 그들은 원하지 않는 세상의 동정과 비난이라는 주목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말할 수 없는 고로, 남은 자인 구라키의 진술에만 의지해 사건의 동기와 결과를 볼 수 밖에 없는데요. 남은 가족, 시라이시의 딸도 심지어 구라키의 아들인 가즈마도 그 진술에서 평상시 아버지들 모습과 다르다 싶은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해자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와 피해자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는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자백에 맞지 않는 단서들을 하나 둘씩 발견하게 되구요. 그리고 이미 끝났다 싶은 사건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가지를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공소시효라는 건 진작에 없어졌어야 하는 건 아닌지, 얼마전에도 용의자로 오인하고 일반 시민이 잡히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는지 경찰이 더 꼼꼼히 해야할 건 없는지, 그리고 주변에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이제까지의 이웃을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대하는 건 아닌지,언론의 무신경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등등 말이죠. 무엇보다도 "죽어 마땅한" 사람이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과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법앞에서 누구 편을 드는 게 맞는지도요.


'죄와 벌',그리고 '법'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수십년의 세월을 넘어왔음에도 연관된 이들에게 끔찍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는 건 수많은 사건을 지켜보고 글을 써왔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결론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순간의 인정때문에 흔들려서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법안에 있는 사람들이 결국은 위태로워진다는 것으로요. 이렇게 과거의 사건과 현재를 엮어 죄와 벌을 생각하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나 인간과 사건을 통해 그 이면을 보게 하는 그만의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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