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수퍼맨을 꿈꾼다.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무너지는 빌딩을 두 손으로 받치고, 달리는 기차를 멈추게 하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당에 맞서 인류를 구하고자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엄청난 초능력의 소유자를.
그러나,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지구가 아니다.
초당 100자를 칠 수 있는 타이핑 실력으로 단 1분만에 보고서 하나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사무능력.
아침부터 잔소리를 해대는 보기 싫은 상사의 커피를, 단 1초 만에 섭씨 200℃로 만들어 입천장을 홀랑 익혀버릴 수 있는 화력.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맛을 3,000원짜리 원두커피의 맛으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화학력.
막 문이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몇 초간 정지시킬 수 있는 염력.
출근길 만원버스에 타자 마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바로 내려버리는 예지력.
우산을 깜빡한 날, 내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비가 그치고, 회사에 도착하자 다시 비가 내리게 할 수 있는 천기력.
새벽 4시까지 술 마시고 6시에 벌떡 일어나 휘파람을 불며 출근 할 수 있는 체력.
기름을 언제 넣었는지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주유계기판의 바늘이 꼼짝도 하지 않는 정유력.
쥐꼬리만한 월급이 들어온 날, 퇴근하자마자 와이프가 “자기 월급은 왜이리 많이 들어와? 저번 달 월급도 다 못 썼는데” 하며 투덜거리게 할 수 있는 재력.
청소를 한 달에 한 번만 하는데도 온 집안이 먼지 하나 없이 늘 번쩍거리게 할 수 있는 청소능력.
설거지를 물로만 했는데도 기름기가 쫙 빠져버리게 할 수 있는 세척력
운전할 때 내가 지나가기만 하면 빨간등으로 신호가 바뀌게 하는 능력.
술마실 때, 점심 먹을 때, 나만 신나게 이야기 하고, 남들은 듣고 맞짱구만 치게 할 수 있는 화술능력.
학원 한 번 안 보냈는데도 아들이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게 할 수 있는 교육력.
내가 이사만 가면 새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여, 서너 번의 이사 만에 큰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부동산예지력.
출장 가는 기차만 타면 이쁜 아가씨가 옆자리 앉고, 내릴 때까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게 할 수 있는 연애력.
난 이런 능력이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