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를 찾기 위해 영화 사이트를 뒤지던 중 우연히 찾은 과거의 추억들.

90년대 열심히 봤던 ‘엑스 파일’이다. 지금은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정보라는 것을 TV 정규채널 몇 개, 몇 종류 신문, 잡지, 책 등 한정된 소수의 창구에서 밖에 얻을 수 없었던 당시를 감안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동안 ‘검열’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통제한 결과, 세상은 늘 ‘~카더라 통신’이 항상 떠다녔다. 수많은 의혹들이 미제사건으로 덮였고, 행여나 알라치면 어김없이 철퇴가 가해지던 정보의 절벽 시대는 당연히 음모론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문민정권이라는 지극히 작위적인 이름으로 독재의 외투를 겨우 벗어 던진 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정부는 국민에게 늘 뭔가를 숨기는 존재였고, 비밀의 배후에는 정보기관이라는 어둠의 세력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으르렁거리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이빨을 허옇게 드러내곤 했다. 엑스 파일의 멀더 요원이 비밀을 파헤칠라치면 항상 나타나 경고하며 방해하던 세력들. 국민의 생명과 권리라는 명확한 실체 대신 국가, 국익, 국민의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내세우며 정작 국가의 본질인 국민의 권리를 억압하는 어두운 무리들.

 

‘1984’의 빅브라더처럼 보이지 않는 감시자는 선량한 사람들을 ‘자기검열’의 덫에 빠트리며 ‘원형감옥’을 구축한다. 목숨을 걸어야만 알 수 있는 진실! 끝도 없는 미스테리의 꼬리를 조금만 밟아도 뒤를 조심해야 하는 소심한 범인은 그냥 눈을 감고 입을 닫고 귀를 막는 것이 제일 신간 편한 일이다.

 

쉽게 밝혀지지 않을 진실의 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멀더.

직접 본 것도 과학과 논리에 맞지 않으면 외면하는 스컬리. 엑스파일은 멀더의 쓸데없는 호기심과 진실 찾기를 스컬리의 차가운 시선으로 거른다. 실제로는 진실이나 결과로는 가짜인 사건들은 이성의 여과기에 걸러진 순간, 믿거나 말거나 어린애 장난 같은 일로 끝나고 만다. 미궁에 빠진 사건들은 또 다시 차가운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진실은 절대로 아무에게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마지못해 살짝 보여 주고 만다. 그것도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거나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이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이 얼마나 많을까?

모든 이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바다엔 과연 먹을 만한 고기가 살고 있을까?

권력과 금력을 쥐고 있는 자들만이 공유하고 있다는 특별한 정보는 무엇일까?

 

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다니는 멀더가 진정 알고 싶은 것은 비밀의 내용이 아닌 그 비밀을 숨긴 사람들의 정체와 숨겨야 할 이유가 아닐까? 비밀의 끝자락을 쥐었다 한들 그 만의 것으로 끝난다면 비밀을 푼 것이 아니리라. 그것이 멀더가 포기하지 않고 뛰어 다니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것도 숨길 것도, 숨길 수도 없는 투명한 세상. 비밀을 간직할 것도, 간직할 수도 없는 소통의 사회. 멀더는 그래서 지금도 빅브라더를 쫒고 있겠지.

 

그러나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와의 긴 줄다리기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며 여운을 남긴다.

“그래, 더 찾아보렴. 용용 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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