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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 과학은 그리스 작은 섬 레스보스의 라군에서 시작되었다
아르망 마리 르로이 지음, 양병찬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22년 2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철학사를 논할 때 플라톤과 함께 항상 이름이 언급되는 2천년의 서양철학사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이다. 철학자가 아닌 학자라는 말을 썼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 뿐만 아니라 논리학, 정치철학, 윤리학, 자연철학, 과학, 생물학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통달하고 그것들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철학자로서의 명망이 높다보니 오히려 다른 분야의 업적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도 같다. 근대 과학 이후로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과학자로서의 업적 역시 적지 않고,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근대까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은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우주학, 화학, 기상학, 지질학, 동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쳤는데 그중에서도 생물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동물학에 대한 저서도 비교동물학, 기능해부학, 호흡 관련이나 동물들이 왜 죽는가에 관한 책도 있고, 동물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시스템을 다룬 책과 번식에 관한 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과 식물을 연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식물관련 저서는 소실되었고 지금은 동물에 대한 책만 남았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술한 생물들 중 상당수가 바다나 바다 근처에 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 격동에 휘말려 아테네를 떠나 에게해의 섬 레스보스에서 2년 동안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500종이 넘는 동물을 관찰하여 기록을 했고 그러다보니 해양생물과 바다 근처의 생물에 치우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때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을 연구해서 책을 쓴 것이 동물학 분야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은 여러 자연과학 분야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의 업적을 살펴본다.
우선 헷갈리지 말아야 할게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술한 '동물 탐구'가 아니라 철학자로만 알고 있던, 혹은 철학자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생물학자로 재조명한 평가서라고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당시의 상황과 과학적 입장,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현대적으로 풀이하고, 비평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일단 책의 내용이 생물학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이라 부를 수 있는 철학과 자연과학 이야기와 함께 자연과학적 역사를 아우르며 설명이 들어가다보니 일단 내용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말하자면 생물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자연과학 등을 함께 결합하여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상을 한번에 취합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생물의 본질적인 특성을 열거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니, 후대의 과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형태의 본질을 추구하며, 개체가 보여주는 다양성을 무시하고, 과학의 영역에서 제외했다. 말하자면 형태가 다른 개체가 있더라도 그것에 대한 연구는 무시했다는 뜻. 다윈이 그런 형태의 다름에서 유전이라는 개념을 가져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법은 지금의 관점에서는 종의 다양성이나 유전, 변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책에서는 무작정 아리스토텔레스를 찬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간과했던 점까지 잡아내며 연구의 한계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미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내며 책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책은 다윈이나 멘델 같은 학자들의 이론에서부터 플라톤, 홉스, 헤겔 같은 철학자들의 사상까지 비교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을 비교하는데 앞서 이미 밝혔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지금의 지식으로는 틀렸거나 부족하다고 취급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단순히 오류라거나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이론 정도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이론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관찰과 경험을 강조한 것에서 과학의 창시자라 말함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인 플라톤의 사상을 비판하며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확장시켜 간 것처럼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을 현대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수용하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들어낸 과학과 철학의 토대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