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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2 - 56인의 덕후가 바라본 일본 이야기 ㅣ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2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5월
평점 :
지금은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지만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이 대세였다. 일본을 알고 이해하자, 일본을 배우자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문화나 패션, 문학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자연스럽게 일본과 일본문화에 관련된 책도 상당히 많이 나왔었는데 그 대부분이 게임, 만화, 영화 등의 일본의 대중문화에 관한 것이거나 오타쿠 문화, 성산업 같은 자극적인 내용에 한정되었었다. 일본인의 이중성을 말하는 혼네와 타테마에나 국화와 칼 같은 것을 언급하는 정도만으로 나름 전문성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당시의 사정이 어떠했는지는 잘 알 수 있다.
최근에 와서는 일본에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일본의 식문화와 여행지 소개, 맛집탐방, 여행코스 추천 같은 여행과 놀이 문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간 듯 보인다. 물론 대중문화건, 여행과 놀이문화건 어떤 것이 됐건 그것 또한 문화의 한 단면이고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져서 편식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정.말.로. 제대로 일본에 대해 파헤치고 일본인과 일본의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일본 사회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책이나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상당히 주목할만하다. 대중문화 소개나 여행, 식도락 같은 특정 분야에 치우지지 않고 한일관계, 일본의 정서, 교육, 사회생활, 음식문화,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다채롭고 다양한 문화를 고루 다루고 있어서 일본과 일본인, 일본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책의 저자는 한 명이 아니라 56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각기 하나씩 테마를 맡아 글을 쓴 공동집필의 형태인데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구성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느 한 개인의 시각과 관점 그리고 국적에 의한 편견에 치우지지 않게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감 있게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도 큰 장점이라 하겠다.
최근들어 과거와는 확연히 일본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나 일본에 대한 인상이 달려졌다는 것을 느낀다. 더불어 일본에 대한 이미지 또한 많이 변화했다. 책에서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의 변화를 세대에 따른 관점의 변화로 설명하는데 과거 기성세대들은 한일관계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일본에 대한 인상을 언급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접해 온 '정보'에 기대어 일본을 바라보고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 그런데 책에서 말하는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기준이 약간 모호한데 책에서의 기성세대는 그야말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직접 일본을 경험한 세대라고 봐야할 것 같고, 젊은 세대는 이후의 세대, 즉 90년대부터 일본 애니나 망가, 게임 등을 접하며 자라온 지금의 4050들도 책에서 말하는 젊은 세대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건 중요한 건 세대에 따라 일본에 대한 이미지도 다르다고 언급했는데 막상 책에 글을 쓴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기성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거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대변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BTS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 그 문화를 직접 즐기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가 가지는 이미지와 한발 떨어져서 젊은 세대가 BTS에 열광하는 것을 문화적으로 이해하려는 기성세대가 보는 이미지는 다를 수 밖에 없을텐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단는 뜻이다. 그런 세대별 시각차가 문화를 소개함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기성세대에 가까운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조금은 깊이가 있고, 생각지 못한 주제까지 건드려줘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먼저 한일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일반적인 대중문화가 아니라서 벌써부터 전문성이 느껴진다. 최근 한일관계가 무척이나 악화되었는데 한국와 일본의 과거사 갈등을 이해하는 열쇠로 도쿄재판을 소개한다. 일본이 원폭 두방 맞고 항복선언을 한 후 2차대전과 관련된 전쟁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행해진 재판이다. 재판 도중 사망한 3명을 제외한 24명의 피고인에게 '평화에 반하는 죄'를 물어 유죄를 때렸고 7명은 사형이 선고됐지만 재판은 그것을 끝으로 더는 열리지 않았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복역 중이던 나머지 피고인들과 A급 전범 용의자는 석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6.25가 열리지 않았다면 더 철저한 처벌을 통해 전범들을 처벌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24명에게 유죄를 때릴 때 11의 판사 중 4명은 반대의견을 냈는데 그중 인도인 판사는 심지어 일본의 범죄행위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넘침에도 난징사태에 대한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당시의 관념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국제법상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꼭 이런 이상한 인간들이 삐딱하게 나오기 때문에 정의구현이 안 된다. 난징 대학살도 이럴진데 한국의 식민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죄를 묻지 않았다. 판검사랍시고 앉아있던 것들의 나라부터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 침략을 문제삼지 않은 것이다. 도쿄재판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계속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일관계에서 일본의 언행에 분노하면서도 도쿄재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이런 내용을 통해 한일관계와 갈등에 대해 조금 깊이 있게 알게 된 것 같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말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그 못지 않게 약간씩 우리와 정서가 다른 부분도 많은데 일본의 정서를 알게 된다면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인의 정서를 알아보기도 하는데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알아본다. 알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정서를 가지게 된 역사, 사회적 배경 같은 것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정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정서를 쭉 모아서 보니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커피문화의 변천과 차문화, 서민의 음식문화, 외국인이 즐겨 찾는 일본 음식문화, 일본의 문학, 교육과 언어,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스포츠문화, 정치와 여사, 글과 그림 등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일본의 문화를 톺아보며 일본과 일본인, 일본 사회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좁은 대중문화 탐방기라는 틀에서 벗어나 일본사회 전반을 살펴보고, 그 속에 배어있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이해함으로써 지금까지보다 한차원 깊고 넓게 일본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해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