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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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난 수천년 동안 꽃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각 나라마다 의미는 다르지만 꽃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은 같은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똑같이 꽃에 출생, 죽음, 사랑, 질병 등 인간의 인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들과 관련된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보통 꽃의 이름에 새겨지는 의미는 꽃의 생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만 꽃을 피우는 녀석들은 인간의 죽음이나 부끄러움과 연결시키고, 다른 식물을 휘감고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는 녀석은 집착하는 사람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꽃을 인간의 삶과 연결지어서 그 문화가 가진 종교나 고대 의식의 주요한 상징이 되기도 한 것 같다. 또는 다른 일상적인 물건과 닮았을 때 그것과 관련된 의미를 얻기도 한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특히나 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좋아했었다고 하는데 그 시대의 사람들은 코드화된 꽃의 상징이나 꽃말에서 감정의 배출구를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어떻게 꽃의 상징이나 꽃말을 통해 감정을 배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아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가령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꽃다발을 주는 것으로 감정을 대신했다거나 문학 작품 등에서 꽃을 메타포로 해서 금기시되는 감정이나 의도를 드러내는데 사용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실제로 지금도 꽃을 선물할 때 꽃에 담긴 꽃말을 상징처럼 사용하고 있다.


[꽃말의 탄생]은 꽃 이름의 유래, 꽃과 식물의 쓰임새와 특정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그 꽃이 등장하는 오래된 시나 문헌 들을 소개하고 있다. 꽃들이 왜 그런 꽃말을 가지게 되었고, 왜 그런 의미를 담게 되었는지를 꽃의 역사나 이름의 유래, 쓰임과 효능, 시대와 지역 그리고 문화적 배경 등 꽃의 생태와 특징 등을 통해 꽃말의 유래를 유추해보고, 꽃이 언급된 신화, 문학 작품과 문헌들을 통해 사람들은 그 꽃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져 왔고, 어떠한 상징으로 사용했는지도 알아보며 꽃과 꽃말에 대해 여러각도로 생각해본다.


책에는 해바라기, 장미, 로즈메리, 라벤더, 재스민, 백합, 아카시아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꽃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50여 종의 꽃과 식물이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리지아가 없어서 아쉽다. 내용적으로는 꽃과 그 꽃의 꽃말이 뭔지 대응해서 나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타이틀처럼 꽃의 생태나 특징, 꽃과 식물의 쓰임, 신화와 문학작품에서 어떤 상징으로 등장하는지 등 꽃말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런 상징으로서 꽃이 신화와 문학작품 등에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식이라서 마치 꽃의 인문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라고 하겠다.


상징으로서의 꽃을 보다보면 시대와 지역, 문화권에 상관없이 비슷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꽃을 바라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보통 꽃에 의미를 부여할 때는 꽃의 생태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특징으로 상징성을 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미인데 장미는 언제부터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고대로부터 사랑이란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다. 이미 그리스와 로마시대 떄부터 시인과 작가들에 의해 사랑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또 장미는  여성의 성에 대한 완벽한 은유로도 사용되었는데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는 속담은 연인이 주는 상처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 연꽃은 여러 문화권에서 영적으로 의미가 있는 꽃으로 취급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화에 연꽃이 등장하고,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꽃으로 말해진다. 특히 불교에서는 연꽃이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더러움과 물기를 떨치고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독특한 특징 때문에 타락한 환경 속에서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힌두교에서도 불교와 마찬가지로 물질에 대한 집착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나타내는 모티브로 이용된다고 한다.


쑥은 여러 나라, 여러 민족들에게서 의식과 치료, 미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여름밤 쑥을 태우며 벌레를 쫓는 역할로 사용하는데 앵글로색슨족은 쑥을 모든 치료약 가운데서도 매우 신성한 약초로 생각했고, 로마에서는 쑥을 지니고 여행을 떠나면 피로를 느끼지도 않고, 해를 입지도 않는다고 믿었다. 또 아일랜드 근처의 어느 섬 주민들은 쑥을 모아 사악한 마법을 막고나 화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외 여러 문화권에서는 의식의 일부로 쑥을 태웠다고 하는데 시대와 지역, 문화권에 상관없이 꽃들이 비슷한 이미지와 상징을 가지고, 비슷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은 여전히 재미있다.


꽃이 늦게 전파된 지역에서는 이미 그 꽃이 가지고 있는 상징도 함께 수입이 되는데 그럼에도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새로운 상징이 부여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무렵이면 한창 수국이 피는데 이 수국은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수국은 토질의 산도에 따라 꽃의 색이 바뀌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래서 일본 전통 예술과 시에서는 변덕스러운 감정이나 불성실함을 상징한다. 수국은 1700년대까지 유럽에 전해지지 않았는데 유럽에서는 수국 꽃송이가 뽐내거나 허영심 많은 성격과 닮았다고 느꼈다니 같은 이미지에서 같은 상징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상징을 부여하는 일도 많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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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푼 영화 -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김현우 지음 / 너와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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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마티니 젓지말고 흔들어서' 제임스 본드의 상징과도 같은 맨트이다. 007이 영화속에서 저 맨트를 칠때마다 젓지않고 흔든 보드카 마티니는 과연 어떤 맛일지, 젓는 것과 흔든 것은 맛이 많이 다른지 늘 궁금했다. 동사서독에는 '취생몽사'라는 술이 나온다.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잊는다는 술인데 술에 취하여 살다가 꿈을 꾸듯이 죽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취생몽사는 타란티노의 킬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렇게 영화를 보다보면 인상에 남는 술이나 술과 관련된 장면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속 술이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느껴질 것이고,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술이 영화의 장면을 강하게 각인시키게 해주기도 한다.


[술맛나는 영화이야기]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 이야기다. 영화의 술이야기라고 해서 영화를 술이라는 매개체로 분석하고 비평하거나 술이라는 테마로 영화를 리뷰하는 내용이 아니라 영화에 술이 등장한 그 장면에 대한 인상비평이나 술 그자체에 대한 설명 같은 영화와 술을 둘러싼 에세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화 속에서 술이 등장하는 인상깊었던 장면을 소개하면서 술이야기, 그 술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이야기, 가끔은 영화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도 나온다.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듯 자유롭게 썰을 풀어나가는 그야말로 책의 제목처럼 술맛나는 영화이야기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저자가 초이스한 영화 리스트에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젊은 작가의 영화 관련 책들은 대부분 21세기 영화들이 그 목록을 채운다. 젊은 작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자기 시대의 영화를 영화를 초이스 한 것이기에 당연한 선택이지만 20세기 소년소녀들에겐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이 책에는 8090의 20세기 영화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그 시절 한창 영화를 봐왔던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갑고, 나 역시 그 시절 그 영화의 그 장면을 보며 인상깊게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며 함께 그 영화와 술을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책은 총 4파트로 되어 있는데 일단 파트1은 한국 영화 속의 술이야기고, 파트2는 와인과 위스키, 파트3은 다양한 세계의 술이야기, 파트4는 술 그자체가 아닌 술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다룬다. 영화와 영화 속 술을 페어로 해서 영화의 내용과 술을 한꺼번에 정의 내리는 함축적인 소개멘트를 소제목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면 그 소제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봤고, 영화 속에서의 술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그 소제목이 어떤 의미이고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면서 기억 속에 각인된 술 장면이 몇개 있는데 마침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우선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데킬라. 저자는 인간을 모험으로 이끄는 신의 선물이라는 말로 영화와 술을 한 마디로 잘 설명해놓았는데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가 데킬라를 마시고 술김에 바다의 일몰을 보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가 해변으로 가는 일대 소동극이다. 여러 소동을 겪은 후 두 남자는 해지는 해변에 앉아 데킬라 el toro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이 영화를 보고 상당히 감동받아서 한때 이 영화처럼 데킬라를 들고 해변으로 가서 바다에 녹아드는 태양을 보며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계속 듣다가 오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서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던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 천국에서는 바다에서 바라본 일몰만을 이야기한다며 아직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시한부 친구에게 바다를 보러가자는 말로 모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멘트는 영화 내내 반복해서 나오는데 그래서 지금까지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바닷가에 앉아 일몰을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 '마지막 장면, 쓸쓸한 바람이 부는 새벽 바닷가'라는 구절을 보고 이상해서 영화를 다시 확인해보니 과연 두 사람은 마지막에 일몰의 바다가 아니라 일출의 바다를 바라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해가 저무는 바닷가를 보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지만 여러 모험을 거치며 그 둘은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 다다른다. 여행을 마치고 바다에 도착한 둘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새벽의 바다라는 것이 두 사람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앞에 나왔던 대사 때문에 일몰의 바닷가라는 이미지에 함몰되어 있었는데 책을 통해 거의 20년 만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쇼생크 탈출'에서의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어 보였던 맥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산토리 위스키 광고를 찍던 밥의 짜증 가득한 얼굴, '술고래'에서 술주정뱅이 미키루크가 마시던 스카치위스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술을 마시며 과거 적룡의 무용담을 늘어놓던 장면 등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영화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마 영화 속의 술 장면이라고 하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이 소주를 마시던 장면이나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모히토를 외치던 장면을 많이 떠올릴텐데 그 영화와 술에 대한 썰도 나오고 있으니 영화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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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 - 초보 식물 집사를 위한 안내서
글로스터(박상태) 지음, 아피스토(신주현) 그림 / 미디어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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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홈가드닝이 유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실내 생활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야외에 나가는 대신 집에서 식물을 보며 마음이 안정도 찾고, 공기 정화 등의 기능적인 목적 등 복합적인 이유으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반려식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뭔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식물을 키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고 부담도 적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홈가드닝에 입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쉽다는 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사실상 식물을 키우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그동안 여러 가지 식물을 키우다가 죽여버린 일도 많을 뿐더러 정원이나 옥상이 아닌 실내에서 키우는 것은 더 어렵다. 흔히 식물은 그냥 물만 잘 주면 알아서 잘 큰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관리를 해주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마냥 쉽게만 생각한다면 또 소중한 생명을 죽여서 버리게 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홈가드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알고 시작해야 한다.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는 블로거 글로스터가 식물 초보들을 위해 홈가드닝의 기초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식물 키우기 레시피이다. 요즘은 관련 내용들을 인터넷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찾아보거나 범용의 설명서랄까 두루뭉술한 개략적인 매뉴얼만으로 식물 키우기를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실패를 하기 쉽다. 식물 키우기에 대한 기본기를 쌓아두고 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제대로 식물을 키울 수가 있는데 이 책은 초보자들을 위해 식물 키우기에 꼭 필요한 기본기와 저자가 식물을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책은 크게 식물 초보를 위한 기초 레시피와, 식물 고수의 비밀 레시피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기초 레시피 파트에서는 제목 그대로 실내가드닝의 기본 툴, 계절에 따른 식물 관리법, 물주기 기술, 흙 배합법, 환기, 빛 관리 등 식물 키우기에 꼭 필요한 기초적인 요소를 다루고 고수의 비밀 레시피에서는 식물 번식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다른 가드닝 책에 비해 식물 번식법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번식으로 개체수를 늘리며 조금 전문적으로 식물 키우기에 도전해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주로 열대 관엽식물을 중심으로 식물 키우기의 기본 원리와 식물 번식법을 알려준다. 열대 관엽식물은 실내에서 키우기 적합하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외형이라 실내 가드닝에 알맞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서는 특정 꽃이나 특정 식물 품종을 지정해서 해당 식물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면 여기서는 모든 식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다루고 있어서 저자가 강조하듯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게 해준다. 식물 키우기의 필수 요소와 기준을 제시하고 그 원리를 이해시켜서 현재 식물집사 개개인의 환경에 맞게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좋다.


이 책에서는 식물 번식법에 대한 설명이 책의 절반을 차지할만큼 번식법에 대한 노하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초보 식린이들은 식물 한그루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어느 정도 짬이 되면 그냥 화분 하나의 식물을 키우는 것에서 벗어나서 번식을 해보는 것도 식물 키우기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식물 번식 노하우와 함께 식물 품종별로 키우는 법과 번식하는 법을 설명해놓고 있어서 각각의 특징에 맞게 온습도, 빛, 흙, 물, 비료, 병해충 등 주의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러스트이다. 식물과 화분, 가드닝 툴, 흙 그리고 관리법과 번식법 등을 일러스트로 그려서 설명을 하는데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서 그 자체로 마치 드로잉 북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실제 사진을 사용하면 현실감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톤이 어두워지고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반면 일러스트로 표현하면 특징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강조해서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게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초보 식린이에게는 일러스트가 더 유용하다.


이 책처럼 일러스트가 강조된 설명서는 눈이 즐거운 일러스트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해서 일러스트로 설명을 대충 때우다보니 자칫 설명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역으로 텍스트가 많은 편이다. 고퀄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설명도 훌륭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텍스트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정보 전달에 힘을 기울이고 있 다. 물론 텍스트가 많다고는 하지만 페이지 구성이 잘 정리된 노트필기 같은 느낌이라 가독성이 상당히 좋고 설명도 쉽고 이해가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책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이 매우 충실하게 느껴진다.


책을 보면 식물을 키울 때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 앞서도 말했지만 뭘 모르는 초보 식물집사들은 그저 물만 잘 주고 햇볕만 잘 받으면 알아서 쑥쑥 클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내 가드닝을 위해서는 준비물도 많이 필요하고, 꽤 손도 많이 가고, 당연히 비용도 많이 발생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지가 않아 보인다.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도전했다가는 아까운 생명을 죽이게 될 수도 있으므로 집사가 된다는 걸 너무 쉽게만 생각하지 말고 책을 통해 기본적인 식물 키우기에 대한 지식을 쌓아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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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프일기 - 만화로 보는 바디프로필의 모든 것
권헬린 지음 / 헬린일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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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다이어터들은 다이어트를 하면 무조건 안 먹고, 운동을 빡쎄게 해야만 살이 빠질거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란 건 무조건 굶으면 되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안 먹으면 되는 것이므로 전적으로 의지의 문제라고만 생각해버리기 쉽다. 그런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무작정 안 먹고 굶다가 결국 오래 못 하고 금세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는 무작정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식단관리부터 운동스케쥴까지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굶기만 해서는 살이 빠지지도 않고 운좋게 살이 빠져도 금방 요요가 찾아온다.


문제는 무작정 굶는 무식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나름 운동을 열심히, 꾸준히 하는데도 살이 빠지기는 커녕 도리어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의외로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책에도 나오지만 운동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게 되는 일이 많다보니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폭식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면서 다이어트와 운동에 정체기가 오게 되는 케이스다. 이럴 때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지출 충격 요법'을 활용하라고 한다. 그 '지출 충격 요법' 중 한가지가 바로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은 말 그대로 몸을 만들어서 탄탄한 몸매를 돋보이게 찍는 몸짱 사진이다.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을 '지출 충격 요법'이라고 한 것은 미리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예약을 하면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일종의 극약처방인데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무작정 살을 빼고 몸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그것에 맞추어서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게 되므로 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좀 더 체계적으로 꾸준하고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영어 공부를 할 때 토익 몇점을 목표로 공부한다거나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바프일기 - 만화로 보는 바디프로필의 모든 것]은 저자가 바디프로필을 예약하고 촬영날에 맞춰 16주 동안 식단관리와 운동을 어떻게 했는지 실제 그 과정을 만화로 구성한 바디프로필 일지다. 이런 사진은 연예인이나 잘나가는 인스타 셀럽들이나 찍는 것이라고 생각에 아예 이런 바디프로필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디프로필을 찍으려고 생각을 했어도 어떤 식으로 계획을 잡고 진행하면 좋을지 모르거나 막연히 지금까지의 방법대로 몸을 다 만들고 나서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바디프로필 예약부터 식단짜기, 운동 자세, 정체기 극복과 실제 촬영까지 그 과정을 쭉 보여줘서 바디프로필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우선 이 책은 단순히 헬스 운동법을 알려주고 식단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디프로필이라는 최종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어서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라서 일반적인 헬스책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우선 바디프로필 예약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개인의 현재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바디프로필은 3~4달 몸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이상이 되면 루즈해지기 때문인데 요즘은 바디프로필을 찍는 사람이 많아서 미리 원하는 목표 날짜에 예약을 해두고 그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지식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몸을 만들어놓고 바디프로필을 찍으려고 생각할텐데 그렇게 되면 망하는 거다. 사소한 것이지만 먼저 목표 날짜를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알게 된다.


저자는 16주 동안 체지방률을 낮추고 전신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을 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는 사람도 꼭 책에 나오는 스케쥴대로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이 현재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계획을 잡고 운동과 식단조절을 하면 될것이다. 하지만 식단을 짜고 올바른 운동 자세를 취하는 법 등은 꼭 챙겨볼만 하다. 특히 혼자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자칫 잘못된 운동 자세와 식단으로 운동 효과가 상당히 떨어졌을 수도 있는데 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면 운동과 다이어트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령 살을 빼고 몸을 만들려면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빡세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데 오히려 운동을 할 때는 생각보다 잘 먹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활동대사량이 많기 때문에 유지 칼로리도 많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인데 그런 개념이 없다면 무조건 작게만 먹으려 하다보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그래서 무조건 적게 먹는다는 생각보단 잘먹고 열심히 운동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잘 먹기 위해서는 역시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한데 식단 조절을 잘하기 위해서 하루 동안 뭘 먹었는지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내용인데 이런 것부터 꼼꼼하게 짚어주는 것이 좋았다.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저자는 컨디션 관리를 꼽는다. 꾸준한 운동이나 식탐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은 바디프로필을 향한 열망과 적지 않은 예약금의 압박으로 생각보다 잘 지킬 수 있지만 오히려 컨디션 조절을 잘 하지 못해서 피로에 무너지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컨디션 조절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너진 컨디션으로 평소처럼 식단과 운동을 철저히 지키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최아의 몸 상태가 되버리게 되므로 평소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기 위한 컨셉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옷과 신발도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제모와 태닝도 해야 한다. 태닝의 경우는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3주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시작해야 하고 제모도 트러블이 날 수 있으니 약간의 시간을 두고 미리 해야 한다. 이렇게 단순히 몸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촬영날에 맞추어 역순으로 해야할 일의 스케쥴을 쭉 알려줘서 바디프로필을 처음 찍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 운동 중 먹는 영양제 정보라던지 운동 정체기 극복하기, 우울증 극복 등 저자가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리고 운동을 하고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겪을 수도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도 담고 있어서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엔 저자의 실제 바디프로필 사실과 매주 변해가는 바디 사진이 함께 실려있어서 운동과 식단조절을 통해 실제로 몸이 멋지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나도 변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굳히게 한다. 그리고 바디프로필을 찍을 때까지의 총 소요비용도 나오는데 PT비용과 택시비 같은 자잘한 금액까지 포함해서 총 200만원 정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금액이 쓰이지 않았는데 그 정도의 비용으로 운동과 다이어트의 좋은 동기부여도 되고, 자신의 가장 건강하고 화려한 순간을 간직할 수 있는 바디프로필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긴다.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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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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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는 자신의 소설에서 그려내는 화자와 메신저는 모두 인간이 아닌 외부의 존재이거나, 인간이 화자인 경우에는 현재의 인간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 외부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개미'에서는 개미가 메신저로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인간계와는 구별되어진 개미 세계에서의 개미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 '천사들의 제국'과 '신'에서는 각각 천사와 신이 메신저로 나오며 이들이 관리 감독하는 인간들과는 철저하게 구분되어져 있다. 말하자면 개미와 인간은 한 공간에 있지만 개미는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고, 인간은 천사와 신을 역시 그런 식으로만 인식한다.


'타나토노트'는 인간이 화자이지만 그 이야기는 지구가 아니라 영계라는 인간 외부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역시 인간이 화자이지만 인간의 조상, 즉 현재가 아닌 외부의 시간으로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둘다 현재 인간 세계 외부를 쫓아간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렇게 베르베르 소설 속에서 메신저는 현재의 인간과 직접 조우하는 일이 없고, 조금씩 조우하는 접점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서로에게 타자로 존재한다. 그리고 메신저로서의 인간은 현재 시점의 인간계가 아니라 항상 신화의 세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랬던 베르베르가 분명 이번 '행성'에 와서는 변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행성'에서의 메신저는 고양이다. 하지만 베르베르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고양이 바스테트가 활약하는 무대는 고양이나 쥐들만이 있는 세상이 아니라 몰락해가는 인간의 세계가 주무대가 된다. 비록 인간이 살던 그 곳을 지금은 쥐들이 모두 장악을 해버렸지만 어디까지나 그곳은 인간들이 구축해놓은 세계이며, 아직 인간들이 살고 있고, 고양이는 인간들과 직접 대면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편인 '문명'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사라져가는 인류의 모든 지식이 집대성된 베르베르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담긴 UBS를 인수인계 받는데 지구의 문명이 인간에게서 고양이로 옮겨가는 것을 상징하는 것과 동시에 이로서 고양이는 외부의 메신저이면서 내부의 메신저가 된다. 이것은 베르베르가 항상 신화만을 쫓다가 이제 현재의 우리 인간에게로 눈을 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인간의 비중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전작인 '문명'에서는 마치 우화처럼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의 입을 통해 행성의 다른 종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공존하지 못하는 인간을 간접적으로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동물보다 인간들의 비중이 많아지며 인간들이 등장해서 직접적으로 인간의 배타성을 표현한다. 화자인 고양이가 인간들과 하나의 세계에서 조우하여 동일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데 이로써 고양이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동일화되고, 외부에서 온 메신저가 인간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양이의 세계건, 개미의 세계건, 인간의 세계건 과거에는 각각의 독자적인 세계로 놓고 그것들을 봤었다면 이젠 동일한 하나의 행성에 포함되어 있는 운명공동체적인 입장으로 모두 하나의 공간에 놓고 보게 된 것이다. 행성이라는 타이틀도 예전처럼 고양이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라는 종의 구분으로 서로를 떼어놓지 않고 행성이라는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 같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이나 로봇 공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립자 마크 레이버트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며 현실성을 강조하고, 이제 자신의 관점이 신화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옮겨왔음을 고백한다. 물론 '행성'에서 다루는 지구는 디스토피아로 이 역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아니지만 페스트의 창궐이나 전쟁과 같은 것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런데 인류 멸망의 표면상의 이유는 전염병과 전쟁, 테러 같은 것들로 인해 인류가 멸망한다고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인류의 멸망은 인간끼리 서로 협력하고 행성 내의 다른 종과 공존하지 못하는 인간의 야만성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뉴욕의 프리덤 타워에서는 인류 여러 부족과 단체를 대표하는 102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유엔과 같은 기구를 만들고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회의를 하는데 서로 싸우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고양이 바스테트는 자신을 103번째 대표 자격을 요구하지만 인간들은 고양이 주제에 인간과 같은 투표권을 갖겠다는 거냐며 완전히 무시해버린다. 인간은 같은 인간들끼리도 화합하지 못하고 다른 종을 대해서는 배타성을 보인다. 반대로 쥐들의 상황은 완전 다른데 미국의 알카포네파와 프랑스에서 건너온 티무르파는 서로 화합하고, 단결하여 더욱 견고하게 스크럼을 짜고 다른 종들을 공격한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있던 피식자들이 단합화 화합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포식자가 된 것이다.


인간들은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자고 하는데 언제나 인간은 핵이라는 절대적이고 강력한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서 가장 손쉽고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외계인이건 좀비떼건 손을 쓸 수 없는 적에게 핵무기를 날리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클리셰로 인간의 단순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표현할 때 곧잘 써먹는 설정이다. 또 핵폭탄과 함께 쥐떼에 맞서기 위해 드론과 로봇 고양이라는  신무기가 등장하고, 인류와 고양이를 위협하는 쥐의 수는 몇천만 대군으로 묘사되는데 이쯤되면 너무 영화스러운 같은 구성이라고도 하겠다. 실제로 베르베르의 소설은 원래 영화적인 성격이 강해서 머리속으로 마치 영화를 보듯이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글을 읽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인간과 고양이 개의 연합은 쥐떼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새로 총회의 의장을 선출하게 된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이 재임을 노리며 출마했고, 군인 부족과 로봇 공학자 모임, 생물학자, 이 대륙, 천문학자 그룹의 대표 등이 각각의 공약을 내세우며 출마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쥐떼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웅 고양이 바스테트도 지구라는 행성의 모든 종의 이익과 평화, 공존과 조화를 기치로 출마한다. 하지만 이 영웅 고양이는 103명 중 단 3표만을 받았을 뿐이고 질서 유지와 안보를 내세운 군인 부족의 그랜트 장군이 회장으로 선출된다.


인간들은 그 사달을 겪고, 멸종의 위기에까지 갔었음에도 변화하지 못하고 다른 종과의 공존보다는 인간들의 안전과 질서유지, 인간계를 보호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인다. 이제 인간들은 군인의 대표를 의장으로 선출하고 쥐떼와의 전쟁이 군인을 대표하는 한 인간 영웅에 의한 승리라고 역사에 기록하고, 그 만들어진 가짜 인간 영웅을 중심으로 미래 세계를 움직여나갈 것이다. 바스테트의 말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끝까지 인간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인간은 끝내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베르베르는 독자에게 묻는다.


베르베르의 '나무'의 투명피부라는 에피소드를 보면 투명인간이 된 박사에게 불량배들이 공격해오자 박사는 방어를 위해 코트를 열어서 투명한 몸을 보여줬고, 불량배들은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도와주러 온 주위 사람들이 박사를 보고는 오히려 불량배를 걱정하며 단체로 박사를 공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누가 폭력을 당하는 광경은 견뎌내지만, 어떤 사람이 자기들과 다르다는 것은 참지 못한다. 하물며 그것이 사람이 아닌 다른 종이라면 더욱 배타심을 가진다. 이렇게 인간은 자신과 다른 것과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만약 인간이 그런 배타심을 버리고 행성의 수많은 생명체와 공존하지 못하면 우리의 문명은 이 행성에서 퇴출당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 유럽과 그외 여러 지역이 셧다운이 되며 인간의 발길이 끊어지자 강과 운하가 깨끗해지고, 다른 생명체들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여 그곳으로 몰려든 사진이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환경, 자연, 지구상의 다른 종들과의 공존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막연하게 외치기만 했었는데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 인간이 사라지자 그 곳에 자연이 살아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서는 지구라는 행성은 분명 인간만의 것이 아니고, 다른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나누어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추측컨데 베르베르 역시 코로나라는 전대미분의 사태를 겪으며 코로나 시대의 시대정신을 소설 속에 담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행성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베르베르의 메세지는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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