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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이야기 -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빠짐없이 둘러보는
신종대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2월
평점 :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그 상투적인 표현만큼 정확하게 한일관계를 설명하는 것도 없다. 일본은 한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특히 근현대사에 깊은 악연으로 얽혀있어서 한국인들의 DNA에는 어쩔 수 없는 일본에 대한 반발심이 새겨져 있고, 더불어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거의 숙명의 라이벌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나 일본을 싫어하고 라이벌로 생각하면서도 일본의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일본에 엄청나게 놀러가고 있는 이중성을 보인다. 특히 지금의 MZ세대들은 일본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과거처럼 많지 않다고 하는데 아마도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역사에서 많이 멀어진 탓도 있겠고, 어릴 때부터 일본의 대중문화를 많이 접해온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망가나 에니메이션, 게임 등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K-POP은 일본을 넘어선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아니메와 게임은 일본이 전세계적으로도 탑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일본의 대중문화를 빈번하게 접하면서 커왔다. 아예 공영방송에서도 대놓고 일본의 만화영화를 틀어댔으니 말 다했다. 이건 단순히 만화 한편 보고, 게임 한판 했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문화공정의 차원으로 해석해야만 한다.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를 봐왔던 세대들은 일본말을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만화에서 봤던 코타츠 같은 일본의 문화에 로망을 가지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통해 일본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왔다. 반대로 우리가 말하는 일본의 문화라고 하면 대중문화에 치우친 면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일본의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기 어렵다. 지금은 일본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관계개선을 해야할 시점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해야한다. [일본 문화 이야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코드라는 다각적인 접근법으로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의 사실을 재해석한 책이다. 가령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로 꼽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세계적인 위치에 오른 지금 현재의 상황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출판업의 발달과 당시 유행하던 대중미술 우키요에와의 관련성을 따져보며 하나의 문화를 현재와 과거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일본인들의 독특한 행동양식과 현대 일본의 생활 문화 속에 내재하는 역사·문화적 속성을 이해하는 식이다.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1장 동서양의 교류와 일본에서는 일본의 지리적 이해와 동서양과의 문화적 교류를 통한 문화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2장 국민성과 문화코드 그리고 의식주는 일본의 문화의 특징과 문화코드와 국민성과의 관계, 그리고 일본의 의식주생활을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문화적 변화와 특징을 훑어간다. 3장 대중문화의 과거와 현재는 여러 대중문화 중 일본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역사적 토대와 대중문화의 발전사를 살펴보며 4장 전통과 현재의 공존에서는 현재까지도 일본인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살아숨쉬는 일본의 전통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의 문화를 다룬 책은 많이 있었으나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역사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많지 않아서 일본 문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책의 가장 처음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에 대한 설명이다. 문화는 그 나라의 지리적 특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문화 이야기를 하면서 지리를 살펴본다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일본의 지리적 특징을 이해한다면 과거 중세의 한국과의 교류나 막부의 쇄국정책, 이후 쇄국 정책을 버리고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서양을 모방한 문명개화의 시대를 연 메이지시대 등 일본 문화를 역사적 흐름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일본의 역사를 다룬 대중문화를 볼 때 이해를 도와주는 배경지식이 되므로 상식적으로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문화코드와 국민성을 연결해서 설명하는 파트도 흥미로운데 사무라이로 대변되는 일본만의 독특한 무사 문화에 대한 설명과 소위 사무라이 정신이나 무사 계급에 의해 형성되고 발전해온 문화적 요소를 알아보며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의식구조를 알아본다.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이 일본인의 정서에 어떻게 반영되어있고, 문화에는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는데 평소 많이 사용하는 생활 속의 언어나 복식, 다도, 스모 같은 언어와 눈에 보이는 일상 뿐 아니라 조지과 의사결정 등의 행동 패턴, 이름, 친족관계에도 무사의 영향이 남아있다고 하니 재미있다.
앞서 우리가 말하는 일본의 문화라는 것은 대부분 대중문화를 말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책에서는 대중문화보다 그동안 잘 몰랐던 일본의 전통문화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점이 좋았다. 이런 전통문화들도 대중문화 속에서 이미지나 상징으로는 많이 접하긴 했지만 그 의미나 내용을 알지는 못했는데 그런 것들을 알아봐서 좋았다. 전통문화가 일본인의 생활양식이나 풍습, 사상 등과 결합해서 생활 문화로 자리잡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가령 스모나 게이샤, 가부키 같은 건 만화나 에니메이션과는 달리 다른 나라 사람은 이해하긴 어려운 문화라서 그걸 보고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나 정신 같은 것을 이해하고 싶었는데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일본의 의식주라는 생활밀착형 문화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가부키나 다도 같은 전통문화는 호기심에 약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정도지만 의식주와 같은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문화들은 상대적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지금 현재 일본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직접 향유하고 있는 문화라서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간다. 특히 그중에서도 식문화는 일본에 가게 된다면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문화이므로 아마 일본의 대중문화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가 아닐까 한다. 책에는 일본의 식문화, 식사예법, 일본의 맛, 음주문화, 외식문화 등 다양한 식문화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고 있어서 문화적 이해를 돕는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